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나서 이야기하려고 했는데 이번주 '정국구상 휴가 중'이라고 해서 글로 말씀드립니다. 언론에 보도되었으니 대표님께서도 아시고 계실 겁니다. 아니, 당 내부에서 보고를 받으셨을 수도 있습니다.
최근 서울시 선거구획정위원회에서 2인 선거구로 잘게 쪼개져 있는 다수의 선거구를 4인 선거구로 다시 합치는 선거구 획정안을 제시한 바 있습니다.
이재명 성남시장께서 지적한대로, "1, 2번이면 살인자도 당선"되는 게 2인 선거구입니다. 서울시 전체 기초의원 선거구 중 2인 선거구가 70%에 달하는 상황에서는 거대양당 후보가 아니면 구의원이 될 수 없습니다. 획정위가 4인선거구를 제시한 것은 다양한 시민들의 정치적 의사를 반영해야 한다는 중선거구제 본래의 취지를 살리기 위한 것입니다.
그런데 서울시 획정위의 수차례 토론과 시민 공청회를 통해 서울시민의 뜻이 집약된 이 전향적인 개혁안에 대해 더불어민주당 서울시당이 반대의견을 제출했다는 소식을 들었습니다. 믿을 수가 없습니다.
지금 우리가 개헌과 선거제도 개혁을 반드시 이뤄야 하는 이유는 정치를 바꾸지 않고서는 국민의 삶도 바뀔 수 없기 때문입니다. 더구나 문재인 대통령께서는 지방분권 개헌에 대한 확고한 의지를 표명하셨습니다. 그래서 문재인 정부의 '자치분권로드맵'에는 지방의회 대표성을 높이기 위해 선거제도 개선을 추진하는 것이 포함돼 있습니다.
이번 서울시 선거구획정안은 문재인 정부의 국정과제 실현을 뒷받침하는 전향적인 안입니다. 그렇다면 더불어민주당은 쌍수를 들고 환영하고 실현시키기 위해 노력해야 하지 않겠습니까? 그런데 지방의회의 다양성과 비례성을 강화하는 선거구획정안에 반대한다니 저는 도무지 믿을 수가 없습니다.
추미애 대표께서 직접 챙기셔서 바로잡아주실 것을 요청 드립니다.
그래서 지방의회에 다양성을 불어넣을 수 있는 선거구 획정이 이뤄지고 이를 바탕으로 국회의원 선거제도 개혁으로 이어질 수 있도록 더불어민주당의 책임을 다해주십시오.
대표님과 저는 1년 전 야당 대표로서 함께 여의도와 광장을 오가며 탄핵의 역사를 만들어낸 소중한 경험을 공유하고 있습니다. 그리고 지금 우리는 또, 개헌과 선거제도 개혁이라는 고봉준령(高峯峻嶺) 앞에 서 있습니다. 정의당과 더불어민주당은 이 험난한 능선을 두 손 꼭 잡고 넘어야 합니다.
개헌과 선거제도 개혁은 권력을 나누고 국회의원 자리를 조정하는 일입니다. 결국 국민을 위해 기득권을 얼마만큼 내려놓을 수 있는가가 관건입니다. 그래서 집권여당 대표의 의지가 실리지 않은 개혁은 가능하지 않습니다. 추미애 대표께서 앞장서 이끌어주시기 바랍니다. 저도 최선을 다해 힘을 합칠 것입니다.
2018. 1. 25.
정의당 정개특위 위원장 심상정 드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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