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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일 오전 서울 영등포구 전국교직원노동조합 회의실에서 '민주주의 말살 전교조 탄압 규탄 및 총력 투쟁 선포 기자회견'이 열리고 있다.
▲ "전교조 탄압을 즉각 중단하라" 24일 오전 서울 영등포구 전국교직원노동조합 회의실에서 '민주주의 말살 전교조 탄압 규탄 및 총력 투쟁 선포 기자회견'이 열리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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합법노조 취소 위기에 놓인 전국교직원노동조합(아래 전교조)이 정부를 향해 '총력투쟁'을 선포했다. 해직자의 가입·활동을 허용하면 '법외노조'로 전환시키겠다는 고용노동부(아래 고용부)의 통보를 받아들이지 않겠다는 것이다. 이들은 정부의 통보를 '노동탄압'으로 규정하고 단식농성과 집행정지 가처분신청 등의 총력투쟁을 전개하기로 했다.

전교조는 24일 오전 서울 영등포 전교조본부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박근혜 정부가 마침내 전교조 죽이기 통첩장을 보내왔다"며 "노동기본권을 인정하지 않겠다는 반노동 선전포고"라고 비판했다.

전날 고용부는 해직자의 노조 가입을 허용하는 규약을 개정하고 해직자가 가입·활동하지 않도록 조치하라고 전교조에 요구했다. 그러면서 다음달 23일까지 이행하지 않으면 노동조합법에 따라 '노조 아님' 통보를 할 것이라는 공문을 보냈다.

전교조는 1999년 합법화 이후 매년 교육부·교육청과 단체교섭을 벌여왔다. 만약 이번에 합법지위를 박탈당할 경우 전교조는 사실상 단체협약체결권을 상실하는 등 노조법상 권리를 잃게 된다. 교육부와 교육청으로부터 지원받는 사무실 임대료 등도 받을 수 없게 된다.

"정부의 갑작스런 시정요구, 청와대의 '입김' 때문 아닌가"

전교조는 고용부 시정명령 통보를 절대 수용할 수 없다는 입장이다. "해고자의 조합원 인정 여부는 정부가 간섭할 일이 아니라 노조가 자주적으로 결정할 사안"이라는 것이다. 이들은 국내의 다른 노조와 해외 교원노조 사례를 예로 들며 전교조에 대한 고용부의 시정조치가 적절치 않다고 지적했다.

실제로 금속노조, 공공운수노조, 언론노조 등 대다수의 국내 노동조합은 해고자를 조합원으로 인정하고 있다. 프랑스·독일·일본·영국·미국 등의 국외 교원노조들은 해고자뿐만 아니라 학생, 퇴직자 등에게도 조합원 자격을 부여하고 있다.

국제 기준이나 국가인권위원회(아래 인권위) 등의 견해와 맞지 않다는 지적도 나왔다. 국제노동기구(ILO) 결사의자유위원회는 "조합원 자격요건은 노조가 재량에 따라 정할 문제"라며 조합원 자격을 제한한 법 규정을 폐지하라고 한국 정부에 여러 차례 권고했다. 지난 3월에는 긴급개입조치를 통해 시정명령 조치 등을 중단하라고 요구했다. 인권위 역시 2010년 일시적 실업자와 해고자 등도 노조법상 '근로자' 범위에 포함시키고, 해고자의 노조 가입을 부정하는 노조법 조항을 삭제하라고 권고했다.

전교조는 정부의 시정요구가 청와대의 '입김' 때문이 아니냐고 의혹을 제기했다. 해직자를 조합원으로 인정하는 규약은 전교조가 합법노조가 된 후 14년 동안 유지해온 것인데 갑작스럽게 '최후통첩'을 내리는 배경이 의심스럽다는 뜻이다.

하병수 전교조 대변인은 "해직자 조항과 관련해 고용부 쪽과 실무자 접촉 수준으로 만나기로 했는데 갑자기 일방적으로 시정요구를 통보해 왔다"며 "청와대의 지시 때문에 고용부가 급박하게 시정조치를 진행한 것으로 판단된다"고 말했다.

전교조 탄압 공대위 출범... ILO 등 국제기구에도 긴급개입 요청

전교조 김정훈 위원장이 전교조 탄압의 부당성을 발표하던 중 생각에 잠겼다.
▲ 굳게 입 다문 전교조 김정훈 위원장 전교조 김정훈 위원장이 전교조 탄압의 부당성을 발표하던 중 생각에 잠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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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정훈 전교조 위원장은 "전교조 설립취소는 단체에 대한 설립취소가 아니라 대한민국 국격에 대한 설립취소이자 국민 인격에 대한 모독"이라며 "박근혜 정부는 전교조에 폭력적으로 내린 문서를 거둬들여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시정명령을 이유로 아버지 시대 자행된 폭력을 되풀이해서는 안된다"고 강조했다.

전교조 조합원은 약 6만여 명이다. 이 가운데 사립학교 비리 투쟁 등으로 해고당한 교사는 22명이다. 정부가 파악한 해직자 조합원은 9명이다. 일각에서는 소수의 해직자를 배제하고서라도 단체 조합원들을 보호해야 하는 것 아니냐는 지적이 나온다.

이에 대해 김 위원장은 "단 한 명의 해직 선생님이라도 지켜야 한다는 공감대가 조합원 사이에 형성돼 있다"며 "시정명령 취소를 위해 투쟁하겠다는 뜻에 다들 동의하리라 믿는다"고 답했다.

"모든 역량과 방법을 총동원해 탄압을 저지하겠다"는 전교조는 이날부터 본부와 각 지부에 투쟁본부를 구성하고 총력투쟁을 전개한다. 오는 26일에는 김 위원장을 비롯한 전교조 지도부가 무기한 단식농성을 시작한다. 다음달 18, 19일에는 전 조합원이 연가를 내는 방식 등으로 집중 상경투쟁을 펼치기로 했다. 전교조 탄압 중단을 요구하는 교사선언도 진행한다.

또한 교육단체, 시민사회노동단체 등과 연대한 '전교조 탄압 저지 공동대책위원회'를 출범하고 합동기자회견을 열 계획이다. 국회 환경노동위원회와 교육문화체육관광위원회 야당 의원들과의 공동 대응과 더불어 ILO와 세계교원단체총연맹(EI)에 긴급개입을 요청할 예정이다.

법률 대응도 동시에 이뤄진다. 이들은 고용부 시정명령 통보의 근거가 된 노동법 시행령 9조 2항에 대한 헌법소원, 집행정지 가처분 신청 등 법률 방안을 강구해 이른 시일 내에 정부에 대응하겠다는 방침이다.

'민주주의 말살 전교조 탄압 규탄 및 총력 투쟁 선포 전교조 기자회견' 참가자들이 구호를 외치고 있다.
▲ "전교조 설립취소 중단하라" '민주주의 말살 전교조 탄압 규탄 및 총력 투쟁 선포 전교조 기자회견' 참가자들이 구호를 외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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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그:#전교조, #고용노동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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