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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운 겨울이 시작된 지 두 달이 지나고 어느새 2월, 봄을 기다릴 즈음이 되었다. 겨울철이면 3대 하천에는 철새들이 넘쳐난다. 시베리아에서 번식을 마친 철새들은 도심하천인 갑천을 찾아와 월동한다. 특히 탑립돌보(전민동 엑스포아파트 뒤편 갑천)에는 겨울 내내 2500여 마리의 철새가 찾아와 월동했다.

다양한 철새들 중에 유난히 우리를 기다리게 만드는 녀석이 있다. '백조'가 그 주인공이다. '백조의 호수'와 '미운오리 새끼'로 알려진 백조의 우리말은 고니이다. 매년 갑천을 찾아오는 고니는 고니류 중에서도 가장 큰 큰고니이다.

큰고니는 천연기념물(201호)과 환경부 지정 멸종위기종으로 보호받고 있다. 큰고니는 국제자연보전연맹(International Union for the Conservation of Nature and Natural Resource)에서도 희귀성과 생태적 중요성을 인정하여 적색자료목록(Red Data Book)에 등록하여 보호하고 있다.

전 세계 1500여 마리만 남아 있는 큰고니는 매년 겨울 갑천을 찾아왔다. 약 15~20마리 내외의 개체가 2004년부터 2010년까지 11월에서 2월까지 탑립돌보 등에 머물다 시베리아로 이동했다. 큰고니들에게 겨울철 서식처로서 탑립돌보 등지가 이용되었던 것이다.

1월 29일 갑천을 탑립돌보 찾아온 큰고니 2마리 한마리는 잠을 있는 모습
▲ 갑천에 찾아오는 큰고니 1월 29일 갑천을 탑립돌보 찾아온 큰고니 2마리 한마리는 잠을 있는 모습
ⓒ 이경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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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1년 겨울 갑천 인근 방동저수지에서 13마리가 관찰되고 갑천에서는 관찰되지 않았다. 2012년 11월부터 나는 큰고니가 다시 찾아오기만을 기다려왔다. 올해는 방동저수지에서조차 큰고니 소식은 없었고, 1월 중순까지 큰고니를 찾을 수 없었다.

그러던 1월 28일 반가운 연락을 받았다. 탑립돌보에 큰고니가 나타났다는 것이다. 두 달의 긴 기다림 끝에 고민없이 큰고니가 찾아온 탑립돌보로 향했다. 다행히 큰고니는 탑립돌보 하류에서 편안한 오후를 맞고 있었다.


하중도 인근에서 수초를 뜯어 먺기도 하고, 깃털도 손질하면서, 휴식과 채식을 하고 있는 모습을 볼 수 있었다. 비행하는 새 중에 가장 무게가 많이 나가는 큰고니는 다른 새들보다 긴 목으로 자연스러운 S라인을 만들면서, 화려한 자태를 뽐내고 있었다. 간혹 다른 오리들이 채식에 끼어들면서 경쟁을 하는 모습도 보였다.

하구나 중요한 철새도래지가 아닌 대전에 찾아와주는 큰고니에게 나는 늘 감사하다. 도시의 부족한 생태환경에서도 찾아와 월동하는 큰고니가 기특하기도 하고, 생태적인 건강성을 조금은 유지하고 있다는 안도감이 들기도 한다.

다른 오리류들과 함께 유유자적 탑립돌보에 머무르는 큰고니를 보면서 두 달간 기다림의 긴장감을 떨쳐버릴 수 있었다. 기다리면서 초조함을 가진 것은 다시는 탑립돌보에서 큰고니를 볼 수 없을지 모른다는 불안함 때문이었다.

그동안 탑립돌보의 우안(하천을 아래로 내려다봤을 때 우측편)에 자전거도로와 산책로를 4대강 사업으로 추가로 건설하면서, 안정적인 휴식처로서의 역할을 하지 못하고 있는 것은 아닌지 걱정할 수밖에 없었다. 과거 사람들이 접근하지 못하면서 도시 하천이지만 사람과의 일정한 거리를 확보할 수 있었던 것에 비하면, 서식지 환경이 훼손되었기 때문이다.

다행히 2마리의 큰고니가 찾아왔다. 1월 말에서야 찾아온 것은 아마 시베리아로 북상하기 전에 잠시 들른 것일 가능성이 높다. 며칠간이나마 갑천을 찾아온 것 자체는 이후에도 큰고니가 찾아올 가능성을 확인했다는 점에서 다행스러운 일이다. 하지만, 큰고니의 월동지(겨울내 지속적으로 서식하는 장소)로서의 역할을 다시 할 수 있을지는 아직 미지수이다. 사람의 경계를 많이 하는 큰고니가 하천 양안에 조성된 자전거도로와 산책로로 이동하는 사람에게 어느 정도 적응할 수 있을지가 큰 관건 중에 하나이며, 하천의 준설이나 서식처 보전의 반향이 어떻게 진행될지가 매우 중요하다.

4대강 사업으로 갑천과 유등천이 정비되면서, 상당한 준설과 하천주변의 시설물들이 증가하면서, 생태계에 악영향을 미친 것이 사실이다. 대전환경운동연합 조류조사 결과 2010년에 비해 2011년에 감소한 것이 확인되었다. 올해도 역시 갑천 조류서식현황은 지난해 보다 크게 개선되지 않았기에, 큰고니의 서식환경을 개선하는 대전시의 노력이 필요하다(참고
"4대강 사업 이후, 대전 3대하천 조류 급감").

제방공사와 자전거도로(아래쪽)등이 4대강으로 건설되었으며, 건너편 제방에는 사랍이 접근하지 않던 곳에 산책로겸자전거도로를 건설했다.
▲ 탑립돌보 전경 제방공사와 자전거도로(아래쪽)등이 4대강으로 건설되었으며, 건너편 제방에는 사랍이 접근하지 않던 곳에 산책로겸자전거도로를 건설했다.
ⓒ 이경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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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전시는 매년 조류조사를 진행하는 대전환경연합 등의 민간·전문가들과 함께 겨울철 찾아오는 조류서식현황을 파악하고, 서식지의 보전과 부족한 먹이를 공급하는 등의 노력을 기울여야 한다. 조류서식처로서의 역할을 하는 중요 지역을 보호하지 않는다면, 대전에서 철새를 보기는 어려워 질 것이다. 또한, 탑립돌보 등 주요조류 월동지에 조성된 자전거도로나 산책로의 경우는 양안(하천의 양쪽) 중에 한쪽을 통제하는 등의 적극적인 조치들을 진행하는 것이 필요해 보인다.

제방공사와 산책로등이 탑리돌보 인근에 진행되었다.
▲ 지난해 4대강 사업을 진행한 갑천 탑리볼보 좌안제방 제방공사와 산책로등이 탑리돌보 인근에 진행되었다.
ⓒ 이경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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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전시 탑립돌보가 겨울철 '백조의 호수'처럼 큰고니들이 편안한 월동지가 되기를 바란다. 2000년대 초반 하천에 과도한 준설이나 평탄화 작업 등을 시행하지 않으면서 2004년부터 큰고니들이 갑천을 찾아온 것은 주지의 사실이다. 과거 이런 사실들을 복기해보면서 큰고니를 위한 어떤 선택이 필요한지를 고민해야 할 시점이다. 대전시의 미운오리새끼처럼 큰고니의 가치를 알아보지 못하는 우를 범하지 않기를 바란다. 큰고니가 대전의 탑립돌보에서 미운오리새끼가 아닌 백조가 될 수 있기를 바란다.


태그:#갑천, #큰고니, #탑립돌보, #4대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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