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7일 횡령·배임 등의 혐의로 징역 10년을 선고받은 임병석 C&그룹 회장이 "대검 중수부의 C&그룹 수사는 박지원, 정두언, 이성헌 의원 등을 겨냥했다"고 주장해 중수부의 정치권 표적수사 논란이 재연될 것으로 보인다.
이는 <오마이뉴스>가 최근 입수한 임 회장의 24일자 옥중메모를 통해 확인한 것이다. 임 회장은 옥중메모에서 "중수부는 박지원 장관과 민주당, 친이계 소장파(정두언 의원), 친박계 의원(이성헌 의원) 등을 겨냥한 것으로 느꼈음"며 "이것은 확실함"이라고 적어 눈길을 끈다.
대검 중수부가 지난해 C&그룹 비리를 수사할 때 횡령·배임 등 '기업비리'보다는 비자금 조성을 통한 '정관계 로비'를 겨냥하고 있었다는 주장이다. 하지만 대검 중수부 쪽은 "(임 회장에게) 정관계 로비를 불라고 한 적 없다"고 임 회장의 주장을 일축했다.
"큰 건이 없는 상황에서 큰 건만 요구... 호남기업이라고 보복성 수사"그러나 임 회장의 옥중메모는 그간 '설'로만 떠돈 정치권 표적수사 논란을 뒷받침하는 것이어서 주목된다. 실제로 지난해 C&그룹 비리수사 당시, '검찰발 언론보도' 등을 통해 박지원 민주당 의원이 지난 2008년 임 회장을 만나 그룹 구명을 부탁받았고, 이성헌 한나라당 의원은 박근혜 전 대표와 임 회장의 만남을 주선했다는 의혹이 터져 나왔다.
하지만 대검 중수부는 임 회장을 비롯해 전·현직 임직원 14명을 횡령·배임 등의 혐의로 기소하는 데 그쳤다. 임 회장의 경우 256억 원 횡령, 1612억 원 배임, 1조543억 원 사기대출 등의 혐의를 받았다. 다만 광범위한 계좌추적에도 비자금과 관련된 차명계좌나 비자금 통장은 발견되지 않았다.
또한 임 회장은 또 다른 옥중메모에서 "이번에 수사받을 당시 (검찰에서) '정관계(로비)를 불어라'고 했다"며 "A검사는 내가 불지 않으면 (윤상림 게이트의) 윤상림이 17번(17개의 공소사실로) 기소했으니 나에게도 기소를 많이 하겠다고 협박했다""고 주장했다.
실제 임 회장의 주장대로 체포영장 시 7개였던 혐의는 구속영장시에 5개로 줄었다가 3차례에 걸친 기소 끝에 18개로 크게 늘었다. 임 회장쪽은 이를 정관계 로비 수사에 협조하지 않은 대가라고 주장하고 있다.
이어 임 회장은 "1차 기소 후에 추가기소를 안 했으면 해서 우리가 알고 있던 내용들을 줄 테니 석방해줄 수 있느냐고 (제안)했으나 큰 건이 없는 상황에서 큰 건만을 요구했다"며 "하지만 검사와 수사관들은 계속 (큰 건을 불라고) 종용했다"고 말했다.
임 회장은 "내가 협조할 것이 없다고 생각한 A검사는 '이제 기업수사로 전환해서 나를 죽이겠다'고 협박했다"며 "즉 '안 불면 10년 이상 교도소에 있어야 할 것이다'(고 협박했다)"고 주장했다.
또한 임 회장은 "이 정도 수사해서 (나온 게) 없으면 C&(그룹)과 내가 비교적 깨끗한 기업인이고 기업인데 그것을 인정하기 싫어 내가 (정관계 로비를) 안 분다고, 반성을 안 한다고 22.5년을 구형했다"며 "이것은 기업가 정신과 기업을 죽이는 수사"라고 주장했다.
임 회장은 "DJ(김대중) 정권, 노무현 정부에서 컸다고, (대구지역 기업인) 우방을 인수했다고, 호남(기업)이라고 해서 보복성, 감정섞인 수사(를 했다)"며 "이런 잣대를 댄다면 우리나라 기업에서 살아남는 기업이 있겠는가"라고 부당한 검찰수사를 성토했다.
특히 임 회장은 "이런 수사를 보면서 중수부는 폐지되어야 한다(는 걸 느꼈다)"며 "(대검 중수부 소속의) A, B 같은 정치검사들을 포함 (검찰) 수뇌부는 전부 물러나야 한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임 회장을 수사했던 대검 중수부의 한 검사는 27일 <오마이뉴스>와 한 전화통화에서 "임 회장에게 '정관계 로비를 불어라'고 얘기한 적 없다"며 "임 회장도 정관계 로비에 관해 (검찰에서) 얘기한 적이 없다"고 해명했다. 그는 '정관계 로비 수사는 했느냐'는 기자의 질문에 "내가 대답할 사안이 아니다"라고 말문을 닫았다.
한편 서울중앙지방법원 형사24부(부장판사 염기창)는 27일 오후 2시 횡령과 배임, 분식회계와 대출사기 등으로 기소된 임 회장에게 징역 10년을 선고했다. 다만 횡령과 분식회계 혐의 가운데 일부는 무죄로 인정돼 검찰 구형량(22년 6개월)보다 낮아졌다.
"별건수사, 먼지털이식 수사는 자제되어야 한다" |
다음은 임병석 C&그룹 회장의 최후진술서 중에서 대검 중수부의 수사에 문제제기한 부분만 발췌한 것이다.
"저는 평생 제대로 된 수사는 두 번을 받아 보았으며, 그 두 번 모두 중수부에서 받았습니다. 노무현 전 대통령이 중수부 수사를 받고 자살한 사건 이후 제가 수사를 받았고, 또한 2006년에 이어 4년이 지난 2010년 다시 수사를 받으면서 그때나 지금이나 수사의 관행이 바뀌지 않고 전근대적인 수사를 되풀이하는 것을 보고 많은 개선이 있어야 하겠다고 생각을 했습니다. 대통령이 퇴임 후 자살하는 전통을 막아야 합니다. 기업수사에 대한 것도 마찬가지입니다.
적어도 중수부가 존재하려면 인력과 기법 등 많은 부분이 개선되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또한 피의자가 많은 부분을 승복하는 수사가 되기 위해서는 체포영장에 나타난 것 이외에는 별건수사 및 먼지털이식 수사는 자제되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체포할 정도로 중수부가 액션을 취했다면 확실한 것이 나와야 하며 그렇지 않으면 불구속을 해야 합니다.
저는 이전 임채진 전 검찰총장과 개인적인 인연으로 지인들과 총장실에서 2번 정도 방문을 한 적이 있습니다. 그 분의 소신이 별건수사를 해서는 안된다는 것입니다. 정관계가 나오지 않는다고 모든 것을 털어버리면 수사를 받는 입장에서 승복을 할 수 있을 것인지를 반문해 보아야 합니다. 피의자의 입에 의존하고 기업을 담보로 하는 수사는 반드시 없어져야 합니다. 이것은 기업가 정신을 죽이고 한국사회에 미치는 보이지 않는 피해가 막대한 것입니다.
검찰의 권력은 받드시 견제되어야 하고 국민의 신뢰를 받기 위해서는 필수적인 것입니다. 언론은 상업적일 수밖에 없지만 도가 지나치고, 이것이 검찰의 이해와 정권 이해가 합치되어 푸닥거리하는 느낌을 받았습니다. 확인되지 않은 피의사실이 무자비하게 공포되는 관행이 아직도 개선되지 않고 있고, 언론에 의해 기업인(아무리 실패를 하였다더라도)을 파렴치범으로 일단 몰고 가서 처리하는 관행도 없어져야 할 것입니다.
저는 기업을 하면서 가장 어려웠던 일이 항상 DJ자금이 들어간 기업이라는 출처 불명의 루머 때문에 과거 10년 이상을 시달려왔습니다. 기업의 성장을 정권과 지역과 연관지어 해석하는 상황의 피해자일 수도 있습니다. 저와 같은 불행한 기업인이 이땅에 다시는 양산되지 않기를 바랍니다. 사업가는 사업외적인 부분에서 많은 영향을 받아서는 안된다고 봅니다. 또한 항상 내사에 시달리고 검찰이 경영환경을 너무 지배하고 견제장치가 없다는 부분에 대해서도 문제의식을 가지고 있습니다.
지역적인 문제와 관련해서는 우방을 예를 들어 우방의 구사주는 호남정권에 희생되엇고 또한 C&그룹은 현 정권에 손봐진 것이라는 환경도 우리 세대가 개선해 가야 할 것입니다. 요사이 호남기업 중에 제대로 가는 기업이 별로 없는 이유가 무엇이겠습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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