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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힘내", "파이팅"

흔하게 하는 말이다. 힘들어 하는 이에게, 풀 죽어 있는 이에게 아무렇지 않게 건네는 위로다. 가만히 생각해보니, 힘든 사람에게 할 소리는 아닌 것 같다. 악의가 없는 말이긴 하지만, 우리는 아무렇지 않게 오류를 범하고 있다. "좀 쉬어~", "힘 좀 빼" 가 문맥상으로, 정황상으로도 맞는 말이다.
 
책 표지 <힘 빼기의 기술> 책 표지
책 표지<힘 빼기의 기술> 책 표지 ⓒ 주정자
 

김하나 작가는 카피라이터로 오래 일했다고 한다. 광고라는 것이 전달하고자 하는 뭔가를 아름다운 메시지로 포장하는 일이다. 자세히 들여다보면 실제와 오차가 있을 수도 있고. 무엇보다 광고는 좋은 느낌으로 오래도록 기억되는 게 중요하다.

성공한 카피는 오래 관찰하고 깊게 생각해서 나온 결정체가, 아름다운 한 문장으로 완성된 경우일테다. 그런 직업을 가졌던 작가의 글이라 술술 잘 읽힌다. 광고하는 사람의 단점이라면 장점을 부각시키기 위해 의도적으로 과하게 부풀리는 경우가 있다는 것이다.

이 책은 저자의 직업적 습관과는 달리 억지로 포장하거나 잘 전달하려고 애쓰지 않고 솔직하게 쓰여진 글이라 더 좋았다(솔직한 글인지, 과장되고 포장된 글인지는 몇 문장만 읽어보면 느낌이 온다).

제목으로 쓰인 '힘 빼기의 기술'은 여러 소제목 중 하나로, 책 전체 내용을 아우르진 않는다. 책은 크게 두 개의 장으로 나뉜다. 1부는 일상의 에세이고, 2부는 남미 여행하면서 쓴 글들이 묶였다. 1부가 더 재미있었다.
 
"만다꼬 그래 쎄빠지게 해쌌노?" (프롤로그 중에서)

저자는 힘내서 열심히, 바쁘게 사는 일에 지친 이에게 조금 힘을 빼고 살아도 괜찮다고 말한다. '만다꼬'라는 말은 '뭐하러', '뭐 한다고', '뭘 하려고' 등에 해당하는 경상도 사투리다. '만다꼬'를 스스로에게 되물으며 바쁘게 살아야 하는 이유를 점검해 보는 시간을 갖는 것도 좋겠다.

열심히 최선을 다해 살아야 하는 세상이지만, 그렇게 사는 것만이 정답이 아닐때가 있다. 너무 열심히 살면서 허무해지고 허탈해지는 경우도 많다. 열심히 살아도 대충 살아도 될 일은 되고, 안 될 일은 안 된다. 정해진 뭔가가 있는 것처럼.

한 번쯤 힘 빼고 살아보는 것도 나쁘지 않을 것 같다. 여유를 갖고 사는 삶에 자꾸 눈이 간다. 열심히 안 해도 된다고 어깨 두드려주는 책이라 기대고 싶어진다.

힘 빼기의 기술 - 카피라이터 김하나의 유연한 일상

김하나 지음, 시공사(2017)


#만다꼬#김하나#힘빼기의 기술#힘내#화이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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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탈을 꿈꾸지만, 매번 바른생활의 삶. 하고 싶은 걸 하며 살고 싶다. 하고 싶은게 뭔가는 아직도 찾고 있는 중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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