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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강 첫주인 9월 1일부터 5일까지 나와 내 친구 셋은 '10만의 동행, 5일의 약속'이라는 캠페인에 참여했다.

'10만의 동행, 5일의 약속'은 세월호 참사에 대한 제대로된 진상규명을 위해, 이윤보다 생명이라는 당연한 말을 위해, 수사권과 기소권이 포함된 세월호 특별법을 제정해야 한다는 말을 전하기 위한 청년들의 캠페인이다. 이 캠페인에 참여한 이들은 9월 1일부터 5일간 10만 명의 시민들을 만나 '세월호를 잊지 말아달라'는 메시지를 전하는 것을 목표로 삼았다.

그런데 이 캠페인에 참여한 이들은 '본분을 저버렸다'는 비난 혹은 비판을 받을 수밖에 없었다. 왜냐하면 이 캠페인에 참여한 이중 대분이 대학생이라 학교 수업을 듣지 않고 캠페인에 참여했기 때문이다.

우리들은 아침부터 특별법에 대한 유인물을 지하철과 거리에서 끊임없이 시민들에게 건네고, "세월호를 잊지 말아달라"고 부탁했다. 또 쉬는 시간에도 틈틈이 노란 종이배를 접었다. 그리고 매일 촛불문화제로 일정을 마무리했다.

대학교 1학년인 나는 개강을 맞아 새로운 사람들을 더 만나보고 싶고, 친구들과도 오랜만에 웃으며 이야기를 나누고 싶었다. 그럼에도 '새내기'라는 타이틀을 떼기도 전에 마주한 세월호 참사를 외면할 수 없었다. 생명보다 이윤이 중요한 사회를 그냥 바라볼 수만은 없었다. 그래서 우리는 수업을 포기했다.

"교수님, 광화문에서 수업해요"... 교수님의 반응은?

시민들에게 세월호 특별법을 알리기 위해 개강 첫 주, 수업을 반납한 성공회대 사회과학부 1학년 학생들이 박경태 교수에게 메일을 보냈다. 수업을 광화문에서 할 수 있느냐고. 이 이미지는 박경태 교수님의 페이스북 글.
 시민들에게 세월호 특별법을 알리기 위해 개강 첫 주, 수업을 반납한 성공회대 사회과학부 1학년 학생들이 박경태 교수에게 메일을 보냈다. 수업을 광화문에서 할 수 있느냐고. 이 이미지는 박경태 교수님의 페이스북 글.
ⓒ 박경태 교수 페이스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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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게 나와 내 친구들은 수업을 포기했지만, 한 수업만은 꼭 듣고 싶었다. 그 수업은 '세미나 지도'라는 강의인데 12명이 듣는 한 시간짜리 강의다. 수업을 반납한 나와 친구들은 지난 1일 이 강의를 맡은 박경태 교수님께 이메일을 보냈다. 세미나 지도 수업을 광화문 농성장에서 진행해줄 수 있느냐고. 우리는 교수님과 친구들이 우리를 이해해줄 것이라는 막연한 기대감이 있었다.

교수님은 우리의 제안을 흔쾌히 제안을 흔쾌히 받아들여주셨다. 덕분에 거리에 있던 나는 개강을 광화문에서 하게 됐다.

지난 2일 오후 7시 10분. 광화문 농성장에 모인 세미나 지도 교수님과 학생들은 천막 안에 둥글게 앉아 '특별한 수업'을 시작했다. 우리는 광화문에서 수업을 하게 된 이유를 말했고, 세월호 특별법 제정에 관한 이야기를 나눴다. 왜 진상규명을 위해 수사권과 기소권이 없어서는 안 되는지 교수님과 친구들과 의견을 교환했다.

세월호 특별법 제정까지 광화문에 가겠습니다

광화문 농성장 내 천막에서 수업을 진행하는 모습
 광화문 농성장 내 천막에서 수업을 진행하는 모습
ⓒ 가만히 있으라 페이스북 페이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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번거로움을 감수하면서까지 광화문에 와준 교수님과 학생들은 수사권과 기소권이 없이는 세월호 참사 진상규명이 제대로 이뤄질 수 없다는 데 의견을 모았다. 이날 열린 촛불문화제 때문에 천막 안에서의 대화가 원활하지는 않았지만, 그만큼 서로의 말 한 마디 한 마디에 집중했다. 수업을 마친 뒤 친구들은 "세월호 특별법 제정에 대해 잘 몰랐는데, 오늘 수업을 통해 제대로 이해하게 됐다"는 반응을 보였다.

누군가는 도저히 가만히 있을 수 없어서 거리로 나서고, 누군가는 동조단식을 통해 세월호를 잊지 않겠다는 약속을 지키고 있다. 나는 세월호를 잊지 않겠다는 사람들 덕분에 광화문에서 개강을 맞았다.

나는 세월호를 잊지 않으려는 사람들의 노력이 모이고 또 모여 수사권과 기소권이 보장되는 세월호 특별법이 반드시 통과되길 바란다. 제대로 된 진상규명과 책임자 처벌이, '이윤보다 생명'이라는 말이 우리 사회에서 당연해지기를 바란다. 언제가 될지 모르는 그때까지 나는 광화문에 가고자 한다. 그 자리에서 내가 할 수 있는 모든 일을 할 생각이다.


태그:#10만의 동행, 5일의 약속, #가만히 있으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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