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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래창조과학부는 지난해 12월 18일 KT의 무궁화 위성 3호 해외 매각이 국내법 절차를 위반했다 하여 계약을 무효화하고, 위성을 원상복구하라고 통고했다. 당연한 조처라 생각한다.

KT가 2010년 무궁화 위성 3호를 홍콩의 위성서비스 업체 ABS에 매각할 당시 잔여 연료수명이 11~13년이었다. ABS사는 위성을 5억3000만 원에 사서 매년 400억 원 넘게 수익을 내고 있는 것으로 여겨진다. 수명이 거의 다된 2호를 40억4000만 원(350만 달러)에 판 것은 어느 정도 납득이 되지만, 13년이나 남은 3호를 5억3000만 원(50만 달러)에 매각한 것은 납득하기 어렵다. KT가 받고 있는 년 20억 원은 관제소 운용 인력 용역비이지 위성가격은 아니다.

3호 위성은 제작 발주 당시 첨단 모델로서 2.8톤의 대형이다. 송신안테나의 방향을 지상 관제소에서 자유자제로 변경할 수 있는 기능을 장착하고 있어서, 국제서비스나 군사용으로 활용가치가 높다.

3호는 설계수명이 12년이다. 설계수명이란 보험계약을 위한 품질보증기간으로, 위성체의 경우 설계수명이 다하면 보험료가 약간 올라가지만, 연료가 소진될 때가지 계속 운용하는 것이 예사다. 잔여 연료량은 지상 관제소에 실시간으로 표시되므로 잔여수명도 금방 산출할 수 있다. 액화가스 연료가 떨어지면 자세제어가 불가능해, 안테나 방향이 서서히 틀어지고 위성체도 흔들리기 시작한다.

그러나 기계적으로 고장이 생기는 일은 거의 없다. 3호는 연료소진으로 경사궤도에 들어가도 안테나의 조정 기능으로 정상에 가까운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기 때문에, 잔여수명이 13년이라는 ABS의 계산은 맞다. 

우리 궤도 공동 점유 갈등 소지... 무궁화 7호 걸림돌 될 수도

무궁화 위성 3호
 무궁화 위성 3호
ⓒ K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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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궁화위성의 매매 가격은 영리회사 KT와 ABS 간에 맺어진 상거래이므로 제3자가 값이 싸니, 비싸니 할 사항은 아니다. 다만 국내법 규정을 무시하고 KT직원들과 친숙한 재미교포가 홍콩에 설립한 벤처회사에 무궁화위성을 헐값에 넘긴 것은 지탄의 소지가 다분히 있다. 

정지궤도 동경 116도는 우리 소유가 아니라, 우리 위성이 할당된 주파수로 선점하고 있을 뿐이다. 한반도에서 가장 가까운 적도 선상에서 최적궤도가 3도 거리에 인접해 있는 동경 113도와 116도인데, 무궁화위성 1, 2호가 처음 점유한 후 3, 5, 6호가 뒤를 이어 계속 점유해 오고 있다.

궤도 선점은 등록된 우리 주파수와 위성에 함께 적용된다. 다른 주파수를 이용하는 위성은 언제든지 같은 궤도에 올려도 되지만 동일주파수 위성은 안 된다.

무궁화위성 3,6호는 꼭 같은 주파수를 국제전기통신연합(ITU)에 등록하고, 그 주파수대역에 맞추어 지상국을 운용하고 있다. 동일 주파수를 사용하는 두 위성은 상호간섭 때문에 같은 궤도에서 동시운용이 허용되지 않는다. 상이한 주파수를 이용하는 위성은 상호간섭이 없기 때문에 조정절차 없이 같은 궤도에 발사할 수 있다. 

3호는 6호의 보조위성으로 동시운용이 배제될 뿐 아니라, 소유자도 모두 KT이므로 조정(승인)절차가 생략 되었다. 그러나 3호가 ABS 소유가 된 후에는 상황이 달라졌다. 3호는 현재 안테나 방향을 한반도가 아닌 서아시아 지역으로 돌려놓아 6호와 간섭을 피하고 있을 뿐, 무궁화 6호와 동일궤도에서 동일주파수로 동시에 운용되고 있는 공동점유 위성이다.

10여 년 후 6호가 수명이 다하여 후속으로 무궁화 7호를 동경 116도에 발사하려면, KTSat 은 공동점유자인 ABS 조정을 받아야 한다. 그런데 만일 ABS가 3호와의 간섭을 이유로 조정을 거부하면 7호 발사는 불가능하다. 사업상 경쟁관계에 있는 위성소유자는 조정을 피하거나 대가를 요구하는 경우도 있다. 공동점유자는 후속위성 발사시에 선점자로 행세하며 조정에 태만할 수도 있다. 

그래서 6호가 116도에 있다 하여 우리 궤도라 낙관하는 것은 잘못이다. 현재는 KTSat과 ABS가 협력관계에 있지만, 상황이 변하여 다시 경쟁자 관계로 바뀔 수도 있다. 그때는 ABS가 3호 빔을 한반도로 옮겨와서 중계기 임차시장에서 무궁화 6호와 경쟁할 수도 있다. 적과의 동거 상황이 되는 경우다. 동경 116도에 소유자가 다른 3호, 6호가 동거하는 것은 매우 드문 일이다. KTSat는 고객을 승계하는 조건으로 3호 위성을 반드시 되찾아 와야 하는 이유다.

헐값 매각보다 전략 물자 불법 반출이 사태 본질

무궁화 위성 3호 발사 장면. KT(한국통신)는 지난 1999년 9월 남미 프랑스령 가이아나 쿠루 기지에서 무궁화 위성 3호를 발사했다.
 무궁화 위성 3호 발사 장면. KT(한국통신)는 지난 1999년 9월 남미 프랑스령 가이아나 쿠루 기지에서 무궁화 위성 3호를 발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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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래창조과학부가 매매계약을 무효화 선언한 데는 충분한 근거가 있다. 위성체가 전략물자인데도 해외 매각에 필요한 대외무역법상 수출입허가를 받지 않았고, 전기통신설비관리법, 항공우주개발법, 전파관리법상 주파수 사용자 변경 미신고, 무선국에 준하는 관제소의 해외매각 미신고, 특히 외국위성을 위한 국내관제소 설치운용허가 미취득 등 국내의 여러 강행법규를 위반했다. 3호 매매계약은 그러한 이유로 미완성 계약이 되고 결과적으로 무효가 될 수 있다.                       

3호를 되찾아 오는 방안으로는 당사자 간 합의가 가장 합리적인 방안으로 보인다. 한국정부가 국내법 위반을 이유로 거래 자체를 무효화라 공표하였으므로 계약은 법적으로 이미 미완 상태가 되었다. 당사자 간 협상으로 해결되면 다행이지만, KT가 계약파기 당사자라 하여 ABS가 손해배상 소송을 제기한다면 ABS도 KT 못지않게 불리한 입장이 될 것이다. 거래의 불공정성이 법정에서 낱낱이 드러날 것이기 때문이다. 당사자가 합의한 위성거래 가격이 5억3000만 원에 불과하므로 법정 다툼을 해도 손해배상 조건으로 당사자 간 합의하느니만 못하다. 

손해배상액은 전적으로 양방 합의에 달려 있겠지만, 만일에 법리 다툼으로 번진다면 다음과 같은 배상금 셈법을 참고 할 수 있을 것이다. (1) 가격 5억3000만 원, (2) 5억3000만 원에 대한 2년간 은행이자, (3) 매매절차 에 부수된 각종 비용, 세금 (4) 잘못된 매매계약으로 ABS가 떠안은 손해액 등 4 항목의 합계를 KT가 배상하면 ABS는 3호를 돌려주어야 한다.

위성 매매가격이 5억3000만 원이라 양자가 합의하고 매매계약을 체결한 이후, 2년간 가격상승 요인이 없었으므로 매매가격 이상을 요구하기는 어렵다. 매매계약 해지에 인한 손실비용은 KT가 보상해야 할 것이다. 그런데 ABS는 무궁화 위성 2기를 매입하는 과정에서 계약서류와 등기절차 등 자문 비용을 제외하면 비용이 거의 들지 않았다. 위성, 관제소등 시설이 있는 전 궤도에서 변함이 없고 소유권만 바뀌었기 때문이다.  

그런데 흥미로운 점은 (1)항 위성체 거래가격이 불과 5억3000만 원이고, (2)(3)은 합계가 고작 2~3억 원으로 추정되는데, (4)항의 경우는 다르다. ABS가 지난 2년간 매년 최소 300억 원의 영업수익을 올렸다 가정하면 손해가 아니라 오히려 득을 보았으므로 ABS가 KT에 반환할 돈이 600억 원에서 10억 원을 삭감한 590억 원이 된다.

뿐만 아니라, 2006년 회사 설립 후 수익을 내지 못하던 ABS가 무궁화 위성 3호를 헐값에 매입하는 계약을 KTSat과 채결하고, 위성을 인수하기도 전에 기업을 주식시장에 상장하여 2700억 원의 투자를 끌어들여 일시에 돈방석에 앉게 되었다. 이로 인한 현금 소득이 1000억 원이 훨씬 넘을 것이다. 

따라서, 손해배상 소송으로 갈 경우, ABS가 금융수익 1000억 원에 영업이익 590억 원을 더하여 1590억 원을 KT에 돌려주라는 판결이 날 확률이 크다고 본다. 매년 400억 원을 벌었다면 1790억 원을 반환하라 할 것이다.

1천억원대 손해배상 우려... 계약 무효화돼 '재매입' 아니라 '반환'

KT는 지난 2010년 12월 30일 남미 기아나 위성발사센터에서 발사된 올레 1호(무궁화 6호)가 기존 무궁화 위성 3호 서비스 전환 작업을 완료했다고 밝혔다. 사진은 당시 KT 용인 위성관제센터에서 KT 직원들이 위성안테나 조정 작업을 하고 있는 모습.
 KT는 지난 2010년 12월 30일 남미 기아나 위성발사센터에서 발사된 올레 1호(무궁화 6호)가 기존 무궁화 위성 3호 서비스 전환 작업을 완료했다고 밝혔다. 사진은 당시 KT 용인 위성관제센터에서 KT 직원들이 위성안테나 조정 작업을 하고 있는 모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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들리는 바에 따르면 ABS가 재매입 대가로 큰 액수를 요구한다니, 또다시 KT가 황당한 짓을 할까 우려된다. 재매입은 매각계약이 정당했다는 전제가 깔린 용어로, 장관이 계약을 무효라 선언한 것과 배치된다. 계약이 무효이므로 위성은 재매입이 아니라 되찾아 오는 것이다. KTSat 과 ABS가 실수를 서로 인정하고 당사자 합의로 해결하기를 바란다. 위성분야에서 30년을 함께한 한국인 기술자들이 설립한 벤처회사가 ABS라는 점을 감안하면 더욱 그렇다.

정부는 이런 황당한 일이 다시는 반복되지 않도록 해야 한다. 이동통신의 활성화로 지상 전파관리는 꼼꼼히 하면서도, 우주자원인 위성전파관리는 소홀한 면이 있다. 전국에 전파관리소가 있고 한반도 주변 위성신호를 감시하는 시설도 있는데도 불구하고, 우리 영내에 위치한 외국소유 관제소가 외국위성 3호를 2년간 관제해 온 걸 몰랐다니 믿어지지 않는다. 우리국적의 위성궤도 점유 현황과 위성주파수 계획수립 그리고 관리체계가 일원화될 필요가 있다.

대기권과 성층권에 무인 비행체가 늘어나면서, 이들이 사용하는 우주전파와 지상전파의 간섭위험이 높아지는 추세에 있다. 항공우주연구원이 발사하는 과학위성용 저궤도와 주파수, 기상위성용 정지궤도와 주파수, KT의 통신방송위성용 정지궤도와 주파수, 국방위성용 저궤도 및 정지궤도와 주파수 등 앞으로 궤도와 주파수 수요가 늘어날 것이다. 종합 관리체계가 필요하다.

2002년 KT 민영화 바람에 전화망 사업에 끼어서 무궁화위성 사업은 큰 투자에 적은 수익만 내는 천둥이가 되어 버렸다. 해외사업으로 수익을 내려고 외국벤처와 협력하려다 되래 먹히기 직전 구제 받게 된 이유는, 위성사업 경영진이 해외시장에 대한 견문과 전문능력을 갖추지 못한 때문이라 생각한다. 제대로 했다면 KTSat이 ABS를 합병했어야 옳다.

앞으로 KTSat은 KT에서 완전 독립하든지, 아니면 KT 내에서 특수사업자 지위를 가질 필요가 있다. 위성사업은 첨단사업이며 전략기술 사업이라, 기술도 첨단이고 사업도 첨단이다. CEO가 새로운 사업모델을 만들고 새로운 시장을 개척할 수 있는 전문식견을 갖추어야 할 것이다.

덧붙이는 글 | 정선종 박사는 전자통신연구원(ETRI) 원장 출신으로 현재 통신위성우주산업연구회 고문을 맡고 있다.



태그:#무궁화 위성 3호 , #무궁화 위성 해외매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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