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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마이뉴스의 모토는 '모든 시민은 기자다'입니다. 시민 개인의 일상을 소재로 한 '사는 이야기'도 뉴스로 싣고 있습니다. 당신의 살아가는 이야기가 오마이뉴스에 오면 뉴스가 됩니다. 당신의 이야기를 들려주세요.】

지난 30일 저녁상차림은 미역국에 떡갈비였습니다. 미역국은 아내가 어제 끓여준 것이고, 떡갈비는 제가 했습니다. 고기를 다진 것까지는 아니고요. 좋은 재료를 구해서 맛나게 굽는 것 정도를 했습니다. 그리고 설거지까지 완료!

 

그런데 설거지를 하는 데 문득 참 재미난 생각이 들더군요. 많은 남편들이 설거지 등 집안일을 하고도 욕을 먹는 이유가 생각났던 것입니다. 참 그렇지요. 오랜만에 큰 마음먹고(?) 요리며 설거지까지 완벽하게 한 것 같은데, 꼭 나중에 보면 말이 나옵니다. 왜 그런 것일까요?

 

1. 꼭 티를 낸다

 

가만보면 집안일을 자주 안하는 남편일수록 티를 냅니다. 뭐 내가 마음만 먹으면 잘 하는데 한번 해줘버릇하면 고마운 줄을 모른다나 어쩐다나. 또는 원래 고수는 함부로 나서는 게 아니라는 등 말입니다.

 

사실 저도 여기서 그리 자유롭진 않은데요. 살림을 그렇게 하면서도 아직도 이런 마음이 듭니다. 아무래도 저 역시 '집안일은 여자가 하는 건데, 내가 특별히 수고를 하고 있다' 는 식의 사고에 빠져있는 게 아닌가 싶습니다.

 

2. 정리가 깔끔하지 못하다

 

이게 참 문제입니다. 일단 일을 벌여놓는 것까지는 좋습니다. 그런데 나중에 뒷정리까지 했다는 모습을 보면 시원치가 않습니다. 그러니 꼭 아내들이 다시 뒷정리를 싹~다시 하게 되지요. 말하자면 일을 두 번 하게 한다는 얘기입니다.

 

왜 그런 것일까요. 참 이해하기 어려운 일입니다. 군대서는 그렇게 각을 잡던 사람도 살림만 하면 그런 것 같습니다. 평소에 손이 익지 않아서 그런 것인지.

 

Before & Afte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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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임정혁

 

3. 일회성 이벤트에 그치는 경우가 많다

 

요즘은 맞벌이 가정이 대부분이지요. 하지만 맞벌이 가정조차 가사분담은 잘 이뤄지지 않고 있습니다. 실제 이 부분에 대한 질문을 해보면 대부분의 부부는 "가사분담을 하는 것이 당연하다"고 이야기 합니다. 

 

하지만 현실은 그렇지 않습니다. 언론보도를 통해 발표된 서울여성가족재단의 보고서를 보면 아내의 경우 남편보다 직장과 집안에서의 노동시간을 합한 결과 최소 1시간 38분 이상 많은 것으로 나오더군요. 즉, 여전히 가사는 여성의 영역이란 생각이 지배적이고, 남편의 가사분담에 지속성이 부족한 경우가 많다는 얘기입니다.

 

4.꼭 하라는 것만 한다

 

설거지를 해달라하면 정말 설거지만 합니다. 설거지를 하면 자연스레 싱크대도 닦고, 가스레인지 등에 묻은 오물도 함께 처리해줘야 하는데, 정말 설거지만 한다는 것입니다.

 

제가 우스갯소리 하나 할까요? 제 아내가 들려준 얘기인데요. 어느 가정에서 부인이 남편에게 아이를 좀 봐달라고 했답니다. 그랬더니 남편이 자신있게 알겠다고 했지요. 그런데 얼마 지나지 않아 아이가 막 울더랍니다. 알고보니 정말 아기를 보고만 있더란 것이죠.

 

평소에 어떻냐가 중요한 것 같습니다. 확실히 평소에 잘 안하면 손에 익숙지 않지요. 그러니 뭔가 허술해 보이게 됩니다. 어차피 서로 맞벌이 하느라 똑같이 힘든 요즘입니다. 서로 가사를 함께 해나갈 수 있도록 노력할 필요가 있겠지요.

 

다만 바람이 하나 있다면, 아내분들께서도 남편의 허술함을 이해해주시면 합니다. 우리는 참 이런데 익숙치 않은 문화에서 성장했습니다. 어수룩한 게 당연하다는 거지요. 하나씩 하나씩 나아지고, 변해가는 것이니 기왕이면 좋은 말로 격려해주는 게 좋지 않을까요. 칭찬은 고래도 춤추게 한다는데 말이죠.

덧붙이는 글 | 이기사는 필자의 블로그 [라이프]하늘바람몰이(http://kkuks81.tistory.com)에도 실렸습니다. 오마이뉴스는 직접 작성한 글에 한해 중복 게재를 허용하고 있습니다.


태그:#살림, #집안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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