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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불어민주당 청년TF가 매주 각계 청년들을 만나 현장의 목소리를 듣고 대안을 고민하고 있습니다. 미래를 함께 소통하며 만들어나가는 청년들의 대화, '미소대화'입니다. [편집자말]
청년TF 미소대화 청년부채분야 간담회 ZOOM 회의 진행 모습
 청년TF 미소대화 청년부채분야 간담회 ZOOM 회의 진행 모습
ⓒ 조은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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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11월 26일 더불어민주당 청년TF 미소대화 청년부채 분야 간담회를 진행한지 한 달을 맞았다.

당시 간담회는 사회적 거리두기 2단계로 격상하던 시점이라 온라인 웨비나 형태로 줌(ZOOM)을 통해 '빚 권하는 사회, 절박한 청년의 삶을 말하다'라는 주제로 진행됐다.

간담회에는 이낙연 당대표를 비롯해 청년TF 단장을 맡고 있는 박성민 최고위원과 박홍배 최고위원, 전재수 국회의원, 조은주 청년대변인, 김지수 위원 등이 참여했다. 이들은 사전에 제보받은 영상을 통해 '빚을 권하는 사회에서 빚쟁이 청년의 삶'의 실상을 생생히 전달받았다. 또한, 청년들을 위한 사회적 금융 활동을 활발히 펼치고 있는 사회연대은행, (가)청년신협추진위원회, 청년지갑트레이닝센터, 대구청년연대은행 디딤 등과 함께 청년들이 겪는 부채문제 해결을 위한 대책을 정부차원, 민간차원, 정부와 민간 협력 차원에서 어떻게 마련해나갈지에 대해 깊이 있게 논의하는 시간을 가졌다.
 
청년TF 미소대화 청년부채 분야 간담회 이후, 무엇이 달라지고 어떤 과제가 남았을까?

'금융 안전망 구축'은 고무적, 다만
 
최근 정부가 발표한 '제1차 청년정책 기본계획'에는 지속적으로 제기돼온 청년들의 부채 문제 해결을 위한 대책이 담겼다.
 
청년정책 기본계획에는 그동안 제도권 금융을 이용하기 어려웠던 미취업·저신용 청년들을 위해 햇살론 유스 사업을 '25년까지 5000억 원 규모로 확대해 적정대출을 시행하겠다는 계획을 주요 골자로 하고 있다. 코로나19 장기화 및 경기침체 등의 상황을 고려하여 채무 상환에 대한 유예기간을 5년까지 늘려, 청년들이 위기의 상황에서 곧바로 신용유예상태나 파산 트렉으로 가지 않도록 금융 안전망을 구축하겠다는 방침이 담겨있다.
 
'저신용, 저소득, 저복지', 일명 3저 상태에 놓인 청년들 중에서도 학자금, 생활비, 주거비 등으로 인해 이미 과부채 상태에 놓인 경우, 제도권 금융 자체의 이용이 제한돼 있다. 정부가 적정대출 정책을 통해 숨통을 틔워주지 않으면, 쉽게 불법 고금리 대출로 넘어가거나 금융범죄에 노출될 가능성이 커진다는 점에서 햇살론 유스 정책을 확대해달라는 그간의 청년들의 요구를 반영한 것으로 상당히 고무적인 변화로 평가된다.

다만, 햇살론 유스가 1인당 대출한도가 1200만 원 정도이며, 1년간 600만 원으로 제한돼 있다는 점에서 적정대출 규모의 수준을 파악해 이를 조정할 필요가 있다. 또한 보증료율을 포함한 금리가 3~4%대인데, 이 역시 2%대로 낮추는 방안 역시 검토돼야 한다.
 
모바일 앱을 통해 햇살론 유스 받는 과정 촬영 영상
 모바일 앱을 통해 햇살론 유스 받는 과정 촬영 영상
ⓒ 조은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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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엇보다도 간담회 당시, 햇살론 유스를 직접 받는 과정을 담아내는 과정에서 드러난 전달 체계의 문제 역시 해결해야 한다. 햇살론 유스 대출을 받기 위해 전화 연결된 상담사는 서민금융진흥원 앱만을 안내할 뿐 실질적인 금융상담을 하지 않고 있다.

이런 점에서 단순 서류·요건 중심의 심사 과정이 아닌, 서울특별시 금융복지상담센터와 같은 맞춤형 상담·컨설팅 기반으로 햇살론 유스 대출 심사를 진행하되, 상환 전까지 매년 2회, 4시간 이상 금융교육(온·오프라인)을 이수하도록 보완할 필요가 있다.

이는 이미 햇살론 유스가 시행될 당시부터, '온라인 금융교육' 이수가 형식적으로 진행된다는 지적이 있었다는 점에서 대출 시행과 함께 금융교육, 상담·컨설팅, 상환계획수립 등이 보다 체계적으로 이뤄질 수 있도록 전달체계 상의 보완은 불가피해보인다.
 
코로나19 장기화 속 이미 학자금, 생활비, 주거비 등으로 과채무 상태에 있는 청년들이 사회진출이 늦어지거나, 실업으로 인해 소득이 중단되는 상황에서 적정대출 시행과 상환유예 제도 등을 통해 청년층의 금융애로를 해소는 것은 금융복지 안전망을 만드는 첫걸음이 될 것이다.

고금리 늪에서 구제할 제도적 보완 필요
 
청년정책 기본계획에 담긴 정책 외에도 지난해 12월 29일 국무회의 의결을 거쳐 통과된 '대부업 등의 등록 및 금융 이용자 보호에 관한 법률' 개정안 역시 주목할 만한 개선책이라 할 수 있다.

이번 개정안을 통해 불법사금융업자는 연 6%를 초과하는 이자를 받을 수 없게 됐다. 당시 간담회에서도 햇살론 유스를 통합포털에 검색하는 가운데, 유사 햇살론 광고로 인한 문제를 지적한 바와 같이 정부 지원이나 금융기관 대출을 사칭한 경우, 3년 이하 징역 또는 5000만 원 이하 벌금에 처하는 등 불법사금융에 대한 처벌을 강화했다.
 
제도권 금융을 이용할 수 없는 저신용, 과채무 상태의 청년들이 불법 고금리 대출의 유혹에 쉽게 넘어가거나, 금융범죄에 연루되는 등 급격하게 사회문제로 번지고 있는 상황을 고려한다면, 이번의 불법사금융에 대한 규제와 처벌 강화는 적절한 시점의 적합한 조치라 하겠다.
 
다만, 최근 다양한 통계와 지표 상의 청년들의 부채 현황과 재무건전성은 '위험 수준'임을 경고하고 있다는 점에서 '대출 기반의 정책적 수단만이 유효한 것인지?'에 대해서는 보다 깊은 고민이 필요해보인다.
 
간담회에서 한 청년이 제보한 <빚과 빛>이라는 영상에서도 이러한 문제의식이 여실히 드러난다. 아래 내용은 영상에 나온 청년의 내레이션이다.
 
"젊어서 고생은 사서도 한다는 어른들의 말씀을 철석같이 믿었다.
그런데 고생을 사려면 돈이 필요하다. 그래서 나는 고생을 사기위해 빚을 냈다.
 
빚으로 배움을 사고, 열정을 사고, 경험을 사고... 청춘을 사고 팔았다.
그렇게 나는 젊은 나이에 아주 훌륭한... 빚쟁이가 되었다.
 
만약 어린 나를 만나면, 아무 걱정말고, 잘 먹고, 잘 놀고, 잘 자고, 꿈도 많이 꾸라고 말하고 싶다. 꿈이 공짜일 때, 실컷 꾸라고 말이다.
 
(중략)
 
가만히 있어도, 존재만으로도 빛이 나는 사람이 될 수 있을까?
 
일단 지금은 가만히 있어도... 숨만 쉬어도... 이 모든 것이 빚이다."
 
청년TF 미소대화 청년부채분야 간담회 '빚과 빛' 제보영상
 청년TF 미소대화 청년부채분야 간담회 "빚과 빛" 제보영상
ⓒ 조은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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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생을 사서 하기 위해 빚을 지고, 가만히 있어도, 숨만 쉬어도 빚을 지게 되는 현실이 비단 이 영상 제보자에 국한된 일만은 아니다. '지금, 이 순간' 대한민국을 살아가는 20, 30대는 부모로부터 자산을 이전받은 경우를 제외하고, 대부분 빚진 삶을 살고 있다.
 
최근 발표한 '2020년 가계금융·복지조사'에 따르면, 39세 이하 청년들의 부채 보유액은 가구당 9117만 원으로 나타났으며, 담보대출, 신용대출, 기타금융부채 등 금융부채 비중이 82.3%로 다른 연령층에 비해 높게 나타났다. 또한, 가계의 재무건전성을 알 수 있는 저축액 대비 금융부채 비율 역시, 39세 이하 가구는 140.3%로 112.2%인 자영업자 가구보다도 재무건정성이 좋지 않은 것으로 조사되었다.
 
자산이 없이 소득에 의한 신용으로 대출을 받은 청년들의 경우, 소득이 갑자기 줄어들거나 끊기게 되는 상황에 직면하면, 일단 처분 가능 자산이 없기 때문에 바로 신용의 문제로 이어진다. 이 문제는 곧 생활 자체를 마비시켜 생존 자체를 위협한다. 때문에 다른 세대보다 심각한 위기에 처할 가능성이 높다.

특히 이행기 청년의 경우 신용유예상태나 아예 지급 불가능한 파산상태에 이르게 되면, 노동시장으로의 안정적 진입 또는 재진입이 어려워지게 되고, 그 충격과 여파가 장년, 노년으로 이어진다는 점에서 문제의 심각성이 크다.
 
이러한 상황을 고려했을 때, 서울시에서 진행한 청년 징검다리 대출이나 혹은 민간차원에서 사회적 금융으로 자조금융, 관계금융 형태로 마이크로 크레딧(microcredit)을 시행하는 움직임은 매우 주목할 만하다.
 
서울 청년 징검다리 대출은 '만19~34세 이하 청년 중 1금융권 대출을 받지 못해 2~3금융권을 이용해야 했던 청년이 1금융권 우량대출로 전환할 경우 그 이자 일부를 서울시가 최대 7%까지 추가 지원해 주는 사업'이다. 국내 최초로 핀테크 기업인 ㈜피플펀드컴퍼니와 사회공헌단체 ㈜희망 만드는 사람들과 함께 추진한 사업이다. 하지만, 올해 시행된 '온라인투자연계금융업 및 이용자 보호에 관한 법률' 시행 후, 금융위원회의 유권해석으로 인해 은행통합형 신용대출이 불가능해짐에 따라 사업을 중단할 수밖에 없었다.
 
이 정책은 핀테크 기술을 적용한 최초의 금융지원 수단으로 매우 빠르게 대출신청과 승인과정을 거쳐 제2, 3금융권을 이용할 수밖에 없던 청년들의 신용등급을 향상시킬 수 있었던 유일한 정책이었다. 이런 점에서 핀테크 기술과 혁신금융 서비스가 연계하여 청년들을 위한 대안적 금융모델이 만들어질 수 있도록 기존 법령이 보완되거나 법제도 기반이 마련되어야 할 것으로 보인다. 또한 청년들을 위한 대안신용평가 모델을 개발하고, 저금리 대출 등을 시행할 수 있도록 신용협동조합, 온라인투자연계금융업, 마이크로크레딧 등의 사업이 민간차원에서 다양하게 이뤄질 수 있도록 사회적 금융지원 체계 역시 함께 마련돼야 한다.
 
중요한 건 '빚지지 않아도 되는 사회'
 
청년TF 미소대화 청년부채분야 간담회 진행모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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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조은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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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밖에도 근본적으로는 일정한 나이 때, 부모로부터 처음으로 분리·독립해 사회에 홀로서야 하는 청년계층에게 사회출발을 보다 안정적으로 지원하는 대책을 강구해야 한다.

이에 대해 간담회에 끝까지 함께 참석한 이낙연 대표는 "국회와 정부가 청년들이 겪는 부채문제 해결을 위해 당장 할 수 있는 것은 조속히 챙기고, 시간이 걸리더라도 청년의 소득을 보장하거나 사회출발자산을 형성할 수 있는 정책을 보다 적극적으로 검토해 청년들의 안정적 이행을 돕는 방안을 마련해보겠다"라고 말했다. 

'빚쟁이로 시작한 청춘, 언제 끝나나요?'라는 물음에 그동안 우리 사회는 약탈적 금융을 용인하고 빚을 더하는 방식으로 응답해왔다. 그 결과 청년들의 삶에 경고등이 켜졌고, 이미 다양한 형태로 위기의 시그널을 보내고 있다.
 
당장의 위기 앞에 선 청년들의 금융 채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정책적 지원과 금융 안전망 구축도 중요하지만, 보다 근본적으로는 '빚을 지지 않아도 살 수 있는 사회적 변화'가 이뤄져야 한다. 금융 생활을 본격적으로 시작하는 20대, 30대가 빚쟁이가 되지 않고도 교육권, 건강권, 주거권 등 기본적인 사회권을 실현시켜 나갈 수 있는 사회적 격차 해소를 위한 근본적인 사회 구조적 변화가 시급하다.
 
가만히 있어도, 숨만 쉬어도, 이 모든 것이 빚인 세상에서 청년에게 빛나는 삶을 꿈꾸라는 것은 어불성설이 아닌가.
 
지금은 청춘예찬을 강요할 때가 아니라, 삶에 경고등이 켜진 청년들을 위해 국가와 사회가 해야 할 역할이 무엇인지를 근본적으로 다시 물어야 할 때다.

태그:#청년TF, #미소대화, #청년부채, #더불어민주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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