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몇 년 전 산림조합 나무 시장에서 키위나무 암나무와 수나무 각 한 그루씩 사서 심었는데 두 그루 모두 잘 자랐다. 그런데 위치가 맞지 않아 암나무를 다른 곳에 옮겨 심었는데, 잘 성장하는 듯했으나 안타깝게도 죽고 말았다. 수나무만 외로이 살아남아 무성하게 자라서 꽃을 피웠다. 그러나 키위나무는 암나무에서 과실이 나기에, 수나무에서 열매가 맺힐 리 없었다.

이를 지켜본 이웃 감나무 과수원 주인인 어르신이 열매가 달리는 키위나무 한 그루를 주셔서 수나무 옆에 심었으나, 그마저도 죽어버렸다. 몇 번의 경험으로 키위나무는 우리와 인연이 없나보다 생각하고 더 이상 키위나무 다시 심기를 포기했다.
 
몇 년 전 이웃 감나무 과수원 주인인 김정운 어르신이 접을 붙여 주었다.
▲ 접 붙인 키위나무 몇 년 전 이웃 감나무 과수원 주인인 김정운 어르신이 접을 붙여 주었다.
ⓒ 강재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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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성하게 자라서 꽃을 피운 키위나무 수나무를 목격한 과수원 어르신이 재작년에 암나무 가지로 수나무에 접을 붙여 주셨다. 그래서 작년에 처음으로 상당히 많은 양의 키위가 열렸다.
 
접 붙인 키위나무 가지에 열매가 맺혔다.
▲ 열매 맺힌 키위나무 접 붙인 키위나무 가지에 열매가 맺혔다.
ⓒ 강재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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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년 가을에 접 붙인 키위나무에서 수확한 키위다.
▲ 수확한 키위 작년 가을에 접 붙인 키위나무에서 수확한 키위다.
ⓒ 강재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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접을 붙인 키위나무에는 수나무 가지도 살아 있어서 수분이 가능하리라 생각했는데, 아내가 수나무 가지를 모두 잘라 버렸다. 그러면 벌들이 이웃 수나무에 들렀다가 수나무 꽃가루를 묻혀와 암나무꽃에 앉아야만 수분이 될 터인데, 작년에는 다행히도 열매가 맺혔으니 벌들이 그러한 역할을 한 것으로 추정이 된다.

과수원 어르신도 자신의 감나무 과수원에 수나무가 있어서 걱정하지 않아도 된다고 하셨다. 그런데 올해는 키위꽃에 앉은 꿀벌들을 발견하지 못했다. 걱정이다. 과연 수분이 성공적으로 이루어져 올해도 작년처럼 키위 열매가 맺힐 수 있을까.
 
올해도 키위꽃이 피었다.
▲ 올해 핀 키위나무 꽃 올해도 키위꽃이 피었다.
ⓒ 강재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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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행히 접붙인 나무의 아래 부분에서 튼튼한 가지가 자라고 있다. 그 부분을 잘라버리지 않고 키우면 내년에는 그 가지에서 수꽃이 필 테고, 꿀벌이 찾지 않더라도 내가 인공수분을 할 수 있을 테니 앞으로는 이런 걱정은 하지 않아도 될 성싶다.

물론 내가 지켜보지 못한 사이에 벌들이 다녀갔는지도 모른다. 만일 과수원에서 키위 수나무 꽃가루를 묻힌 꿀벌들이 다녀갔다면 올해도 성공적인 수분으로 틀림없이 키위 열매가 맺힐 것이다. 이처럼 꿀벌을 기다리는 농부의 마음이 애달프다.

태그:#키위, #키위나무접붙이기, #수분, #꿀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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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제대 법학과 교수. 전공은 행정법, 지방자치법, 환경법. 주전공은 환경법. (전)한국지방자치법학회 회장, (전)한국공법학회부회장, (전)한국비교공법학회부회장, (전)김해양산환경운동연합 상임의장, (전)김해YMCA이사장, 지방분권경남연대상임대표, 생명나눔재단이사, 김해진영시민연대감나무상임대표, 홍조근정훈장수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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