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딸에게 꼭 전해주고 싶은 세 가지가 있습니다. 바로 신앙, 운동, 독서입니다. 신앙과 독서는 제 자신이 신학교를 나왔고 심심할 때마다 하는 게 책읽기라 아이가 자라면서 자연스럽게 배울 거라는 기대를 갖고 있습니다.

 

하지만 운동은 조금 다르지요. 아무리 부모가 잘하고 좋아해도 본인이 싫어하고 감각이 없으면 어쩔 수 없습니다. 휴, 그런데 다행히도 지금 39개월 된 제 딸아이는 상당한 운동신경이 있어 보입니다. 저와 함께 곧잘 등산도 하고 말이지요.

 

어린 시절 나를 지켜주던 태권도, 딸 아이에게 가르치다

 

제가 딸아이에게 특별히 전해주고 싶은 운동은 바로 '태권도'입니다. 어린 시절 부모님과 헤어져 시골에 내려갔을 때 저는 참 외롭고 많이 힘들었습니다. 서울에서 내려온 하얀 얼굴의 소년이 시골 친구들은 싫었던 거지요. 참 많이도 맞고 지냈습니다. 자연스레 저는 점점 자신감이 없어졌지요. 바로 그때 제가 배운 것이 태권도입니다.

 

제가 처음 태권도를 배웠던 80년대는 지금과는 상당히 달랐습니다. 즉, 체육이나 놀이, 스포츠 중심이라기보다 일격필살의 무도적 성격이 강했던 것입니다. 특히, 제가 다니던 도장은 군 부대 앞에 있던 것이어서 상당히 엄격하게 수련했던 기억이 납니다.

 

엄청난 정권단련과 발차기, 체력훈련에 눈물을 쏙 빼곤 했지요. 하지만 태권도를 통해 저는 자신감을 얻고, 세상을 이겨나갈 힘을 얻었습니다. 당연히 친구들에게 맞지도 않게 됐지요. 제게는 참으로 특별한 의미의 '태권도'입니다.

 

딸아이와 함께 집 앞 공터로 나가 한참을 뛰어놀았습니다. 함께 몸풀기도 하고, 달리기도 했습니다. 그리고 이제 차렷, 열중쉬어를 가르치고 태권도 기본자세를 가르쳐 보았습니다. 오~ 이 녀석. 곧 잘 따라합니다. 태권도 준비 자세를 갖췄습니다.

 

저는 자신감이 생겼습니다. 딸아이도 상당히 좋아한다 생각했지요. 그래서 이번에는 주먹 쥐는 법을 가르쳤습니다. 오호~ 이 녀석이 주먹을 제법 다부지게 쥡니다. 그리고 제 손바닥에 지르기도 하네요. 저는 기분이 좋아졌습니다. 그래서 이번에는 앞차기를 가르쳐 보았습니다. 상당히 유연하게 발을 쭉쭉 뻗는 걸 볼 수 있었습니다.

 

하하, 이거 아빠가 너무 잘 가르쳐준 건지 딸아이가 똑똑한 건지... 아무튼 상당히 진도가 잘 나가는 편이었습니다.

 

그래서 이번에는 지금까지 배운 걸 종합해 보려 했습니다. '차렷-열중쉬어-준비-원투 지르기 후 앞차기'까지 가는 것입니다. 아까 잘 배웠는지 곧잘 쫓아옵니다. 준비까지 잘 왔습니다. 그리고 원투 지르기와 앞차기를 하려던 순간이었습니다. 갑자기 딸아이가 엉덩이를 빼더니!!

 

"주먹 쥐고~손을 펴서~손뼉 치며 노래 부르자~"

 

엥? 이게 웬일인지요. 딸아이는 약 30분 동안 배운 걸 뒤로한 채 노래를 부르는 게 아니겠습니까! 아~ 이거 어찌나 황당하고, 웃기던지...^^

 

그런데 그 순간 문득 얼굴이 화끈거리는 게 느껴졌습니다. 사실 저는 약 30분 동안 '나쁜 사람이 건희를 괴롭힐 때'라는 말을 했습니다. 그리고 그 사람을 공격하는 법을 가르쳤습니다. 아마도 이 말은 딸아이에게 세상에 대한 적개심과 사람에 대한 불신을 심어주었을 것입니다.

 

그러나 딸아이는 그 순수한 마음으로 '주먹을 펴고 노래 부르자'고 하였습니다. 물론 딸아이가 의도하지는 않았겠지만 폭력과 불신보다는 노래와 사랑이 담긴 녀석의 마음이 드러난 것입니다.

 

그렇지요. 우리는 아이들에게 경쟁에서 이기는 법을 가르치지만 그보다 먼저 함께 사는 법을 가르쳐야 할 것입니다. 또 폭력과 불신의 세상을 말하기 전에 내가 신뢰할 만한 사람이 되고, 사랑을 전하자는 말을 해야 할 겁니다. 머리만 차가워지는 공부가 아니라 가슴이 따뜻해지는 공부를 시켜야 할 것입니다.

 

하하, 오늘도 딸아이에게 한 수 배웠습니다. 이제는 저 역시 꽉 움켜진 주먹을 펴고, 손뼉 치며 노래부를 수 있는 삶을 살아야겠습니다. 이렇게 살아갈 때에 우리 아이들이 살기에 더 좋은 세상이 만들어 질 수 있겠지요.

덧붙이는 글 | 이 기사는 필자의 블로그 [라이프]하늘바람몰이(http://kkuks81.tistory.com)에도 실렸습니다. 오마이뉴스는 직접 작성한 글에 한해 중복 게재를 허용하고 있습니다.


태그:#태권도, #율동, #육아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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