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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19 바이러스가 전세계로 확산됨에 따라 세계 금융시장의 급락장이 계속되는 가운데 <한국경제신문>이 미국 브루킹스 연구소의 보고서를 인용하며 1918년 스페인 독감 유행 같은 사태가 벌어진다면 세계경제가 심각한 수준의 타격을 입을 것이라는 예측을 소개했다.(관련기사: 美 증시 사흘 만에 또 '서킷 브레이커'…유럽도 장중 10% 안팎 폭락)

기사에 따르면 보고서는 세계 GDP가 현재 대비 10%에 달하는 9조 달러가량이 감소할 것을 예측하고 있다. 가히 공황적 위기라 할 수 있는 큰 규모의 타격이 아닐 수 없다.

코로나19 바이러스의 확산이 경제에 부정적 영향을 줄 것이라는 것은 분명한 사실이나 공황 수준의 결과를 가져온다는 세계적 연구기관의 분석은 금융시장 참여자 뿐만 아니라 모든 사람에게 상당한 공포를 안겨줄 것으로 보인다. 그렇다면 이 보고서의 내용은 무엇인가?

필자는 '1918년 스페인 독감 유행 수준의 사태'라는 전제에 주목하였다. 기사에서 찾을 수 없는 이 전제가 정확히 어떤 수준의 사태인지를 알아보기 위하여 브루킹스 연구소의 보고서 원문을 찾아 분석해 보았다.

다행히도 이 보고서는 브루킹스 연구소 홈페이지에서 쉽게 다운로드 받을 수 있었고 지난 3월 2일 발표된 보고서였다.

보고서는 7가지 시나리오를 가정하고 각각의 시나리오에 따른 세계 경제의 타격을 G-20 국가들을 중심으로 분석하고 있다. <한국경제신문>의 기사가 인용한 10% 세계 GDP 하락의 예측 모델은 그중 6번째 시나리오를 가정하고 있다.

7가지 시나리오 중 7번째 시나리오는 코로나19 바이러스가 토착화되어 매년 발생한다는 가정을 지니고 있기 때문에 이를 제외한 6가지 시나리오를 먼저 주목하고, 또한 1번부터 3번까지의 시나리오는 바이러스의 확산이 전세계적이지 않음을 가정하기 때문에 우리가 살펴보아야 할 시나리오는 4번에서 6번, 3개의 시나리오라 할 수 있다.

3개의 시나리오는 중국을 중심으로 각각의 가정에 따라 심각 수준을 달리하며 거시경제적 영향을 예측하고 있다. <한국경제신문>이 인용한 6번째 시나리오의 경우는 가장 심각한 수준의 결과를 예상하고 만든 모델이다. 이 시나리오에 따르면 중국 전 인구의 30%가 이 바이러스에 감염되고 그중 3%가 사망하게 된다.

따라서, 중국 전 인구의 0.9%가 코로나 19 바이러스 질환에 의한 사망하기 때문에, 중국내 총 사망자는 약 1,257만명에 이른다고 한다. 또한 세계 사망자수가 총 6,835만명에 이를 걸로 예상하고 따라서 세계인구의 약 0.85%가 이 바이러스에 의해 사망한다는 것이다.

이럴 경우 세계 GDP의 약 10%가 감소하게 되는데 어찌보면 이는 당연한 결과일 것이다. 그런데 현재의 상황을 살펴볼때 중국내 사망자가 1,000만명 이상이 되고 세계 사망자가 거의 7천만명에 이른다는 이 가정은 현실화되기에는 너무 극단적인 것으로 생각된다.

세계대유행의 상황을 가정한 가장 심각하지 않은 모델인 4번째 시나리오를 살펴보았다. 4번째 시나리오의 가정은 중국 전 인구의 10%가 감염되고 이중 2%가 사망한다는 것인데, 따라서 중국내 사망자가 279만명, 전세계 사망자가 1,519만명이 된다.

필자가 의료 전문가는 아니지만 이 역시 상당히 현재 상황보다 심각한 수준의 결과라는 생각이다. 이 경우 보고서의 예측에 따르면 2조 3천억 달러 정도의 세계 GDP 가 감소하며, 이는 세계 GDP의 약 3% 정도를 차지한다.

사실 3%의 감소 역시 문제임은 분명하나, 기사가 소개한 것처럼 만일 10%가 감소된다면 이는 세계경제의 붕괴를 가져오는 치명적 결과를 초래할 수도 있다. 그런데 3%의 감소를 예상한 가장 경미하다 보이는 시나리오 역시 1000만명 이상의 세계 사망자를 가정하고 있으니, 이 역시 현실적이라 말하기 쉽지 않을 듯 하다.

이 보고서 역시 가정에 따라 결과가 민감하게 변화하는 것은 밝히고 있다. 즉, 이 보고서를 통하여 세계적 유행 질병이 경제에 심각한 영향을 끼칠 수 있다는 경고메시지를 찾을 수는 있으나, 정말로 10%의 세계 GDP 감소를 가져올 것이라는 결론을 내리기에는 보고서의 가정이 너무나 극단적이다.

필자가 생각한 보고서의 가장 큰 문제는 첫째, 중국의 문제를 지역적이 아닌 전국적 문제, 즉 우한지역에 집중되어 있는 감염자의 현실을 무시하고 이것이 중국 0전체로 우한과 같이 퍼질 것이라는 극단적 가정하에 분석 모델을 소개하였다는 점이다.

또한 둘째로 인도와 같은 아직 심각한 수준의 발병이 일어나지 않은 국가도 중국 수준의 환자가 발생할 것이라 예상하고 있으며, 따라서 세계 사망자의 수가 엄청나게 늘어난다는 가정에서 극단적 비관론을 소개하고 있다.

이 보고서는 연구기관이 발표한 많은 연구 중 하나이며, 그 한계 역시 보고서 내에 분명히 밝히고 있다. 그렇다면 이를 인용하는 언론사가 기사를 작성함에 있어서 정확한 가정과 그 한계를 밝혀야 하지 않을까.

많은 대중들과 시장 참여자들은 <한국경제신문>과 같은 저명한 언론의 기사를 의견이 아닌 사실로 받아들인다. 원 보고서를 분석하지 않았다면 필자 역시 세계경제 추락의 공포를 느꼈을 것이다.

출렁거리는 금융시장과 질병에 대한 공포를 보면서 언론의 참된 역할은 공포를 키우는 것이 아니라 정확한 정보전달을 통해 과도한 공포를 잠재우고 독자를 안정시키는 것이 아닌가 싶다.

이런 점에서 최근 많은 언론들이 보여주고 있는 공포 조장 기사들은 독자들의 클릭을 유도할 수 있을지는 모르나 언론이 위기상황에서 해야하는 기본적 사명을 방기하는 것이 아닌가 크게 우려된다.

덧붙이는 글 | 김원용 기자는 현재 미국 미네소타주 미니애폴리스 소재 Augsburg University 경영학과 재무전공 교수로 재직중입니다.


태그:#코로나 19, #경제위기, #언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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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재 미국 미네소타주 미니애폴리스 소재 Augsburg University 경영학과 재무전공 교수로 재직중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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