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장현 광주광역시장이 5월 들어 두 번째로 낸 '5·18 메시지'가 논란이다. 윤장현 시장은 20일 대시민 메시지를 발표했다.
윤 시장은 이미 지난 11일 기자회견을 열고 5·18 35주년을 맞아 '5월의 위대한 광주정신으로 새로운 희망을 열어갑시다'라는 메시지를 발표한 바 있다. 20일 발표한 메시지는 5월 들어 두 번째라는 점, 5월 행사가 마무리된 시점(27일)이 아니라는 점에서 이례적이다.
윤 시장, 김무성 물세례 '옥에 티' 지적... 시민단체, "시민 모독" 사과 요구윤 시장은 20일 오후 예정에 없던 두 번째 메시지를 보도자료를 통해 발표했다. 윤 시장은 '열린 5·18로 당당하게 나아갑시다'라는 제목의 메시지를 통해 "5·18 35주년이 우리에게 남긴 교훈과 과제도 있다"라며 3가지 과제와 다짐 등을 밝혔다.
문제가 된 것은 "누구나 함께하는 '열린 광주'로 나가야 한다"라고 강조한 부분이다. 메시지의 요지는, 지난 17일 금남로에서 열린 5·18 전야제 당시 김무성 새누리당 대표가 시민들의 거친 항의로 자리를 뜬 것은 "옥에 티"였으며 "누구나 함께 동참하는" 5·18이 되자는 것이다. 다음은 문제가 된 대목이다.
"여당 대표가 5·18 전야제 행사에 끝까지 함께하지 못한 일은 '옥에 티'였습니다. 이는 전체 광주시민은 물론 5·18단체들의 뜻과도 배치됩니다. 이번 일은 5·18이 배타성과 지역성에서 벗어나야 함을 일깨워주고 있습니다. 가슴을 활짝 열고 누구나 함께 동참하는 '열린 광주' '열린 5·18'로 나가야 겠습니다. 그래야만 5·18의 전국화와 세계화가 더욱 앞당겨질 것입니다."윤 시장은 전야제에서 일어난 불미스러운 일의 원인이 '5·18의 배타성과 지역성' 때문이라고 밝혔다.
21일 광주시민단체협의회·광주전남여성단체연합·광주진보연대 등 5개 시민사회단체는 논평을 내고 "윤장현 시장은 광주시민의 뜻을 왜곡하지 말라"며 "대시민 메시지에 대해 광주시민에게 사과하라"고 반발하고 나섰다.
이들 단체는 "'옥에 티'라면 초대받지 않은 김무성 대표의 등장으로 시작이 늦어졌다는 점"이라며 "어제(20일) 윤장현 시장의 대시민 메시지는 광주시민이 아닌 김무성 대표에게 보내는 사과문으로 착각될 만큼 시민의 뜻과 배치되어 부끄러울 지경"이라고 힐난했다.
이어 "집권여당 대표의 전야제 참석에 대해 광주시민사회는 이미 우려를 표하며 참석을 신중하게 결정할 것을 요구한 바 있다"라며 "물세례를 받은 점은 유감이나 그 정도로 상황이 종료된 점은 광주시민의 높은 민주의식 덕분이었다고 자부한다"라고 밝혔다.
특히 이들 단체는 "윤 시장은 광주시민의 정서를 무시한 채 이번 일이 불합리한 지역성 때문에 일어난 일인 양 호들갑을 떨며 오히려 편협한 시각으로 광주시민을 모독했다"라며 "5·18을 배타성과 지역성에 가둔 것은 되레 새누리당과 박근혜 정권이다"라고 강조했다.
"광주가 무슨 배타성과 지역성을 가지고 있느냐"... 윤 시장 대응 주목
이들 단체들이 윤 시장의 메시지를 두고 "김무성 대표에게 보내는 사과문으로 착각될 만큼"이라고 밝힌 것은, 이례적인 메시지 내용과 발표 시점 때문이다. 윤 시장이 메시지를 발표한 시각, 김정길 5·18기념행사위원회 상임위원장, 김후식 5·18민주화운동부상자회 회장, 차명석 5·18재단 이사장 등 5월단체 대표 4명은 김무성 대표를 만나 사과했다.
박대출 새누리당 대변인은, 이들이 "귀한 손님이 오셨는데 접대를 제대로 못해 죄송하다. 기념식에 참석해 힘차게 '임을 위한 행진곡'을 불러줘 감사드린다"라고 말했다고 전했다.
윤 시장의 메시지와 5월 단체 대표들이 상경해 김무성 대표에게 한 사과한 사실이 알려지면서 "지나칠 뿐 아니라, 주객이 전도됐다"라는 불만이 나오고 있다.
35주년 5·18민중항쟁 기념행사위원회 복수의 관계자들은 "사과는 5·18정신을 폄훼하고 역사 지우기를 하고 있는 박근혜 정권, 집권 여당의 김무성 대표가 시민에게 해야 하는 것이다"라며 "여당 대표에게 그 정도의 항의, 분노 표출도 못하느냐"라고 주장했다.
한 관계자는 "5월 단체 대표, 시장이 시민의 뜻과 무관하게 '시민의 뜻'을 빙자해 저자세로 나가면서 무엇을 당당하게 할 수 있겠느냐"라며 "우리가 무슨 배타성과 지역성을 가지고 있느냐, 과거 박근혜 대통령이 당 대표로서 5월 묘지 참배할 때도 막아본 적이 없다"라고 말했다.
시민사회단체의 사과 요구와 비판에 윤장현 시장이 어떤 반응을 내놓지 주목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