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기 꿈을 쫒는 한 청년이 있습니다. 그는 올 한해 얼마나 청춘답게 살았을까요?
청년은 남들과 비슷하게 살아왔습니다. 중학교를 거쳐 비평준화 고교를 들어가기 위해 시험을 쳤고, 그렇게 들어간 고등학교에서 막연하게 꿈을 좇아 시험을 보고 대학에 들어가게 되었습니다. 대한민국에서 건강한 남자라면 당연한(?) 의무인 군복무를 위해 곧 입대를 하게 되었고, 2년 3개월이라는 시간을 거쳐 당당히 일상으로 돌아왔습니다. 하지만 곧 청년에게 다가온 것은 시험이었습니다. 초등학교부터 고등학교까지 온갖 시험을 치르고, 대학을 들어가서도 시험은 끝나지 않았습니다. 이번에는 그래도 자발적으로 준비하는 시험이었지만(지금 생각하면 순전히 자발적이었는지 의문이 있습니다..) 난이도나 경쟁률이 만만치 않았습니다. 그래도 청년은 해볼만 하다고 생각했습니다. 군대도 다녀왔겠다 하면 되겠지 같은 근자감이 당시엔 활활 솟아올랐으니까요.
하지만 그러한 의욕은 오래가지 않았어요. 시작할 때의 열정은 해가 바뀌면서 어디론가 사라져버리고 시험을 준비하는 게 어느덧 일상이 되어버린 걸 느꼈습니다. 그래도 열심히 하면 되겠지 하는 생각으로 애써 침착하게 이어가던 어느 날, 청년은 이 시험을 왜 준비하고 있는지에 대한 의문이 들기 시작했습니다. 여러모로 생각해도 뚜렷한 동기가 잡히지 않았습니다. 단순히 먹고 살기 위해서라든지 사회정의를 실현하기 위해서 같은 이유로는 스스로를 납득시킬 수 없었고, 계속 준비해야 할 당위성을 찾기 어려웠습니다. 그러한 상태로 한 해가 더 지나갔습니다. 사실 그 당시 청년의 마음은 이미 그 시험에서 떠나있었던 걸로 보입니다. 다른 일에 이것저것 손대기 시작한 거죠. 혼자 지낸지 오래되었던 청년은 사람들의 품이 그리웠던 모양입니다. 사람들과 함께하는 대외활동에 참여하기 시작하면서 세상에 할 일이 생각하던 것보다 많다는 것을 알게 됩니다. 그동안 너무 좁은 틀안에 갖혀있었던 게 아닐까 하는 생각을 하기 시작하게 되죠.
그러던 어느날 청년은 한 강연을 듣게 되었습니다. 왠지 모르게 끌렸던 강연이었습니다. 한 관객이 강연자에게 질문을 던졌습니다. 고시를 몇년간 준비하고 있는데, 더 공부할 의욕은 안나고 그렇다고 이제와서 그만두자니 아깝기도 해서 계속하고 있는데 어떻게 하면 좋을지 말이죠. 강연자는 단호히 얘기했습니다. 그만두라고. 질문자가 망설이는 듯한 기색을 보이니까 강연자는 말을 이었습니다. 누군가가 붙으면 다른 사람이 떨어질 수 밖에 없는 시험을 뭣하러 준비하냐고. 세상에는 할 수 있는 게 그것만 있는 게 아니라고. 만약 지금 당장 그만두기 어려우면 이번에 딱 한번만 시험을 쳐보고 관두는 걸로 약속하자고. 직접 질문한 건 아니었지만 그 얘기는 청년의 가슴을 울렸습니다.
얼마 후 청년은 인생의 방향을 바꾸게 되었습니다.
그렇게 준비하던 것을 내려놓고 보니 당장 무엇을 해야할지 막막했습니다. 마치 백지상태가 된 느낌이라고 할까요? 어차피 이렇게 된 거 다시 할 것을 정할 때까지 하고 싶은 것을 마음껏 해보기로 했습니다. 그렇게 지내다보면 곧 찾게 되겠지 하는 생각과 함께 말이죠. 그게 지금까지 이어질 줄은 생각하지 못한 채...
오랫동안 앉아있던 책상에서 벗어난 청년은 몸이 근질근질거렸던 모양입니다. 강연을 듣는 것을 좋아했던 청년은 관심있는 강연들을 찾아 듣기 시작했어요. 그러면서 첫번째 하고 싶은 게 생기게 되었습니다. 사실 지금 생각하면 참 빨리도 생긴 것이었지요. 그 꿈은 기자였습니다. 강연을 들으러 갔다가 기자였던 강연자의 얘기를 듣고 가슴이 뛰었습니다. 그래서 이후 기자만들기 프로그램도 참여하고, 2012년 총선때 한 언론사에서 주최한 특별총선취재팀에도 합류해 기사를 써보기도 했습니다. 하지만 기자가 되겠다는 열정이 계속 이어지지는 않았습니다.
당시는 선거에 대한 관심이 국민적으로 높을 떄였고, 나는 꼼수다 등의 영향으로 청년 역시 선거에 대한 관심과 함께 정치 의식에 조금씩 눈을 뜨고 있었습니다. 그러던 중 청춘콘서트에서 희망서포터즈로 자원봉사한 것을 인연으로 '새로운 100년' 책을 주제로 한 북콘서트에 참여하게 되었죠. 많은 지역을 돌아다니며 다양한 사람들을 만났고, 북콘서트를 준비하기 위해 여러가지 역할을 맡으면서 새로운 경험을 할 수 있었습니다. 그러면서 틈틈히 시간나는대로 아르바이트를 하며 용돈도 벌어야했죠. 아르바이트를 통해서도 다양하고 재밌는 경험을 많이 할 수가 있었죠. 이런 활동들을 통해서 청년은 본인의 관심사가 다양하고, 활동하는 것을 좋아한다는 것도 알게 되었죠. 비록 용돈벌이를 위해 하는 일들이 많았지만 힘든 와중에도 자신의 꿈을 찾고 있었던 거죠. 무엇보다 자신에 대해 점점 잘 알게 되는 시간들이었습니다.
올 한해도 많은 일들이 있었습니다. 방송국 일에 끌려 AD(조연출)을 보조하는 역할을 해보고, 회사생활을 잠깐이지만 경험해 보았어요. 한달동안 제주도에서 스탭으로 일하면서 여행자들과 다양한 이야기를 나누며, 제주도의 곳곳을 둘러보기도 했죠. 청년혁신활동에도 관심을 갖다가 결국은 학교로 돌아왔습니다. 일단 졸업을 하는게 앞으로 무엇을 하더라도 활동의 폭이 넓어질 거라는 생각이 들었죠.
어느덧 긴 학교생활의 마지막 학기도 끝나고 계절학기를 들으며 졸업을 앞두게 되었습니다. 언제나 느끼는 거지만, 시간은 참 빠른 것 같습니다. 지나보면 금방 가죠. 그럼 지금 현재까지 오는 동안 청년은 앞으로 무엇을 할지 정하게 된 것일까요? 다행히 청년의 관심사를 찾았습니다. 앞으로는 그 분야에서 좀 더 구체적으로 들어가 배우면서 일을 하게 될 것 같습니다. 그러고보면 아직도 현재진행형인거죠. 그래도 청년은 이제 서두르지 않습니다. 긴 시간동안 다양한 경험을 거치면서 차근차근 준비하며 나아가면 될 것이라는 믿음이 생겼기 때문이죠. 오늘도 청년은 조금씩 나아가고 있습니다.
최근 "안녕들 하십니까"라는 제목의 대자보가 붙은 후로 전국적으로, 전세대적으로 불이 번지듯 빠르게 현실에 대한 각성의 목소리가 퍼지고 있습니다. 청년 역시 이러한 상황을 지켜보면서 현장을 다녀오기도 하면서 지금 무엇을 하면 좋을지에 대해 생각을 해보고 있었어요. 인생의 방향이 바뀌게 되면서 청년은 공동체라는 가치에 눈을 뜨게 되었습니다. 지금 당장은 나와는 관계없는 것처럼 보이는 일들이 결국 나에게로 영향을 미치는 것을 알게 된 청년은 우리는 한 공동체라는 의식을 가지고 할 수 있는 일을 하려고 합니다. 해야 할 일이 하나 더 생긴 셈이지만, 청년은 기꺼이 할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가벼운 마음으로 지금 할 수 있는 것부터 한다면 지속적으로 할 수 있을 거에요.
어서 빨리 우리 모두가 살맛 나는 세상에 살기를 바라면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