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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토부의 중앙선 복선 전설화 사업이 추진 중인 소백산 국립공원 인근 죽령천. 시공사인 SK건설은 죽령천 아래에 뚫는 터널공사 공법에 지하추 침출을 대비하는 공법을 반영하지 않았다. 환경단체들은 죽령천 지표수의 고갈을 우려하고 있다.
 국토부의 중앙선 복선 전설화 사업이 추진 중인 소백산 국립공원 인근 죽령천. 시공사인 SK건설은 죽령천 아래에 뚫는 터널공사 공법에 지하추 침출을 대비하는 공법을 반영하지 않았다. 환경단체들은 죽령천 지표수의 고갈을 우려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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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23일, 백두대간 줄기인 소백산 풍경을 뒤로 하고 비가 내리치는 단양IC를 빠져나왔다. 도담-영천 간 중앙선 복선전철화에 따른 소백산국립공원 훼손 현장조사로 6월 14일 이후 한 달 만에 다시 찾은 소백산이다. 비가 쏟아지던 그때와 달리 이날은 햇살이 눈부셨다. 동행한 김수동 안동환경연합 국장은 "얼마 전 소백산에서 희귀식물인 왜솜다리(에델바이스)를 만나 반가웠다"고 말했다.

국립공원 중 하나로 왜솜다리 등 희귀식물이 살고 있는 소백산은 지금 위기에 처해있다. 국토교통부는 2차 철도산업발전기본계획 중 하나로 중앙선 복선전철화를 추진하고 있다. 총사업비 3조6473억 원을 들여 충북 단양부터 경북 풍기까지 148km에 달하는 길에 최고 시속 250㎞로 달릴 수 있는 고속화 전철이 다닐 수 있도록 하는 계획이다. 문제는 2공구인 도담-영천 구간에 소백산이 포함된다는 점이다.

우리는 단양IC 인근 대강면 당동리의 본선터널 시작 예정지부터 들렀다. 이미 인근 마을은 사회간접자본(SOC)사업으로 중앙고속도로와 기존에 있던 중앙선으로 둘러싸여 있었다.

지난 6월 방문했을 때 예정지에 있는 오미자 농장과 축사를 운영하는 주민은 "더 이상 가축을 키울 수 없을 것 같다"며 시름에 젖어 있었다. 하지만 이번에 마을식당에서 만난 사인암리 주민은 달랐다. 사업지와 4km 떨어져있는 지역에 살고 있어서인지 그는 "별로 문제될 것이 없다"고 말했다.

애지중지 키워온 사과나무, 앞으로도 계속 열매 볼 수 있을까

국토부의 중앙선 복선 전설화 사업 계획에 따라 1번 경사갱이 시작되는 충북 단양군 용부원3리
 국토부의 중앙선 복선 전설화 사업 계획에 따라 1번 경사갱이 시작되는 충북 단양군 용부원3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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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음으로 1번 경사갱(본 터널과 터널 외부 구간을 연결하여 사람이나 차량이 이동할 수 있는 터널)이 시작되는 용부원 3리를 찾았다. 용부원 3리 지역은 약 3가구가 공사 예정지에 포함된 곳으로, 국립공원 경계와 겨우 50m 떨어져 있다. 백발이 성성한 어르신들은 여느 시골 지역처럼 오랜 세월 삶의 터전을 일구며 하루하루 보내고 계셨다. 칠순이 훌쩍 넘은 최상홍 어르신은 용부원 3리에서 태어나 사과를 키우며 평생을 살아온 분이다.

환갑이 넘은 이영기 어르신도 35년이란 세월을 이곳에서 보낸 터줏대감이다. 10년 넘게 사과 농사를 지어온 어르신은 열매가 열릴 때까지의 노력과 애착을 말하며 공사로 인한 물 부족을 걱정했다. "보상과 이주는 바라지도 않는다"며, "주민이 살지 않는 곳으로 경사갱 1번 노선이 바뀌길 바란다"는 말도 덧붙였다.

죽령천 인근 지역은 죽령천 아래 심도 70m 본선터널이 지나갈 곳이다. 그러나 시공사인 SK건설의 계획서에는 본선터널의 지하수 침출을 대비한 차수 그라우팅 공법 관련 내용이 없다. 환경단체들이 죽령천 지표수의 고갈을 염려하는 이유다. 2번 경사갱 지역인 풍기읍 수철리도 공사 예정지와 국립공원 경계가 인접해있다. 이곳은 죽령옛길, 희방사역 등 좋은 풍경과 역사가 깃든 유적들이 있는 소박하고 고요한 마을이다. 마을 안에는 맑고 자그마한 실개천도 흐르고 있었다.

국토부의 중앙선 복선 전설화 사업이 추진 중인 소백산 국립공원 인근 경북 영주시 풍기읍 수철리. 자연과 역사가 깃든 마을의 모습은 중앙선 복선 전철화가 추진되면 다시 보기 힘들지도 모른다.
 국토부의 중앙선 복선 전설화 사업이 추진 중인 소백산 국립공원 인근 경북 영주시 풍기읍 수철리. 자연과 역사가 깃든 마을의 모습은 중앙선 복선 전철화가 추진되면 다시 보기 힘들지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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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국립공원의 훼손을 최소화할 수 있는 대안지도 함께 둘러보았다. 현장 조사하며 느낀 점은 이번 조사 구간인 단양과 풍기뿐 아니라 외지고 아름다운 지역에 이런 일들이 왜 생길까 하는 것이었다. 더군다나 국립공원 같은 보호구역조차 "철도 고속화를 하면 전국이 일일생활권이 되므로 지역경제가 발전한다"는 명분하에 공사들이 끊임없이 자행되고 있었다. 느리게 사는 미학을 운운하며 슬로시티 조성 등 사회가 천천히 여유로운 삶을 통한 분위기를 조성한 것은 그리 오래된 일이 아니다. 지역에 머무르지 않고 지나쳐가는 교통망은 오히려 지역경제에 악영향을 줄 수도 있으리라.

최근 SK건설과 면담했다. 우리는 공사비용과 공사기간이 늘어나더라도 국립공원 훼손을 최소화해야 한다며 대안을 제시하고 몇 가지 의견을 전달했다.

- 경사갱 입구의 국립공원 접경지역과의 충분한 이격이 필요함.
- 경사갱 노선의 국립공원 관통구간을 최소화해야 함.
- 국립공원 내 야생동물 피해가 적도록 야간공사는 시간제한이 필요함.
- 또한 경사갱의 노선 길이가 짧아 심도가 낮아지기 때문에 지하수 유출의 문제가 우려되기에 대비책이 필요함.
- 환경단체와 협의가 원만히 되지 않은 상황에서 사전협의 완료라 말하는 것은 서로의 신뢰를 무너뜨릴 수 있기에 환경관련 협의를 장기적으로 추진해야 함.

SK건설은 최대한 예측실험에 반영한 부분이고 최신 공법을 쓰고 있기에 환경 등에 문제가 없을 것이라고 답했다. 하지만 문제가 발생하면 그때 가서 설계 변경을 한 뒤 공사를 재개하면 된다는 식의 태도였다. 국립공원 훼손을 심각하게 받아들이기는커녕 자신들의 설계안이 최선이라는 그들의 모습에 더는 길게 대화하기 어려웠다. 

경제발전, 이제 개발보다는 환경을 생각해야 할 때

국토부의 중앙선 복선 전설화 사업 계획에 따라 본선터널이 시작되는 충북 단양군 대강면 당동리.
 국토부의 중앙선 복선 전설화 사업 계획에 따라 본선터널이 시작되는 충북 단양군 대강면 당동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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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는 사업을 발주하며 입찰평가를 할 때 환경 분야 항목을 공사비와 공사시간 같은 항목과 똑같은 비율로 평가하지 않고 있다. 공사지역이 환경에 어떤 영향을 받는지 소홀히 될 수밖에 없는 방식이다. 또 입찰평가위원이나 전문위원으로 환경전문가나 환경단체의 적극 참여를 보장하지 않고 있다.

게다가 국립공원을 보호해야 할 백두대간보호법과 자연공원법이 그 효력을 제대로 발휘하지 못하고 있다. 대통령 특별법 같은 상위법이나 국가사업으로 교통 건설이나 군사시설 건설을 목적으로 할 때는 개발이 가능하다는 예외조항 때문이다.

이 예외조항 때문에 2차 철도산업발전기본계획 중 일반철도 건설계획 39개가 진행 중이며, 2020년까지 19개 사업이 더 추진될 예정이다. 이 가운데 춘천-속초 동서고속철도와 서울-거제 내륙고소철도의 경우 백두대간을 관통하는 장대터널 건설 계획을 포함할 수밖에 없다. 지난 강릉-원주 복선전철과 이번 도담-영선 복선전철 때처럼 또 다시 국립공원 등 보호구역의 환경을 훼손하는 일이 되풀이될 가능성이 높다는 뜻이다.

문제는 정부의 의지다. 국토교통부와 한국철도시설공단이 건설 회사들의 각종 개발 욕구에 동조하는 모양새를 보이더라도 정부는 지속가능한 환경과 경제성장이 공존하는 방향으로 나아가야하지 않을까?

박근혜정부는 지난 6월 5일 '환경의 날'에 "환경을 국민행복시대의 근간으로 삼아 환경복지국가를 실현하고 지역 환경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시민사회와의 소통을 활발히 하겠다"고 약속했다. 8년 만에 나온 대통령의 '환경의 날' 축사였다. 환경이 국민행복의 근간이라면 경제발전은 지역·자연과 상생하는 방식으로 변해야 한다. 부디 박근혜정부는 실효성 있는 법 개정과 국토개발계획 전면 재조정으로 '환경복지국가'를 실현하길 바란다.

국토부의 중앙선 복선 전설화 사업 개요.
 국토부의 중앙선 복선 전설화 사업 개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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덧붙이는 글 | 김현경님은 환경운동연합 활동가입니다.



태그:#소백산, #중앙선 복선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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