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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재홍 열린우리당 개혁과제준비기획단장
ⓒ 오마이뉴스 권우성
그동안 학계와 시민단체에서 줄기차게 제기돼온 언론개혁이 17대국회 개원과 함께 정치권의 주요 현안으로 본격 부상할 전망이다.

열린우리당 개혁과제준비기획단장을 맡고 있는 김재홍 당선자는 4일 출입기자들과 오찬 간담회를 갖고 "언론사주 소유지분 제한, 편집제작위원회 구성, 공동배달제가 언론개혁의 핵심이 될 것"이라고 밝혔다.

최근 지지자들 사이에 당의 개혁마인드를 둘러싼 불만이 터져나오자 정동영 의장이 개혁과제준비기획단의 구성을 지시했고, 김 당선자가 언론개혁 분야의 책임자로 선임됐다.

김 당선자는 특히 5월중 정치권과 학계, 시민단체 등에 언론개혁국민협의회를 제안할 방침인데, 이같은 움직임은 "열린우리당 내에서도 언론개혁이 공론화되기 힘들 것"이라는 비관론을 뛰어넘는 신속한 대응이어서 앞으로의 논의방향이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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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유지분제한-편집제작위원회-공동배달제가 언론개혁 핵심"

김 당선자는 "언론개혁 문제를 놓고 기자들의 전화가 많아서 기자들과의 간담회를 갖기로 했다. 한국정치에서 언론을 빼고 얘기가 되나? 정치인들이 가장 눈치보는 게 언론인데, 언론은 최우선 개혁대상"이라며 말을 이어갔다.

다음은 이날 김 당선자가 기자간담회에서 밝힌 내용을 요약한 것이다.

언론사주 소유지분 제한 = 언론사주들의 사유재산권을 건드리는 민감한 문제이기 때문에 열린우리당이 조심스럽게 접근하면서도 가장 논란이 될 부분이다. '사유재산권 침해' 논란에 대해 독과점 규제 차원에서 접근한다는 것이 열린우리당의 기본 방침이다.

김 당선자는 "우리나라 재벌들은 5% 지분으로도 법망을 피해나가며 회사를 지배하는 현실"이라며 "중앙일간지의 경우 15% 이상의 시장점유율을 차지하는 신문사는 대주주와 대주주의 직계가족 등 특수관계인이 15∼20% 이상의 지분을 가지지 못하게 해야 한다"고 말했다. 김 당선자는 "한두 사람이 독단적으로 회사를 운영할 수 없도록 대주주의 숫자도 몇 명 이상이 되도록 해야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지분제한 이후 나머지 주식들은 소액주주들에게 골고루 배분하게 해서 영향력이 많은 언론일수록 소액주주들의 감시와 통제를 강화하겠다는 방침이다. 중앙일간지뿐만 아니라 부산일보, 매일신문 등 특정 지방신문이 특정 권역에서 지배적 위치를 차지하는 현상을 해소하는 것도 공청회 등에서 논의하는 문제를 검토하고 있다.

그는 "세계사적으로 언론사 소유지분 제한의 전례가 없다"는 지적에 대해 "유럽에서는 신문, 방송을 한꺼번에 소유하는 미디어그룹들이 있는데, 이들이 인수·합병(M&A)을 함부로 못하게 하는 등 그룹 점유율이 높아지지 못하도록 법적 조치를 취한다"고 예시했다.

김 당선자는 "미국의 뉴욕타임스와 워싱턴포스트도 족벌언론이라고 하는데, 언론인의 양식과 양심이 지배하는 미국과 한국이 다르다는 건 외면하고 있다. 미국에서는 기자와 사주가 의견이 안 맞으면 타 언론사로 얼마든지 갈 수 있다"며 우리나라 기자들의 처지를 회사에 매어있는 '노예'로 비유하기도 했다.

편집제작위원회·공동배달제 = 편집제작위원회와 공동배달제의 경우 일부 북유럽 국가에서 성공적으로 정착된 전례가 있기 때문에 상대적으로 협상이 용이한 부분이다.

김 당선자는 각 언론사 편집국장과 주필들이 자신의 입맛에 따라 편집권을 전횡하는 현실을 비판의 도마에 올렸다. 사주가 지명하건, 기자들이 선출하건 편집국장이 합리적으로 편집권을 행사하는지를 감시할 사내 시스템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김 당선자는 "이곳에 있는 기자들은 다 알겠지만, 5∼6면에 갈 기사가 가감돼서 1면 톱기사로 가기도 한다"며 "편집제작위원회를 법정기구화해서 적어도 1면 톱기사 등 주요 기사의 편집방향은 이곳에서 결정할 수 있도록 강제규정을 만들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몇몇 언론사에 평기자와 경영진, 간부 대표들로 구성되는 편집위원회가 설치됐지만, 유명무실하게 운영됐기 때문에 이를 둘러싼 실효성 논란도 없지 않다. KBS의 한 기자는 "우리 회사에도 평기자 대표가 있지만, 기자들의 의견이 보도국에 제대로 반영되지 않고 있다"고 지적하기도 했다.

김 당선자는 지방출장에서 자신이 보고 싶은 신문을 사보지 못했던 경험을 떠올리며 "신문시장이 자본력과 사세에 의해서만 좌우되는 것은 문제가 있다. 최소한의 언론선택권을 보장받기 위해 언론창달기금을 만들어 공동배달제를 지원할 필요가 있다"고 주장했다.

정치권 논의의 물꼬는 어떻게? = 열린우리당은 각 정당은 물론, 학계·시민단체와의 협의를 강조하고 있다. 과반수 여당이 일방적으로 밀어붙일 경우 '다수당이 횡포를 부린다' '일부신문을 겨냥했다'는 비판이 터져나올 수 있기 때문이다.

열린우리당은 일단 5월 중에 여야 각 정당들과 학계, 언론계, 시민단체가 참여하는 언론개혁국민협의회의 구성을 제안할 방침이다. 외부단체로는 전국언론노조와 한국신문방송편집인협회, 인터넷기자협회, 언론정보학회, 정치평론학회, 민주언론운동시민연합, 언론개혁시민연대 등이 거론되고 있다.

김 당선자는 "한나라당에 고흥길, 박성범, 최구식 등 언론계 거물들이 많이 있는데, 이들도 와서 할 말이 많을 것"이라며 참여를 기대하는 눈치다. 김 당선자는 "나는 언론개혁하려고 국회에 들어왔다. 이것 하나만 제대로 되면 국회 들어온 보람이 있다고 본다"고 덧붙였다.

그러나 조중동 메이저 신문들과 한나라당의 반발로 인해 이같은 구상이 실현될 수 있을지에 대해서는 회의론도 적지 않다. 기자들 사이에서는 "당내에서도 신기남, 김재홍 말고는 언론개혁을 얘기하는 사람이 없지 않냐?"는 지적이 터져나왔다.

메이저 신문의 한 출입기자는 사견을 전제로 "언론사주 소유지분 제한은 당장 위헌 시비를 불러일으킬 수 있고, 소액주주들에게 주식을 매각하는 문제도 말처럼 쉽게 될 것 같지 않다"며 비관론을 제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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