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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5월 5일, 울산에서도 아르바이트 노동조합 준비위원회가 출범했다. 2013년 8월, 알바노동자들의 권리를 찾겠다며 아르바이트 노동조합이 만들어졌고 이후 여러 지역에서 지부가 만들어졌거나 만들 준비를 하고 있다.

울산에서도 얼마 전 첫 발을 뗐다. 출범식 전후로 알바노조 조합원들이 울산 곳곳을 돌아다니며 아르바이트 노동 실태를 조사했다. 결과는 예상한 대로였다. 최저임금법을 지키지 않는 매장이 비일비재했고 휴게시간, 근로계약서 작성, 주휴수당 등의 근로기준법을 지키는 매장은 찾아보기 힘들었다.

알바노동자들을 직접 만나 얘기를 들어봐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우리는 길거리에서 알바노동자들을 대상으로 노동 상담을 진행했다. 전단지에 근로기준법 내용을 적어 알바노동자들이 일하는 매장을 방문해 나눠주기도 했다.

많은 알바노동자들이 법을 알고 있어도 사장에게 말하기 두려워서, 아니면 법을 정말 모르고 있어서 본인들의 권리를 주장하지 못하는 현실을 알고 있었다. 얼마 지나지 않아 네 명의 알바노동자로부터 연락이 왔다.

최저임금도 못 받는 청소년 알바노동자들

처음 만난 사람은 울산 성남동에서 일하는 청소년(아래 A씨)이었다. A씨는 6개월 정도 성남동의 한 레스토랑에서 일을 했지만 교육기간 동안 임금을 받지 못했다. 일하는 동안에는 최저임금도 안 되는 임금을 받았다. 근로계약서도 작성하지 않았고 휴게시간도 보장받지 못했다. 청소년에게 최저임금 이하로 임금을 지불하는 건 매우 흔한 일이다.

실태조사를 하면서도 최저임금조차 받지 못하는 청소년 알바노동자들을 매우 많이 만났다. 청소년이라고 최저임금 이하로 임금을 지불해도 된다는 법은 어디에도 없는데 말이다. 교육기간 동안 임금을 받지 못하는 것도 A씨만의 사정은 아니다. 일을 배우는데 왜 돈을 받냐는 식의 논리가 여러 곳에서 통용된다. 오히려 일을 가르쳐주니 돈을 내놓으라는 가게들도 있다. 알바가 일을 배우는 것은 가게에서 일을 하기 위해 필수적임에도 그 교육비용은 자주 알바에게 전가된다. A씨가 이러한 사정으로 체불된 임금이 약 130만 원이었다.

A씨는 알바노조에게 도움을 청했다. 우리는 A씨를 만나 근로기준법 조항들을 설명해주었고 A씨는 사장에게 체불임금을 달라고 요구했다. 사장은 여러 차례 이러한 요구를 무시했고, "노조가 너를 이용하고 있다"는 말까지 하며 A씨를 협박·회유했다.

더 이상 사장과의 대화가 불가능했다. 우리는 매장 앞에서 1인 시위라도 해야겠다는 생각을 했다. 어떻게 돈을 받을까 고민하던 중에 A씨로부터 연락이 왔다. 사장에게 돈을 받았다고. A씨는 즐거워했지만 이렇게까지 해야 겨우 돈을 받을 수 있구나 하는 생각에 씁쓸해졌다. 그와중에 사장은 체불된 임금보다 9만 원 적은 돈을 입금했다.

체불임금에 사장의 일상적 폭언까지...

울산고용노동지청 앞에서 기자회견 중인 알바노조 울산(준)
 울산고용노동지청 앞에서 기자회견 중인 알바노조 울산(준)
ⓒ 알바노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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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음 만났던 사람은 성남동에 있는 술집에서 일하는 알바노동자 B씨였다. B씨는 근로계약서도 교부받지 못한 채 일을 시작했다. 임금을 받아보니 최저임금 이하였고 주휴수당도 포함돼 있지 않다는 걸 알게 되었다. B씨는 지급받지 못한 돈을 달라고 요청했지만 사장은 줄 수 없다며 거절했다.

이렇게 체불된 임금이 82만 7136원이다. B씨는 하루에 9시간, 10시간씩 일을 했지만 휴게시간도 없었다. 법에는 분명 4시간에 30분, 8시간에 1시간 휴게시간을 받아야 한다고 써있는데 말이다. B씨는 사장의 일상적인 폭언도 견뎌야 했다.

사장이 계속해서 지불 의사가 없음을 밝혔고 이 사건이 해결될 여지가 보이지 않아 알바노조는 지난 6월 12일 저녁에 이 술집을 방문했다. 금요일 저녁이라 그런지 손님들도 꽤 있었다. 매장에 들어가 사장과 대화를 시도했다. 임금 체불된 것을 알고 있지 않냐, 임금을 지불 해라, 법을 어기고 있다, 이런 말들을 전했지만 사장은 화만 냈고 결국 경찰에 신고하기에 이르렀다. 왜 우리가 찾아갈 수밖에 없었는지 자초지종을 설명했다. 평소 폭언에 시달렸고 사장과 마주하기 불편할 게 당연할 B씨를 대신해 B씨의 의견을 전달할 생각이었다.

사장은 이런 설명을 듣고도 우리와 할 말이 없다며 욕설을 섞어 화만 냈다. 곧 경찰이 도착했고 사장과 우리는 각자의 입장을 경찰에게 설명했다. 결국 사장과 우리는 인근 경찰 지구대까지 가게 되었다. 우리는 업무방해로 말하자면 체포가 된 것이다.

왜 고용노동부가 할 일을 당신들이 하냐는 말을 경찰로부터 들었다. 맞다. 노동자가 진정 접수를 하면 고용노동부가 그것을 해결해야 한다. B씨도 이미 고용노동부 울산지청에 진정을 넣은 상태였다. B씨는 5월에 울산지청에 출석해 본인의 이야기를 전달했다. 하지만 한 달이 지날 동안 근로감독관은 사장으로부터 입금날짜를 약속받거나 사장과의 면담 일정을 잡는 등의 기본적인 일도 하지 않았다.

답답해진 나머지 우리는 지난 17일 수요일 고용노동부 울산지청 앞에서 "노답사업주 방치하는 고용노동부는 정신차려라!"는 제목의 기자회견을 진행했다. 임금이 체불되어 한 달 생활비 마련도 막막한 사람들이 고용노동부의 일처리만 목 빼고 기다리고 있는데 이렇게 태만하게 일을 해서는 안 된다는 이야기를 하기 위해서였다.

울산지청장에게 면담요청서를 주는 것으로 기자회견을 마무리했다. 이 기자회견이 끝나자 비로소 조사가 시작되었다. 조만간 사장이 노동청에 출석할 것이고 출석 후 7일 안에 입금하라고 명령할 거라는 얘기를 들었다. 가만히 있어서 해결되는 건 아무것도 없다지만 임금 하나 받아내는데 이렇게까지 힘들어서야 원.

대화로 원만히 해결하려 했지만, 결국 경찰서행

며칠 뒤 무거동 S 카페에서 일하는 알바노동자 C, D씨도 연락이 왔다. 두 사람 모두 6개월 정도 S 카페에서 일을 했다. 두 사람은 지난 5월, 카카오톡을 통해 정당한 이유 없이 해고를 당했다. 일을 하는 중에는 주휴수당을 받지 못했다. 이에 대해 주휴수당과 해고예고수당을 지급할 것을 요구했지만 사장은 줄 수 없다는 입장이었다.

근로기준법 제23조에 의해 '사용자는 근로자에게 정당한 이유 없이 해고, 휴직, 정직, 전직, 감동, 그 밖의 징벌을 하지 못한다'고 명시 되어있다. 또한 근로기준법 제26조는 '사용자는 근로자를 해고하려면 적어도 30일전에 예고를 하여야 하고, 30일 전에 예고를 하지 아니하였을 때에는 30일분 이상의 통상임금을 지급하여야 한다'고 명시하고 있다.

이는 갑자기 해고당할 시 일을 구하는 기간 동안의 노동자의 생활비를 보전하기 위해 법에서 제도적으로 노동자들의 인권을 보장해 놓은 것이다. 알바는 용돈이나 유흥비를 벌려고 하는 잠깐의 일이라는 인식이 팽배하지만 요즘에는 알바로 생계를 유지하는 사람도 많다. 갑자기 해고당하면 생계가 막막해지기는 알바도 다른 노동자들과 매한가지다.

해고예고수당 150만 원, 그동안 받지 못했던 주휴수당 60여만 원을 사장에게 요구했지만 사장은 이미 임금을 다 처리했고 해고예고수당은 줄 수 없다는 입장을 반복했다. 이 사람들이 일을 제대로 하지 않았다는 이유를 들면서 돈을 주지 않겠다 주장했지만 정작 C, D씨는 일하다 다쳐도 보상 하나 받지 못했고 CCTV로 상시적으로 일하는 모습을 감시당하기도 했다.

지난 6월 17일 오후 1시, 알바노조는 사장과 이야기를 하기 위해 매장을 방문했다. 소란을 일으킬 목적으로 간 것이 아니라 단지 사장과 이 사건에 대해 어떻게 처리할지 이야기하러 간 것이었다. 내용증명을 들고 갔지만 사장은 읽어보지도 않고 우리의 말을 듣지도 않았다. 이미 줄 것은 다 주었다는 입장, 제대로 일을 안 해서 자른 것이라는 입장만 반복했다.

이번에도 사장은 알바노조가 온 지 몇 분이 채 되지 않아 경찰에 신고를 했다. 경찰이 곧 도착했고 사장과 원만히 대화하려했던 애초의 목적과는 달리 업무방해죄로 현행범 체포되어 알바노조 조합원 3명은 또 다시 지구대에 가게 되었다.

'경험'이란 생각이 알바노동자를 사각지대로

지구대에서 경찰서로 넘어가 계속 조사를 받았다. 업무방해죄는 지능수사팀에서 조사하는 사건이 아니지만 우리는 노동조합 조합원이라는 이유로 지능수사팀에서 조사를 받았다.

"왜 알바노조 조끼를 매장에 입고 갔냐, 사람들이 불편해 할 것을 알고 입고 간 것이냐?", "왜 알바노조가 알바노동자들의 권리를 보장하는 활동을 해야 하냐?", "이 조합원들끼리는 어떻게 알게 된 사이냐?", "이 단체는 어떤 돈으로 단체를 유지하냐, 상담을 해주고 돈을 받느냐?", "조합원 수는 몇 명이냐?" 등 우리가 잡혀간 이유와는 상관없는 질문들이 이어졌다. 질문들이 불쾌하기 짝이 없었지만 할 말은 해야겠기에 성실히 답변을 해줬다. 1시에 카페에 갔었는데 경찰서를 나서니 어느덧 저녁 6시가 넘어 있었다.

남의 돈 벌기가 쉬운 줄 아냐는 말을 자주들 한다. 남 밑에서 일하면서 돈 벌기 쉽지 않다는 말일테다. 그런데 알바노동자들의 처지를 보면 힘들지 않기를 바라는 건 고사하고 일한 만큼 돈이라도 무사히 받았으면 하는 생각이 든다.

"알바도 노동자다". 알바노조가 끊임없이 주장했던 문장이다. 알바는 '사회 생활'하기 전에 해보는 '경험'이고, 용돈벌이 수단이라는 생각이 알바노동자들을 근로기준법 보장의 사각지대로 밀어 넣고 있다. 함부로 쓰다 버려도 누구하나 뭐라 하는 사람이 없는데 대체 어떤 사장이 알바노동자를 존중하냐는 거다. "근로계약서는 꼭 쓰셔야 합니다", "올해 최저임금은 5580원입니다." 아무리 자주 말해도 현실은 녹록지 않다.

○ 편집ㅣ최유진 기자



태그:#알바, #알바노조, #울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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