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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레방아는 물이 있어야 돌아갑니다. 바람개비 또한 바람이 있어야 돌아갑니다. 무척이나 당연한 이야기입니다. 그런데 물은 없는 거라고 하면서 물레방아는 돌아가고, 바람은 없는 거라고 하면서 바람개비는 돌아간다고 주장하는 모순이 있습니다.

말도 안 되는 주장 같지만 이 말도 안 되는 주장 같은 교리, 무아(無我)와 윤회(輪回)라는 교리를 두 축으로 하고 있는 게 바로 불교입니다. 불교의 교리 중 하나는 무아입니다. 무아는 말 그대로 '나는 없다'는 것입니다. 또 다른 교리 하나는 윤회입니다.

사람은 이승에서 행한 선악의 행위에 따라 내생에 행복한 혹은 불행한 상태로 끝없이 거듭 태어난다는 주장이 윤회입니다. 다시 말해 사람의 운명은 그 사람이 태어나기 이전에 어떻게 살았느냐에 따라 이미 정해지고, 지금을 어떻게 사느냐에 따라 내생이 결정된다는 게 윤회입니다.

바로 여기서 충돌이 생기고 문제가 생깁니다. 무아, '나는 없다'고 하면서 '윤회'를 한다고 하니 이는 마치 물은 없는 데 물레방아가 돌고, 바람은 없는데 바람개비는 돈다는 억지주장처럼 들립니다.

"한마디로 무아설과 윤회설은 불교라는 하나의 건축물을 세우고 있는 두 개의 기둥이라고 할 수 있다. 무아설을 포기할 때 불교는 더 이상 불교가 아니다. 역시 윤회설을 제거해 버릴 때 불교라는 구조물은 붕괴되고 만다. 이 두 교리 가운데 어느 하나도 포기할 수 없다." (<무아·윤회 문제의 연구> 22쪽)

"불교는 무아설로써 괴로움의 해결책을 가지게 되었다 그 대신 풀기 어려운 문제를 만나게 되었다. 실체적인 아(我, ātman)가 없다면 무엇이 또는 누가 윤회하는가. 누가 업(業, karman)을 짓고 누가 업의 결과(結果)를 받는가. 무아를 내세우면 윤회설은 성립 근거를 잃어버린다. 윤회설이 무너지면 불교는 존재 이유가 없어진다. 반대로 무아설을 포기하면 불교는 더 이상 불교일 수 없다. 이와 같은 상황에서 무아설과 윤회설은 양립할 수 없다."(<무아·윤회 문제의 연구> 405쪽)

지금도 계속되고 있는 질문 <무아·윤회 문제의 연구>

<무아·윤회 문제의 연구> (지은이 호진 / 펴낸곳 불광출판사 / 2015년 6월 26일 / 값 2만 8000원)
 <무아·윤회 문제의 연구> (지은이 호진 / 펴낸곳 불광출판사 / 2015년 6월 26일 / 값 2만 8000원)
ⓒ 불광출판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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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무아·윤회 문제의 연구>(지은이 호진, 펴낸곳 불광출판사)는 지금도 여전히 계속되고 두 주장, 무아와 윤회가 언제부터 대두됐으며 어떤 주장과 어떤 설명으로 서로의 모순을 극복하며 수용돼왔는지에 대한 문헌적 고찰이자 교리적 해설입니다.  

이 책은 저자인 호진 스님이 1981년에 박사학위 논문으로 제출했던 논문을 번역한 것입니다.

호진 스님은 1976년부터는 파리 제3대학(소르본 대학)에서 수학하며  Le problème de l'anātman et du  saṃsara dans le sūtra du bhikṣu Nāgasena('나선비구경의 무아와 윤회 문제') 연구로 1981년에 박사학위를 받았는데 그 논문을 한글로 번역한 것이 이 책입니다.

30여 년이 훌쩍 지난 연구논문이지만 담고 내용은 마르지 않는 샘처럼 깊고 설명은 깊은 샘에서 퍼 올린 물처럼 시원합니다. 윤회설은 불교가 생성되기 이전부터 유래했습니다. 책에서는 흐르는 물줄기를 거슬러 좇듯 윤회설이 등장하는 문헌들을 규명하며 논증합니다.

깊은 샘은 쉬 마르지 않습니다. 깊은 샘물은 얕은 샘물보다 맑고 시원합니다. 하지만 깊은 샘물은 얕은 샘물을 퍼 올리는 것보다 더 많은 힘이 듭니다. 신행담처럼 가벼이 읽을 수 있는 내용은 아닙니다. 긷고 또 길어야 하는 두레박질처럼 읽고 또 새겨야만 맛볼 수 있는 깊은 샘물 같은 내용입니다.   

책에서 설명하고 있는 '윤회사상의 기원' '초기 불교의 무아·윤회설' '<나선비구부경>의 무아·윤회설'은 불교 교리를 담고 있는 깊은 샘이자, 퍼내고 또 퍼내도 마르지 않는 샘물처럼 무아와 윤회라는 논리적 충돌을 양상시키고 있는 물줄기입니다. 

무아와 윤회에 대한 궁금증 해소시켜 줄 깊은 샘물

불교를 한마디로 정의하면 괴로움과 해탈입니다. 인간을 괴롭게 하는 여러 원인 중 가장 직접적인 원인은 욕망이라고 합니다. 욕망의 원인은 다른 아닌 나(我)이고, 욕망이 원인이 되는 그런 '나(我)'는 '고정 불변한 어떤 것'이 아니라 사실은 '몇 종류의 요소들이 임시로 모여 이뤄진 실체 없는 존재, 즉 무아적(無我的)인 것'이라고 합니다.

샘 없는 물이 있을 수 없듯 나 없는 욕망이 있을 수 없고, 욕망 없는 괴로움은 없다는 게 무아입니다. 이런 무아와 교리적 충돌을 낳고 있는 게 윤회입니다. 기원전부터 있었던 윤회, 불교에서 궁극적 목적으로 하고 있는 해탈을 가능케 하는 무아가 모순적이면서도 수용될 수 있었던 논리적 배경을 규명하고 교리적 설명을 체계화하고 있는 게 이 책의 내용입니다.  

어디에서 어떤 스님을 뵙게 되면 '무아와 윤회' '내가 없는데 어떻게 윤회를 하느냐?'고 물어 보고 싶습니다. 그때, 고개를 끄덕일 수 있는 속 시원한 답을 듣게 된다면 목 타는 갈증으로 괴롭던 중 깊은 샘에서 퍼 올린 물 한 모금을 얻어 마신 것만큼이나 몸과 마음이 시원해질 것입니다. 

'무아와 윤회' '내가 없는데 어떻게 윤회?'를 한다는 것인지가 지금 당장 궁금하다면, 그 궁금증이 타는 목마름처럼 점점 강해지며 쉬 해소되지 않는다면 <무아·윤회 문제의 연구>에서 깊은 샘을 찾을 수 있고, 갈증을 달래주는 샘물처럼 궁금증을 해소시켜 줄 한 모금쯤의 답을 얻을 수 있게 될 것이라 기대됩니다.

덧붙이는 글 | <무아·윤회 문제의 연구> (지은이 호진 / 펴낸곳 불광출판사 / 2015년 6월 26일 / 값 2만 8000원)



무아·윤회 문제의 연구

호진 지음, 불광출판사(2015)


태그:#무아·윤회 문제의 연구, #호진, #불광출판사 나선비구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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