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뉴 건너뛰기

close

신임 국무총리에 내정된 황교안 신임 국무총리에 내정된 황교안 법무부 장관이 21일 오후 정부과천청사에서 점심 식사를 하기 위해 청사를 나서며 기자들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신임 국무총리에 내정된 황교안신임 국무총리에 내정된 황교안 법무부 장관이 21일 오후 정부과천청사에서 점심 식사를 하기 위해 청사를 나서며 기자들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 유성호

설마가 사람을 잡을 때가 있다. 아니 널리고 널렸다. 특히나 박근혜 정부의 인사 정책은 말이다. 아시다시피, 총리 난관은 말이다. 황교안 총리 후보자가 후보군에 올랐다는 소식을 처음 접하자마자 육성으로 '설마...'를 내뿜었더랬다.  

하긴 '설상가상'과 같은 일이 이 정부에서 어디 한둘이었던가. 이런 생각은 조국 서울대 법대 교수 역시 마찬가지였던 듯하다. 그는 21일 오전 자신의 SNS에 이런 글을 올렸다.

"박근혜, 총리 후보로 황교안 지명. 과거 이 공간에서 황교안 총리 될 것 같다고 툭 던졌는데 진짜 실현되었다. 독실한 보수 기독교 신앙을 가진 초강경 공안검사로 박근혜의 통치철학을 체화하고 있는 사람이다. 앞으로 국정운영의 방향이 가히 짐작된다."

그렇게, 21일 오전 황교안 법무부장관이 신임 총리 후보자로 전격 지명됐다. 이완구 전 총리 사퇴 이후 25일 만이다. 이 시각 무려 721일 동안 총리 관저를 지켰던 정홍원 전 총리는 무슨 생각을 하고 있을까. 오죽했으면, 로이터통신 제임스 피어슨 기자가 자신의 트위터에 이런 글과 사진을 게재했을까.

"Park Geun-hye nominates Justice Minister Hwang Kyo-ahn as new Prime Minister - wonder if he will pass, otherwise:" (박근혜 대통령이 황교안 법무장관을 새 국무총리 후보자로 지명했다. 그가 (청문회를) 통과할 수 있을 지 궁금하다.)

'빽 투 더 정홍원'이 공감을 얻는 이유 

"총리 없어도 크게 상관없는 것 같은데 그냥 없는 대로 갑시다."

어느 SNS 사용자의 '웃픈' 일성이다. '책임총리제'를 공약으로 내걸었지만 '총리 잔혹사'를 몸소 실천했던 박근혜 정부의 현재를 단적으로 드러낸 일성이 아닐 수 없다. 기실, 이번 황교안 카드는 '회전문 인사', '돌려막기 인사'라는 표현마저도 부끄럽게 만든다. 반면, 청와대가 이러한 비판을 피해가기 위해 낙점한 인사가 결국 황교안 후보자라니 과연 상상한 것 이상을 보여주는 '콘트롤타워'답다고 해야 할까.

전문성? 탕평책? 그런 거 하나도 중요치 않다. 국정원장이 비서실장으로, 현직 의원들이 특보로 청와대에 입성하는 일도 어렵지 않다. 장수 법무부장관이었던 황교안 후보자 역시 마찬가지다.

박근혜 대통령의 성균관대 사랑도 도드라진다. 정홍원 전 총리와 이완구 전 총리 모두 성대 출신이었다. 여기에 허태열 전 비서실장, 이남기 전 홍보수석을 비롯해 청와대 수석들만 5명이었다. 이 부분은 이명박, 노무현 정부 역시 편향성을 보여줬으니 형평성 측면에서 넘어갈 수 있다고 하자. 총리 후보자를 향한 대통령의 지독한 검경 편애는 무서울 지경이다.

손 흔들어 인사 하는 정홍원 전 총리 이임식을 마친 정홍원 전 국무총리가 16일 오전 정부서울청사 입구앞에서 장관들과 인사를 마치고 손을 흔들며 인사를 하고 있다.
손 흔들어 인사 하는 정홍원 전 총리이임식을 마친 정홍원 전 국무총리가 16일 오전 정부서울청사 입구앞에서 장관들과 인사를 마치고 손을 흔들며 인사를 하고 있다. ⓒ 이희훈

초대 후보였으나 5일 만에 물러난 전 헌법재판소장 출신의 김용준 후보자를 시작으로 최장수 총리였던 정홍원 전 총리 역시 사시 14회의 검찰 특수통 출신이었다. '20억 전관예우'로 스스로 물러난 안대희 후보자 역시 대법관 출신이었음은 주지의 사실이다. 정홍원 총리를 총리 공관에 더 오래 머무르게 한 문창극 후보자만이 유일하게 언론인 출신이었다. 그리고 드디어, '공안검사'로 이름을 날렸던 황교안 후보자가 왔다.

'공안검사', '미스터 보안법'이 '책임총리'라니 

황교안 후보자는 지명 기자회견에서 "나라의 기본 바로 잡는 데 최선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그가 말하는 '나라의 기본'이 어떤 방향인지는 그가 법무부장관으로 재임하던 시절의 활약을 살펴보면 간단하다. 정의당 김종민 대변인의 논평을 빌려와 보자.  

"황 후보자는 국정원 대선개입 사건, 채동욱 전 검찰총장 내사, 정당해산 심판 등의 사건에서 진실과 정의가 아닌 박근혜 대통령과 이 정권에 충성을 다 해 온 인물이다(중략). 총리 내정을 절대 받아들일 수 없다."

물론, 이게 전부가 아니다. '공안검사'로 활약했던 시절의 굵직한 사건만 꼽아 봐도, 박근혜 대통령과 그의 코드가 얼마나 '환상의 짝꿍'에 가까운지를 가늠할 수 있다. 잘 알려지다시피, 2005년 '삼성 X파일 사건'에서 삼성 이건희 회장과 중앙일보 홍석현 회장을 모두 무혐의 처리하며 부실수사 논란을 부채질한 것도 바로 당시 서울중앙지검에서 공안 수사를 지휘했던 그의 작품(?)이었다.

같은 해 10월, 국가보안법 위반 혐의로 논란의 중심에 선 강정구 동국대 사회학과 교수 사건을 담당했던 것도 그였다. 결국 당시 천정배 법무부장관이 불구속 수사와 관련 수사지휘권을 발동하면서 검찰총장이 사퇴하는 사태의 중심에 있기도 했다. 2002년 당시 단병호 민주노총 위원장을 특수공무집행방해 등의 혐의로 구속기소했던 것 역시 황 후보자의 지휘였다.

'미스터 보안법'과 같은 별명으로 유명한 이 공안통 검사가 이명박 정부 들어 승승장구하더니, 이윽고 박근혜 정부 들어 법무부장관을 거쳐 총리 후보자의 자리로 올라선 것이다. 이런 이력의 소유자였으니, 민주정부 10년을 인고의 세월로 느꼈을 것은 당연지사. 김대중·노무현 두 전직 대통령을 두고 "이런 분이 대통령이 되고 나니까"란 발언을 서슴없이 한 것도 일견 이해를 해줘야 할지도 모를 일이다.

"김대중 대통령 다음의 대통령이 누굽니까. 노무현 대통령인데, 노무현 대통령은 검찰에 의해 구속까지 됐던 분이에요. 앞의 김대중 대통령은 불구속기소, 구속되진 않고 재판에만 회부됐는데, 이 노무현 대통령은 공안부 검사들에 의해서 구속까지 됐던 분이에요. 대우중공업 사태와 관련해서 구속까지 됐던 분이에요. 이런 분이 대통령이 되니까 공안부에 오래 있던 사람들에 대해 또 여전히 곱지가 않겠지요." (부산 고검장 시절이던 2011년 5월 11일 부산 호산나교회 강연 중에서) 

박근혜 대통령의 "도덕적으로 문제없는 인사"가 황교안?

"저는 인사는 정말 능력 있고 도덕적으로도 문제가 없는 그런 인사들의 도움을 받아야 제가 힘든 어려운 국정을 그래도 해결해 나갈 수 있지 않겠습니까. 그래서 누구보다도 능력 있고 도덕성에 있어서도 국민들한테 손가락질받지 않는 그런 인재를 찾는 데 있어서 저만큼 관심이 많은 사람도 없을 것입니다. 그리고 그런 전제조건하에 또 적재적소에 인재를 배치한다, 그런 원칙을 가지고 있습니다."

지난 1월 신년기자회견에서 박근혜 대통령이 밝힌 인사 원칙 중 일부다. '유체이탈 화법', '멘붕 화법'에 이어 최근 '구글번역체 화법'으로 주목받고 있는 박 대통령의 의중을 해석하자면, "정말 능력 있고, 도덕적으로도 문제가 없는" 인사로 황교안 후보자가 본보기가 되는 셈이다.

 황교안 법무부장관 후보자가 28일 국회 인사청문회에서 부처 관계자와 답변자료를 준비하고 있다.
황교안 법무부장관 후보자가 28일 국회 인사청문회에서 부처 관계자와 답변자료를 준비하고 있다. ⓒ 남소연

하지만 과연 그럴까. 법무부장관 인사청문회를 무사히(?) 통과한 황 후보자가 이번 청문회 역시 패스할 수 있을까. 단적으로, 여러 장점에도 불구하고 가장 큰 요인으로 '20억' 전관예우 때문에 낙마했던 안대희 후보자와 비교해 (황 후보자의 해명에도 불구하고) '16억'의 수임료를 자랑하는 황 후보자가 살아남을 수 있을지 궁금해지지 않을 수 없다. 황 후보자는 2011년 9월부터 태평양 고문변호사로 재직하며 16개월여 동안 월평균 1억 원의 급료를 받았고, 재판 수임 건수는 단 1,2건인 것으로 알려졌다.

이 밖에도 병역면제, 장남의 불법증여와 증여세 탈루, 지방세·자동차세 등 과태료 상습 체납, 석사학위 논문 특혜, 용인 수지아파트 투기 등 법무부장관 인사청문회 당시 도마 위에  올랐던 의혹들은 더욱 깊숙이 파헤쳐질 전망이다. 이완구 전 후보자보다 결코 더했으면 더했지 덜하지 않은 전력의 황 후보자를 박근혜 대통령은 그래도 "적재적소의 인재"라고 생각하고 있으리라.

여기서 중요한 것은 여전히 야당과 여론의 몫일 것이다. 결국 총리 후보자감이 전혀 아니었던 이완구 전 총리를 낙마시킨 것은 '성완종 리스트'의 힘이었다. 명명백백 밝혀진 의혹 앞에서도 우리는 '그런 (이완구)총리'를 기어코 볼 수밖에 없었다.

한 번 더, '황교안 국무총리'까지 볼 수는 없다. 지난 세월호 1주기 추모제때 보여줬던 경찰의 폭압적인 진압이야말로 황교안 후보자의 주종목이다. 더욱이 "없어도 그만인" 지금의 총리가, 그 자리가 과연 사회 전반의 부정·부패나 비리를 근절할 수 있는지, 정치를 강력하게 개혁할 수 있는지도 의문이다.

오히려 '통합'을 추구해야 할 총리가 '공안정국'을 부활시키는 건 아닌지, 걱정하고 감시하면서 국민들의 피로감을 더할 필요가 있느냐 말이다. 차라리, (본인에게는 미안하지만) '빽 투 더 정홍원'이라고 생각하는 국민들의 숫자가 궁금해지는 지금이다.

○ 편집ㅣ손병관 기자



#황교안
댓글60
이 기사의 좋은기사 원고료 10,000
응원글보기 원고료로 응원하기

기고 및 작업 의뢰는 woodyh@hanmail.net, 전 무비스트, FLIM2.0, Korean Cinema Today, 오마이뉴스 취재기자, 현 영화 칼럼니스트, 시나리오 작가, '서울 4.3 영화제' 총괄기획.


독자의견

연도별 콘텐츠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