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서관으로 향하는 문이 열리자마자 나는 마치 놀이동산에 온 아이처럼 눈이 휘둥그레졌다. 무릇 도서관이라면 두꺼운 책들이 빽빽하게 꽂혀있고, 수험생 언니, 오빠들이 조용히 하라며 눈치를 주던 곳 아니었나?
경기 수원 슬기샘어린이도서관 3층에 위치한 트윈웨이브는 내가 지금까지 떠올리던 중압감 가득한 도서관이 아니었다. 오히려 재미있는 놀잇감으로 가득한 곳, 아이들이 원하는 것을 창작하고 집에서는 사용할 수 없던 기기를 자유롭게 이용할 수 있는 환상의 공간이었다. '나 때는 왜 이런 게 없었지?'하는 말이 절로 나왔다. 이 공간이 특징적인 이유는, 12~16세의 아이들만 이곳을 이용할 수 있다는 이유 때문이었다.
트윈세대가 뭐예요?
MZ세대, 알파세대에 이어 '트윈세대'라니. '트윈세대'는 또 뭐냐고 묻는 사람들도 있을 것이다. 트윈세대는 12~16살의 아이들로, 어린이의 시기를 지나 독립적으로 자신만의 취향과 의견, 또래 문화를 만들어가는 세대라고 한다.
도서관은 크게 '어린이 열람실'과 '성인 열람실'로 나뉜다. 초등학교 저학년 학생들과 고등학생은 각각 어린이 열람실과 성인 열람실을 이용하지만 12~16세의 아이들은 다르다. 어린이 열람실은 유치하고 성인 열람실은 부담스럽다.
기억을 더듬어보면 나도 학창시절 이러한 이유로 담배 냄새가 가득한 PC방이나 노래방, 당구장을 찾았다. 담배 냄새가 싫고 무서웠지만 따로 갈 곳이 없으니 어쩔 수 없었던 기억이다. 그래도 도서관은 싫었다. 이미 공부는 학교와 학원에서 충분히 했으니까.
트윈웨이브는 아이들이 도서관에 대한 거부감 없이 집이나 학교에서 하기 어려운 경험을 할 수 있는 곳이다. 도서관에 처음 들어가서 깜짝 놀랐던 것은 도서관에 책과 책상 대신 다양한 창작 도구들과 아이들의 흥미를 끌 수 있는 전자기기들이 있었다는 것이다.
아이들이 직접 그린 그림과 창작품, 그리고 아늑하게 책을 읽을 수 있는 공간들이 곳곳에 배치되어 있었다. 트윈웨이브 담당자는 "트윈세대의 반응을 고려하여 다락 공간, 해먹 등 아늑하고 안락한 포켓 공간과 콘텐츠를 구성했다"고 했다.
상상을 현실로
트윈웨이브에서 중심이 되는 공간은 빽빽한 서가가 아니라 아이들이 상상만 하던 것을 직접 창작해볼 수 있는 공간이다. 그리고 싶었던 그림을 그려볼 수 있는 드로잉존, 개인적으로는 구하기 쉽지 않은 재료를 만지며 작품을 만들 수 있는 메이킹존, 직접 음식을 만들어 볼 수 있는 부엌 등이 있다.
그렇다고 도서관이라는 특성을 완전히 배제해버린 것은 아니다. 아이들이 흥미를 느낀다면 어디서든 책을 볼 수 있도록 공간을 구성했다.
아이들의 창작에 도움이 되도록 해당 창작 공간 가까이에 관련 책을 배치했다. 책을 직접 만들어 볼 수 있는 작가존에는 출판에 관련된 책, 소설 등을 배치하고 메이킹존에는 공작 관련 책을 배치한 것이다. 트윈세대들이 좋아하는 만화책도 빼놓지 않았다.
아이들은 또래집단과 어울려 트윈웨이브에 설치되어있는 다양한 시설을 이용한다. 친구들과 어울려 영화를 보기도 하고, 게임을 하기도 한다. 가장 인기가 있는 공간 중 하나는 K-POP이나 음악을 좋아하는 친구들이 이용할 수 있는 방음부스이다. 이 공간에서 아이들은 마음껏 악기를 만지고 관련 역량을 개발해볼 수 있다.
트윈웨이브는 매주 월요일 및 국가지정 공휴일을 제외한 오전 9시~ 오후 6시까지 운영하고 있다. 이 글을 읽는 트윈세대나 이들을 알고 있는 독자가 있다면 한 번 방문해보는 것은 어떨까 싶다(슬기샘어린이도서관 홈페이지는 http://www.suwonlib.go.kr/ski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