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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강○○의 충격적인 살인 관련 뉴스가 연일 보도되고 있다. 그의 현장검증 모습과 범행수법을 보면 남자인 나조차 치가 떨린다. 하물며 여성의 입장에서는 오죽하랴. 여기저기 무섭다는 말이 나오고, 호신용품이 불티나게 팔리는 것은 지극히 당연한 결과이다.

한번은 스치듯 '딸 자식 가진 게 죄'라는 소리를 듣기도 하였다. 어떤 이는 '딸 간수 잘하라'하기도 하고, '딸자식 교육 잘 시키라'는 말을 하기도 한다. 이해가 된다. 가까운 이를 걱정해주는 마음일 것이니 고맙기도 하다.

하지만 뭔가 뒤끝이 좋지 않다. 일단 '그래야겠다, 정말 무서운 세상이다' 맞장구 치지만 그리 편치가 않다. 형식 논리로 따져 범죄자가 주로 남자이니 '아들 간수 잘해야 한다'거나 '아들 교육 제대로 시켜라'라고 말해야 하기 때문이 아니다. 

이 잔혹한 범죄 앞에서 우리 사회가 그 속에 담긴 그 무엇. 예컨대 이런 범죄자가 양산되는 구조와 또한 이에 대한 해결점 등에 대한 고민 없이, 별 근거를 찾을 수 없는 성고정관념에 얽매여 '딸자식 관리 잘하라' 쉽게 말해버리는 참을 수 없는 가벼움 때문에 그렇다.

사실 유전자나 정신 자체에 문제가 있는 경우는 정말이지 어쩔 수가 없다. 영화 마이너리티 리포트처럼 범죄 전에 찾아가 붙잡을 수도 없고, '당신 유전자 검사 한번 해봅시다' 할 수도 없는 노릇이다. 이런 경우는 문제가 생긴 후 사후 처벌 및 관리가 철저한 것이 최선이다.

진짜 문제는 멀쩡하게 잘 살다가도 어느 순간 범죄자로 만들어버리는 이 사회구조이다. 꾸벅꾸벅 졸게나 만드는 틀에 박힌 성교육,  인성은 사라져 보이지 않는 교육체계, 나같이 조용히 살려해도 저절로 분노가 쌓이는 사회구조, 내면에 가득한 분노를 적절히 풀어낼 수 없는 문화, 무엇보다 근본적으로 자신의 가족마저 돈 때문에 살해하는 끝없는 물신주의의 팽배!

결국 우리 사회가 안고 있는 이런 수많은 아킬레스 건은 강○○이 싸이코패스라며 개인의 문제에만 집중할 때에 이미 어딘가에서 또 다른 강력 범죄자를 양산하는 틀이 되고 말 것이다.

그런데 우리는 이를 보지 못하고 그냥 지나치는 듯하니, 이런 일이 생길때 마다 무슨 죄인이라도 된 거마냥 긴장해야하는 딸자식 가진 부모 입장에서는 참으로 답답하고, 안타까운 일이 아니겠는가.

필자는 지금처럼 먹고 사는 데만 올인하는 사회 풍조에서는 어떤 대책을 세워도 이런 일이 늘어나면 늘어났지 결코 줄어들 수 없을 것이라 생각한다. 상처부위를 도려내는 수술도 필요하지만 체질을 바꿔야 진짜로 질병이 낫지 않겠냐는 얘기다.

요즘 아이들 덩치만 컸지 체력도 체질도 약하다하는 데, 이게 사회의 성장과도 똑같다. 버스를 기다리다 비명횡사해야 하는 이런 사회에서 국민소득 몇 만불이 되고, 세계 몇 대 경제강국이란 타이틀이 무슨 소용이란 말인가. 그저 알맹이 없는 껍데기에 불과하지 않겠는가.

덧붙이는 글 | 이기사는 필자의 블로그 [라이프] 하늘바람몰이에도 실렸습니다. 오마이뉴스는 직접 작성한 글에 한해 중복 게재를 허용하고 있습니다.



태그:#경기서남부연쇄살인사건, #연쇄살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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