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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의점에서 일을 한 지 어느덧 반 년이 되어간다. 나는 야간에 11시간씩 일을 하고 시급은 최저임금도 안 되는 5700원을 받고 있다. 이렇게 일을 하면 한 달에 40~50만원을 받는다. 야간에 일을 하느라 몸이 피로하고 밤낮도 바뀌어 고생이지만 힘든 만큼 돌아오는 월급은 너무나도 적다. 시급 5700원은 작년부터 받아왔지만 올해 최저임금이 6470원으로 올랐음에도 내 시급은 오르지 않았다.

최저임금 6470원, 편의점에선 최고임금으로 꼽힌다

내가 이 편의점에서 면접을 보기 전까지만 해도 최저시급을 주는 줄 알고 들어왔다. 아르바이트 사이트에서 최저시급을 준다고 글을 올렸기 때문이다.

찜찜한 기분에 점장님에게 물어보니 점장님은 "우리 가게가 장사가 안 되다 보니 최저시급을 맞춰주긴 힘들 것 같아. 사이트에는 최저시급 미만으로 적어놓으면 법적으로 문제가 될까봐 어쩔 수 없이 그렇게 적어놨어"라고 했다. 법적으로 문제가 될 것 같으면 최저시급을 맞춰 줘야되는 것 아닌가?

여러 편의점에 면접을 봤지만 최저시급을 주는 곳은 한군데도 찾아 볼 수 없었다. 정말 심한 곳은 아직도 시급이 4800원이란다. 이 정도면 거의 4년 전 최저시급 수준 아닌가? 따지고 싶어도 편의점이 다 이러니 뭐라 할 수도 없었다. 편의점에서 최저임금을 받는 것만으로도 꿀알바라 할 정도로 시급이 열악하니, 매년 최저임금이 올라도 편의점 아르바이트에겐 무의미하다. 올해 최저시급 6470원, 내 시급은 5700원... 내가 일한 만큼의 최소가치만이라도 받아볼 수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

5700원마저 쥐어 짜이는 고통

편의점 일은 처음이라 일을 배워야 했다. 내가 일하는 시간이 아닌 평일 낮 바쁜 일정을 밀어두고 일을 배우러 갔다. 점장님은 야간에만 일하시기 때문에 오전 아르바이트 분에게 일을 배우기로 했다. 처음이라 포스기 조작도 미숙하고 담배 외우는 일도 만만치 않았다. 손님이 없을 때는 청소와 담배 재고조사를 하고, 손님이 오면 접객 전용 친절 멘트를 외치고 직접 계산하는 일까지, 하루 3시간씩 이틀을 했다. 총 6시간 일을 했지만 교육이기 때문에 임금을 받지 못했다.

문제는 이 뿐만이 아니다. 요즘 월급을 받으면 기대심보단 마음부터 졸이게 된다. 저번 달 월급을 받았는데 만원을 덜 받은 것이다. 처음엔 점장님이 실수하신 건가 싶어 전화로 물어봤다. 그러더니 점장님은 이렇게 말했다.

"상품 재고 부족한 거랑 시재 점검 하다가 마이너스 된 돈은 월급에서 삭감했다. 가게 손실이 너무 커서 월급에서 깎았단다. 너희들이 실수해서 생긴 거니 책임져야지."

그 말을 듣는 순간 머리가 띵하고 울컥했다. 몇천 원이라도 더 벌기 위한 일인데 너무나도 쉽게 내 월급을 삭감한 것이다. 게다가 나를 도둑놈 취급하는 것 같아 기분이 매우 불쾌했다. 가게 손실은 모두 연대 책임인 것이다. 혹여나 손님이 몰래 물건을 훔쳐간 것도 우리가 책임져야 한다. 이젠 내 월급이 깎이지 않기 위해 손님이 물건을 훔쳐 가는지까지 감시해야 하나... 신경 써야 될 게 너무나도 많아진 탓에 일의 강도는 점점 높아져 가니 그만두고 싶다는 생각이 수없이 들기도 했다.

편의점은 점점 호황인데 내 생계는 불황이다

점장님의 이러한 행동도 어느 정도 이해는 간다. 주변에 편의점이 점점 많아진 탓에 장사도 잘 안 되고, 가게의 모든 지출은 점장님의 몫인 반면 수익의 절반은 본사에서 챙겨가기 때문에 점장님한테 남는 건 한 달에 겨우 100만원 정도라고 한다. 이 때문에 점장님의 생계를 위해 알바들의 임금을 낮추고 가게 손실마저 연대책임으로 돌리는 것이다. 나는 한마디로 이중착취를 당하고 있는 셈이다.

편의점은 계속 호황이라 매출은 점점 오르고 있고, 본사에서 벌어들이는 수익은 매년 6조원에 달한다. 그런데 편의점 매출을 올리기 위해 열심히 일하는 아르바이트는 최저시급도 못 받고 있는게 말이 되는가?

점장님은 내가 하는 아르바이트가 단순 용돈벌이라고 생각하신다. 그래서인지 적은 시급 주면서도 전혀 미안해하는 마음이 없으셨다. 나도 생계를 위해 열심히 일을 하고 있는데 본사에 착취당하고 점장님에게 착취당하는 현실에 너무 비참하고 화가 났다.

편의점 알바가 꿀알바라고 많이 하지만 최저시급을 안 지켜도 될 만큼 꿀알바가 어디 있겠나? 최저시급은 물론 주휴수당도 안 지켜주는 노동환경에서 일하다 보니 몸도 마음도 너무 힘들다. 사고 싶은 옷도 못 사입고, 먹고 싶은 고기를 사 먹는 것도 부담이다. 정말 이대로라면 최저임금이 1만원이 되어도 내 시급은 영원히 오를 것 같지 않다. 최소한의 법조차 지켜주지 않는 편의점 노동환경 이제는 정말 바뀌어야 한다.


태그:#편의점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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