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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월 8일 아침 8시, 시청각교재를 방비엥의 나두왕 학교에 전달해 주러 가는 날이다. 지금 라오스는 우기이기 때문에 비가 자주 온다. 그런데 전에는 주로 밤에만 오고 낮에는 비가 별로 오지 않았다는데 금년은 낮에도 비가 많이 온다. 아마도 지구촌 이상 기후 현상이 라오스에도 찾아온 것 같다는 얘기들을 한다.

시청각교재 전달은 교실에 설치해 주는 것이기 때문에 비가 와도 큰 지장은 없겠지만 그래도 아이들이 학교에 오거나 짐을 싣고 내리는데 조금은 불편할 것 같다. 우리는 이번 행사에 동참의사를 표시하여 해충 퇴치품을 준비 해준 라오스 주재 (주)팜클에 들러 후원품을 싣고 방비엥을 향해 출발을 했다.

우리 차는 라오스에서 사업을 하고 있는 조대성 사장이 본인의 차를 운전하고 가는데 그의 친동생이 이번 일을 도와주기 위해 동행을 하고 있어 마음이 든든하다. 조대성 사장은 이번 행사품인 프로젝터와 노트북 등을 구입하는데 낯선 곳에서 엄두가 안 나는 나에게 구입 상점과 길 안내를 해주는 등 많은 도움을 주어 행사를 진행 할 수 있게 해주었다.

방비엥 가는 길가의 풍경은 옛날 우리나라 1960~1970년대의 지방도로 같은 분위기가 있어 마음이 푸근하다. 더구나 오늘은 버스가 아닌 승합차의 조수석에 앉아서 가며 사진도 찍을 수가 있어 운전하는 사람은 불편하겠지만 비 오는 시골길을 달리는 기분은 제법 낭만 스러운 분위기도 난다.

방비엥 가는길은 차도의 중앙선도 없는 교통체제가 아직은 미비한 도로다.
▲ 방비엥 가는길 방비엥 가는길은 차도의 중앙선도 없는 교통체제가 아직은 미비한 도로다.
ⓒ 남상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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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거리 트럭은 며칠을 걸려 목적지를 향해 달려간다. 비오는 언덕길을 힘들게 올라가는 과적 트럭
▲ 중국가는 트럭 장거리 트럭은 며칠을 걸려 목적지를 향해 달려간다. 비오는 언덕길을 힘들게 올라가는 과적 트럭
ⓒ 남상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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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시간 거리 중 반 정도를 가다 보면 본격적인 산길로 접어들었다. 그런데 비가 내린 산길을 굽이굽이 돌아서 올라가는 도중 가끔 집중폭우가 쏟아져 나도 모르게 긴장을 하게 된다.  마침 우리 앞에 짐을 높다랗게 실은 커다란 트럭이 조금은 위험스러운 모습으로 천천히 언덕을 올라가고 있어 저렇게 많은 짐을 싣고 어디에 가는 차인가 물어보니 조 사장은 중국까지 가는 차라고 설명해 준다. 중국 어디까지 가는지는 모르지만 이제 점점 험해지는 산길을 저 많은 짐을 싣고 빗길에 먼 길을 가야할 트럭의 앞 여정이 자못 걱정스럽다.

방비엥 도착시간이 11시 반, 방비엥 시내에 도착하니 비가 상당히 많이 온 듯 남송강 강물이 많이 불어 누런 황토색 물이 노도처럼 흘러간다. 물살이 너무 세서 강에서 하는 카야킹이나 모터보트, 튜빙 등의 아웃도어 투어를 할 수 있을까 의문이 든다.

급하게 흐르는  강물에서 배를 타는 사람들도 있다. 어렵게 온길 본전이나 뽑자는 생각인 모양이다.
▲ 시내가 온통 물난리다 급하게 흐르는 강물에서 배를 타는 사람들도 있다. 어렵게 온길 본전이나 뽑자는 생각인 모양이다.
ⓒ 남상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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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디 1회성이 아닌 행사였으면 하는 바램이다.
▲ 메인스폰서의 인증사진 부디 1회성이 아닌 행사였으면 하는 바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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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두왕 학교에 프로젝터 지원을 한다고 하니 같이 동참해 주셨다.
▲ 같이 후원해 주신 업체 나두왕 학교에 프로젝터 지원을 한다고 하니 같이 동참해 주셨다.
ⓒ 남상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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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가 가는 나두왕 학교의 전 선생과 4시에 학교에서 만나기로 약속을 하여 시내 숙소에서 잠시 쉰 뒤 시간에 맞추어 마을로 출발했다. 세찬 빗줄기가 많이 약해져 다행이다. 그래도 가는 길의 비포장도로에는 물 웅덩이가 많아서 차가 가는데 조심스럽다. 

학교에 도착하니 전권기 선생과 학생들이 모여 있다가 우리를 반갑게 맞이해 준다. 승합차에 실은 짐들을 내려놓고 간단한 전달식을 가졌다.

요란한 겉치레가 싫어서 생략하려고 했다. 하지만 후원해준 분들을 생각해 기록은 남겨야 할 필요는 있다는 생각도 들었다.

연장도 갖추어지지 않은 가운데 작업하려니 힘이든다. 땀을 뻘뻘 흘리며 고생들을 하셨다.
▲ 스크린 설치 작업 연장도 갖추어지지 않은 가운데 작업하려니 힘이든다. 땀을 뻘뻘 흘리며 고생들을 하셨다.
ⓒ 남상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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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 이곳은 한창 모내기를 하는 시기다. 우리나라처럼 기계로 모를 내지 않고 전부 손으로  작업을 해야 하기 때문에 일손이 모자라 식구들이 총동원 된다. 그바람에 학생들은 어린 동생들을 엄마 대신 하루 종일 돌봐야 한다. 그래서 학교에 올 때도 어린 동생을 업고서 온다. 선생님도 그런 사정을 너무나 잘 알기 때문에 전부 묵인을 해주고 그렇게라도 학교에 오는 어린이들의 성의를 칭찬해 준다는 설명을 들었다.

이제 교실 안에서 본격적인 설치 작업에 들어갔다. 스크린을 벽에다 거는 작업도 만만치가 않아 만약 나 혼자 왔다면 포기하고 그냥 물건만 전해 주고 돌아갈 뻔 했다.

앞에서는 프로젝터를 노트북에 연결하여 시연을 하는 작업을 했다. 벽에는 스크린 설치작업을 하느라고 더운 실내에서 땀들을 뻘뻘 흘리는데 뒤에서는 아이들이 촘촘히 앉아 어른들의 작업을 초롱초롱한 눈망울로 주시를 하고 있다.

옛날 1950년대 6.25전쟁이 나고 얼마 뒤 수복된 서울은 지금 라오스의 시골 보다 더하면 더했지 나은 것이 하나도 없었다. 그 당시엔 가끔 학교 운동장에서 흑백 영화를 틀어 주었다. 그러면 입소문 듣고 사람들이 구름처럼 몰려와 운동장을 가득 메운다. 그 당시 생각나는 영화 중 재미있게 본 것이 타잔 영화다.

그때의 감동이 지금까지 전해지는 것을 보면 당시의 어린 우리들은 어떠 했을까 짐작이 간다. 지금 이 라오스의 시골 아이들 역시 마찬가지인데 '다른 후원물품보다 오랜 기간 이들에게 감동을 줄 수 있는 선택이 아닌가'라는 생각이 든다. 또 이들 어린 학생들뿐만 아니고 이 마을의 영화관 노릇도 톡톡히 할 것이라는 예상도 충분히 할 수가 있다.

시청각교육 교재는 그냥 한번 던져주고 가는 선물이 아니라는 느낌이 틀린 생각이 아니기를 기대를 해 본다.

여기 아이들의 눈은 대부분 쌍가풀이 지고 눈이 크다.
▲ 언니따라 학교에 온 꼬마아가씨 여기 아이들의 눈은 대부분 쌍가풀이 지고 눈이 크다.
ⓒ 남상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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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기한 구경거리에 정신이 팔려 눈을 떼지 못한다.
▲ 역시 언니 따라 학교 구경 왔다. 신기한 구경거리에 정신이 팔려 눈을 떼지 못한다.
ⓒ 남상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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밭에서 일하는 엄바를 대신해 동생을 돌보는 어린이들, 마치 엄마들의 친목회를 하는 것 같다.
▲ 우리는 엄마가 아니예요 밭에서 일하는 엄바를 대신해 동생을 돌보는 어린이들, 마치 엄마들의 친목회를 하는 것 같다.
ⓒ 남상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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뒤에서 빼곡히 앉아있는 어린이들의 면면을 찬찬히 살펴보니 어린애기를 데리고 온 아이들이 뜻밖에도 많았다. 지난번에 답사 왔을 때도 보긴 했지만 이번에는 특히 많이 보인다. 엄마들이 농사일에 무척 바쁘다는 얘기다. 그런데 이 아이들은 이런 일이 몸에 아주 익숙하고 당연한 표정들이다. 우리 옛날과 어쩌면 이렇게도 똑 같을까?

아기 업은 엄마같은 언니, 어린 동생을 언제 까지 업어주어야 하나
▲ 밝은 표정이 귀엽다 아기 업은 엄마같은 언니, 어린 동생을 언제 까지 업어주어야 하나
ⓒ 남상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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앞으로 업다 힘들면 뒤로 업고, 뒤로 업다 힘들면 앞으로 업고,  아직은 어린 언니가 힘든 내색을 안한다.
▲ 앞으로 업은 동생 앞으로 업다 힘들면 뒤로 업고, 뒤로 업다 힘들면 앞으로 업고, 아직은 어린 언니가 힘든 내색을 안한다.
ⓒ 남상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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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실안에서 아이들이 열중하고 있는 동안 교실 옆에서는 소들이 한가로히 풀을 뜯고 있다. 시골학교의 모습이다.
▲ 교실옆에서 풀을 뜯고있는 소들 교실안에서 아이들이 열중하고 있는 동안 교실 옆에서는 소들이 한가로히 풀을 뜯고 있다. 시골학교의 모습이다.
ⓒ 남상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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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이든 사람들은 이곳 라오스에 오면 옛날 어린 시절 생각이 나서 고향에 온 듯 편안하다는 얘기를 한다. 그래서 별로 볼 것이 없어도 자꾸 오게 된다는 얘기들을 하는데 이런 마음을 젊은 사람들은 잘 이해하지 못하겠지만 고생스럽던 기억이라도 아주 오랜 세월이 지나다 보면 모두 아름다운 수채화로 변한다는 표현은 나이가 들수록 동감하는 이야기들이다.

아! 이 아이들이 먼 훗날, 나처럼 지금의 모습들이 아름다운 기억으로 남았으면 좋겠다.


태그:#라오스학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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