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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5월 10일 지방자치단체(이하 지자체) 최초로 서울시에서 프랜차이즈 분야 '불공정피해 상담센터'를 개소했다. 우연히도 '남양유업 사태'로 불거진 슈퍼 '갑'(甲)들의 횡포가 막 불거지던 시점과 맞물려 언론의 집중 조명을 받기도 했다.
 지난 5월 10일 지방자치단체(이하 지자체) 최초로 서울시에서 프랜차이즈 분야 '불공정피해 상담센터'를 개소했다. 우연히도 '남양유업 사태'로 불거진 슈퍼 '갑'(甲)들의 횡포가 막 불거지던 시점과 맞물려 언론의 집중 조명을 받기도 했다.
ⓒ 눈물그만 누리집 갈무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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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이도, 성별도, 지역도, 업종도 다양하다. 약간 주저하며 조심스럽게 센터 문을 두드리는 이들. 조금은 초조한 기색으로, 조금은 신기한 눈빛으로 상담 시간보다 일찍 와서 센터 앞을 서성이는 이들. 어떤 분들은 상담 시간 두 시간 전부터 와서 이제나 저제나 자기 차례를 기다리기도 한다. 최근에 서울시 신청사 1층에서 금요일마다 마주하게 되는, 이전에는 없었던 낯선 풍경이다.

지난 5월 10일 지방자치단체(이하 지자체) 최초로 서울시에서 프랜차이즈 분야 '불공정피해 상담센터'를 개소했다. 우연히도 '남양유업 사태'로 불거진 슈퍼 '갑'(甲)들의 횡포가 막 불거지던 시점과 맞물려 언론의 집중 조명을 받기도 했다. 현재 다산콜센터를 통해 매주 금요일 열리는 상담센터의 예약을 받고 있고, '눈물그만' 누리집(바로 가기)에서는 온라인 상담도 진행 중이다.

너무나도 약한 사람들, 이 사회의 수많은 '을'

지난해 하반기부터 편의점 가맹점주의 자살이 연이어 계속되면서 올해 4월에는 '전국편의점가맹점주협의회'가 출범했다. 더 이상 프랜차이즈 대기업의 횡포에 당하고 살 수만은 없다고 생각한 가맹점주들이 발벗고 나선 것이다. 장사가 안 되는 것도 문제였지만, 장사가 안 돼 가게 문을 닫으려고 하면 몇천만 원씩 물어내야 하는 '노예계약'이 또 한 번 가맹점주를 절망으로 몰고 갔다. 장사를 하든 안 하든 그들은 생존의 벼랑 끝에 내몰린 빚쟁이들이 돼버렸다. 이들이 이 노예계약에서 벗어날 수 있는 길은 스스로 소멸하거나 스스로 봉기하는 것뿐이었다. 이런 움직임에 발맞춰 서울시는 민관거버넌스 구축을 통해 지차제 최초로 프랜차이즈 분야에 특화된 불공정피해 상담센터를 열게 된 것이다.

모든 일이 그렇듯, 상담센터를 개소하기 전에는 여러 불협화음도 으레 존재했다. 공정거래위원회가 해야 할 역할을 왜 지자체가 해야 하는지부터, 상담센터를 열어도 지자체에 아무런 권한이 없으니 실효성이 없다는 논란 등이 그것이다. 하지만 현재 공정거래위원회의 행정력만으로는 슈퍼 '갑'의 횡포로부터 '을'(乙)들을 보호하기가 너무나 미약하다. 정부가 99% '을'의 아픔에 눈감는 동안, 슈퍼 '갑'들은 너무나도 빠르게 그리고 조용히 이 사회 곳곳에 스며들어 잠식해버렸기 때문이다. 이 횡포 앞에 중앙정부와 지자체의 역할이 따로 있을 수 없다. 실제로 사회의 암적인 문제인 대부업의 경우 자치구 차원에서 권한을 행사할 수 있으며, 다단계 역시 지자체 단속 공무원에게까지 '특별사법경찰권' 부여를 검토 중이라고 하니 모두가 발벗고 나설 일이다.

하물며 이 수많은 '을'이 어디서 기인했는가. 지난 IMF 이후 정리해고, 구조조정 당한 우리네 아버지들이 '멍에' 퇴직금을 받고 거리로 내몰려 차린 치킨집, 슈퍼들이 아니었던가. 이마저도 재벌 대기업들의 '프랜차이즈'에 의해 '노예계약'으로 줄 세우기를 당하고 있다. 아버지들만의 돈벌이로는 생계가 어려워지자 어머니들도 자영업 전선에 뛰어들었고, 대학을 나와도 번듯한 직장 구하기가 힘든 아들이, 딸이 창업 자금 받고 대출받아서 내는 게 이런 가게들 아니던가. 실제로 편의점 가맹점주의 절반 가까이가 30대 초반이라고 한다.

도 넘은 프랜차이즈 본사의 횡포

실제로 상담을 해보니 프랜차이즈 본사의 횡포가 도를 넘어섰다. 상담을 받으러 오시는 분들이 하나같이 하는 말이 '어떻게 같은 인간의 탈을 쓰고 이럴 수가 있느냐'였다. 넘쳐나는 가게들 속에서 조금이라도 버텨보려고 경쟁력 있는 프랜차이즈를 언덕 삼아 가게를 내보지만 이들에게 돌아오는 건 적자매출과 본사의 냉대뿐이다. 남양유업에서 문제가 됐던 '밀어넣기'며 '유상할당'은 업계들에서는 관행일 뿐이다. 전날 50만 원어치의 물건을 주문하고 다음 날 주문표를 확인하면 유통기한이 지난 상품이나 신상품이 몇백만 원어치씩 강제로 할당돼 있다. 이 금액을 한꺼번에 입금하지 않으면 어제 주문한 50만 원어치의 물건도 입고되지 않는다. 사전에 아무런 통보도 없다.

어디 그뿐이랴. 목이 좋은 곳은 한눈에 다 들어오는 근거리에 같은 업종의 가게를 버젓이 또 내준다. 현재는 법이 생겨 이 부분이 개선될 여지가 있지만, 상담하러 오시는 분들은 대부분 이 법이 생기기 전에 이미 오랫동안 피해를 입어온 분들이다. 가게가 망하든 말든, 자기들끼리 피를 말리며 멱살을 잡든 말든 본사는 수수료나 로열티만 꼬박꼬박 챙겨가면 그만이니 안중에도 없다.

장사가 안돼서 생기는 문제도 심각하지만 장사가 너무 잘돼도 문제다. 순매출이 좀 나온다 싶은 가게가 있으면 본사에서 직영으로 돌리거나, 그 가게를 자기 지인이나 친인척들에게 주기 위해 온갖 '꼼수'를 다 쓴다. 바로 옆에 똑같은 매장을 낸 다음, 원래 있던 가게에서 원가 다 주고 파는 물건을 새 매장에서는 사은품으로 끼워서 주는 사악한 짓도 서슴지 않는다. 문제는 이러한 관행이 중소기업보다 대기업에서 더 극심하며, 중소기업도 대기업과 합쳐지면 상식적이던 계약 기준이 불공정하게 둔갑해버린다는 것이다. 또는 기업이 몸집을 부풀리면서 이러한 불공정 관행들을 서슴지 않게 된다.

무늬만 '사장님', 그들은 착취당하는 노동자일 뿐

본사들의 비인간적인 처사 앞에서 스트레스로 인한 우울증은 기본이요, 대상포진에 걸린 점주도 있고, 가게 살리기에 온 가족이 매달렸다가 다른 생업을 관둬야 하기도 하고, 가족 사이에 불화까지 생겨나고 있다. 박근혜 정부가 근절하겠다는 가정파괴범은 불량식품이 아니고 바로 이것이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이런 상황에서 누가 이들을 '사장님'이라고 할 수 있는가. 자기 노동에 결정권이 없는 사람들, 본사의 노예계약과 횡포 앞에서 파리 목숨보다 못한 이들은 '사장님'이라는 말로 현혹당할 뿐, 실상은 착취당하는 노동자와 다를 바가 없다.

다행이 각 정당에서도 99%의 '을'을 보호하기 위해 상담센터를 개소하거나 위원회를 열고 있다니 작은 희망을 걸어봄 직하다. 문제가 해결되지도 않았는데, 지자체에서 자신의 이야기를 들어주는 것만으로도 고맙다며 연신 허리를 굽히시는 이들은 지푸라기도 잡는 심정으로 정부며, 정당이며, 지자체의 이런 행보에 기대를 걸고 있다. 정치와 행정이 유행을 좇는 일회성 이벤트가 아니라 이번 6월 국회를 '경제민주화 국회'로 만들어야 할 이유다. 그렇지 않으면 이들은 다시금 절망하고 체념하며 스스로 소멸하는 길밖에 더 이상 갈 곳이 없다.

덧붙이는 글 | 글쓴이 김영경은 청년유니온 초대위원장이며, 현재 시민단체 '함께 사는 서울연대'를 준비 중입니다. 또한 서울시 '불공정피해 상담센터' 코디네이터로 참여하고 있습니다. 이 기사는 <삶이 보이는 창>에도 실렸습니다. 오마이뉴스는 직접 작성한 글에 한해 중복 게재를 허용하고 있습니다.



태그:#삶이 보이는 창, #김영경, #서울시 불공정피해 상담센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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