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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는 현재 성교육 전문가로 활동하고 있습니다. 교육분야는 크게 양성평등, 성희롱 예방, 성매매 예방, 성폭력 예방교육 이렇게 네 가지입니다. 그런데 어느 교육을 가든지 공통점이 있습니다. 늘 '학생'만이 교육의 대상이란 것입니다. 우리는 아동 성폭력 등을 보며 매우 불안해하고 혀를 차면서도 정작 자신이 이 교육을 받아야 함을 인정하지 않습니다.

 

아이에게만 조심할 것을 강요하는 000 세상!

 

일산에서 한 초등생이 납치될 뻔한 적이 있습니다. 이때의 모습이 생생하게 CCTV에 잡혔는데요. 당시 가해자는 이 여아를 수차례 강하게 발로 차며 억지로 끌고 가려는 시도를 합니다. 어린이는 엘리베이터 안전바를 붙잡고 강하게 저항을 하지요. 그러나 이내 강력한 충격을 받아 끌려가는 모습이 잡히고, 비명소리를 들은 이웃집 아주머니가 나오며 무사히 구출되는 모습이 보입니다.

 

저는 이 영상을 보면서 이 어린이가 참으로 용감하다는 생각을 했습니다. 그러면서도 몸이 매우 많이 상했을 것이란 생각을 하였습니다. 사실 어른도 복부에 수차례 발길질을 당하면 정상적으로 버틸 수가 없습니다. 하물며 초등학생 여자 어린이는 어떨까요. 두말할 필요 없이 매우 고통스러웠고, 큰 충격을 받았을 것입니다.

 

하지만 우리는 참으로 우습게도 아이들에게만 '몸조심'하라 얘기합니다. 교육도 아이들에게만 시킵니다. 도대체 무엇을, 어떻게 조심하라는 건지요. 또 누가 나쁜 사람인줄 알고 조심하라는 건지요. 이제 겨우 초등학생인 아이들이 저 무자비한 어른을 어떻게 감당하라는 건지요.

 

부모님 역시 아동 성폭력 예방교육을 받아야 하는 이유

 

아동의 안전을 지키는 것은 국가에 1차적 책임이 있습니다. 저 역시 지난 글에서 이 점을 지적하였습니다. 그러나 국가가 나서는 것을 가만히 앉아서 보기만 할 수는 없습니다. 물론 부모님께서 바쁘신 것도 압니다. 요즘처럼 어려운 시대에 맞벌이를 안 할 수가 없지요. 또 비정규직이란 현실을 무시하자는 것도 아닙니다.

 

그러나 이미 해마다 1000건 이상의 아동 성폭력이 발생하는 게 현실입니다. 즉, 부모님 역시 어떻게 해야 내 아이를 지킬 수 있고, 문제가 생겼을 때 어떻게 처리해야 하는지를 미리 숙지해 두셔야만 한다는 것입니다. 안타깝지만 우리는 이 현실을 인정해야 합니다.

 

또한 아동 성폭력은 단순히 '이럴 땐 이렇게 해라'는 상황별 대처법 숙지만으로 예방되지 않습니다. 더 중요한 것이 바로 자기 몸에 대한 긍정입니다. 그리고 분명한 자기 표현이며, 주체적인 판단능력을 갖게 하는 것입니다. 그런데 이런 것들은 한두 번의 특강이나 학교 교육만으로는 형성되지 않는다는 게 중요하지요. 즉, 가정교육이 바로 아동 성폭력 예방의 시작이란 것입니다.

 

가령 목욕을 한 번 할 때도 아빠 또는 엄마가 일방적으로 시키는 것보다는 아이가 적어도 자신의 성기만큼은 스스로 닦을 수 있게 해야 합니다. 그래서 부모님도 이 부분을 소중한 곳으로 존중해준다는 걸 알게 해줘야 하지요. 그래야만 '성적 자기 결정권'에 대한 의식이 어릴 때부터 싹틀 수 있습니다.

 

부모 교육을 위한 제안

 

저는 부모 교육 방법론으로 학교에서 진행하는 1년 10시간의 성교육 중 1시간을 의무적으로 부모님 교육으로 잡을 것을 제안합니다. 그런데 직장 생활 등으로 직접 참여가 어려운 부모를 위해 직접 참여와 사이버 교육 등으로 세분화하여 더 용이하게 받을 수 있도록 하면 좋겠습니다. 그리고 이것을 시리즈로 구성해 하나의 코스 이수가 가능토록 할 것을 제안합니다.

 

아니면 1년에 한두 번씩 있는 학부모 초청의 시간을 이용하는 것도 좋겠습니다. 대개 이때는 보여주기식 행사를 많이 치르게 됩니다. 그 시간을 절반 정도로 줄이고, 나머지 시간을 교육하는 데 이용해보자는 거지요.

 

또한 이것을 아빠가 예비군이나 민방위 훈련 때 이수하여 학교에서 받아야 할 1시간 의무교육을 대체할 수 있도록 하는 것도 좋은 방법입니다. 요즘에는 이미 성 관련 교육이 진행되고 있긴 하지만 아동 성폭력에 관한 것은 없지요. 두 딸을 가진 제 처지에서 보면 아동 성폭력 예방교육이라 하면 계속 졸기만 하지는 않을 것 같습니다. 훨씬 실제적이고 효율적이란 얘기입니다.

 

부모님이 먼저 아이들의 성을 존중해주어야 합니다. 또 의사표현을 존중해 주어야 합니다. 그런데 자녀의 의견을 잘 들어주고 존중하는 건 그리 쉬운 일이 아닙니다. 이론적 바탕이 있어야 하고, 훈련이 필요합니다. 그러나 우리는 이런 교육을 받은 적이 없습니다. 그러니 내가 먼저 교육받아야 함을 인정해야 합니다. 바로 이 '인정'이 내 자녀를 아동 성폭력으로부터 보호하는 첫걸음이 될 것입니다.

덧붙이는 글 | 이 기사는 필자의 블로그 [라이프] 하늘바람몰이(http://kkuks81.tistory.com)에도 실렸습니다. 오마이뉴스는 직접 작성한 글에 한해 중복 게재를 허용하고 있습니다.


태그:#아동성폭력, #성폭력예방교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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