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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대선에서 새누리당 박근혜 후보가 대한민국의 제18대 대통령으로 당선하였다. 지난 대선에서 박근혜 후보가 대통령으로 당선된 데에는 우리나라 인구수에서 가장 많은 비율을 차지하고 있는 5060세대의 힘이 결정적이었다. 대선이 끝난 후, 많은 5060세대가 집값 하락에 대한 불안과 두려움 때문에 박근혜 후보를 지지했다는 분석이 나왔다.

국가나 자식이 노후를 책임지지 못하는 상황에서 자기 집이 노후를 책임질 거라 철썩 같이 믿었는데 집값마저 추풍낙엽이 되니 불안에 떨다가 지푸라기라도 잡고 싶은 심정으로 집값을 떠받치기 위해 박근혜 후보에게 몰표를 던졌다는 해석이다.

우리나라 국민들의 먹고 사는 문제를 어떻게 할지 결정하는 중요한 대선에서 부동산 문제가 위력을 발휘했다는 사실은 어찌 보면 당연한 일이다. 생각해보면 지난 이명박 정부도 뉴타운재개발과 4대강개발, 종부세 세금폭탄 논란 및 종부세 폐지 공약 같은 부동산 문제를 이용해 집권에 성공하였다.

이처럼 부동산 문제는 우리나라 경제문제의 핵심을 차지하고 있을 뿐만 아니라 대선에서도 가장 강력한 위력을 발휘한다. 부동산 문제는 교육 문제와 더불어 우리나라에서 빈부양극화를 악화시키는 핵심 원인이자 가장 풀기 어려운 문제이기 때문이다. 

또 지난 대선에서는 젊은 세대와 중년-노년 세대 간의 대결 양상이 극명하게 드러났다. 이는 부동산 자산이 별로 없는 젊은 세대와 부동산 자산을 가지고 있는 중년-노년 세대 간의 대결 양상이었다고 해석할 수 있다. 부동산 자산이 별로 없는 젊은 세대는 문재인 지지로, 부동산 자산을 가지고 있는 중년-노년 세대는 박근혜 지지로 나타났다는 것이다.

진보진영, 집권 위해 부동산 거품 떠받치기 해줘야 하나?

지난 대선의 승패를 가른 것은 복지도 경제민주화도 아닌 "결국 부동산이었다"는 자조(自嘲) 섞인 말이 지식인들 사이에서 흘러나오고 있다. 야권은 정작 국민들의 가장 큰 고통과 국민들이 정말 원하는 게 뭔지 제대로 파악도 못하고 (아니면 별 다른 뾰족한 대책이 없기 때문에 애써 외면하면서) 엉뚱한 곳을 조준하면서 대선전을 치렀다는 말이다.

결국 부동산은 올라도, 내려도, 정치적으로 대부분 보수진영에 유리하다. 보수진영은 부동산이 오를 때에는 사람들의 탐욕을 이용하고, 내릴 때에는 두려움을 이용하기 때문이다. 보수진영은 사람들의 탐욕과 두려움을 적절하게 자극하고 이용할 줄 아는데 비해 지난 대선에서 진보진영은 '정의'에만 호소하고 집값이 떨어지는 부동산 시장의 현실적인 문제(하우스푸어와 렌트푸어)에 대해서는 그다지 속 시원한 해답을 제시하지 못했다.

지난 대선에서 문재인 후보 캠프에서는, 물론 원칙과 방향은 백번 맞지만, 부동산시장 연착륙과 종합부동산세 강화 등을 주장하였다. 집값이 내려가는 상황에서 이런 공약은 결국 하우스푸어들이 등을 돌리는 결과를 낳았다. 지난 대선은 "집권하기 위해 정의를 포기하고 부동산 거품 떠받치기를 해줘야하는가?"라는 어려운 질문을 진보진영에 남겼다. 또 "그렇게 해서 집권에 성공하는 게 무슨 의미와 가치가 있는가?"라는 풀기 힘든 숙제도 남겼다.

반면 새누리당과 박근혜 후보는 지난 대선 당시 겉으로는 주거복지를 내세웠지만 종부세 강화에 반대하는 등 부동산 거품을 떠받치거나 올리겠다는 암묵적인 메시지를 국민들에게 보냈다. 우리 국민 중에서 박근혜 후보가 부동산시장을 연착륙시키거나 주거복지를 해줄 것이라고 믿는 사람이 과연 얼마나 될까? 아마도 박근혜 후보를 지지한 국민 중에서 많은 사람이 내심 자기 집값을 떠받쳐주거나 올려주기를 바랐을 것이다.

지난 대선은 집값이 내려가는 상황에서 부동산에 대한 국민들의 탐욕과 두려움을 자극하고 이용할 줄 아는 보수진영의 박근혜 후보 대통령 당선이라는 결과를 낳았다. 결국 대선의 승패를 가른 가장 큰 요인은 바로 부동산이었다고 말할 수 있다. 부동산 문제를 제대로 해결하지 않고서는 앞으로도 진보진영의 집권은 어려워 보인다.

부동산 문제 해결 못하면 복지국가도 없다

새누리당 박근혜 후보가 대통령으로 당선하였지만, 당선인이 국민에게 약속한 복지국가는 지속적인 경제 발전과 성장이 전제되지 않으면 불가능하다. 그런데 지금처럼 부동산 거품을 계속 유지하면서 지속적인 경제 발전과 성장을 기대한다는 것은 사실상 불가능하다. 박근혜 당선인이 복지국가 약속을 파기하지 않는 한 복지국가를 이루려면 부동산 문제를 반드시 해결해야만 한다.

우리나라 경제가 살려면 가장 핵심이 되는 부동산 문제를 해결하여 출산율과 고용률을 높여야한다. 출산율이 높아져 생산인구가 늘어나고, 고용률이 높아져 젊은 사람들이 괜찮은 직장에서 열심히 일해 가족을 먹여 살리고, 집도 마련하고, 복지를 위한 세금도 낼 수 있어야 한다.

복지국가를 이루려면 결국 부동산 문제를 해결하지 않으면 답이 없다. 지금처럼 높은 땅값을 유지하면서 경제는 살아나기 힘들다. 또 경제가 살아나지 않아 지금처럼 저출산과 고령화, 저성장과 경기침체가 지속되면 결국 부동산 가격도 계속 떨어지게 된다. 부동산 거품으로 부동산 거품을 계속 떠받치려는 시도는 헛된 바람이다.

그렇게 하다가는 결국 아기 울음소리는 들리지 않고, 변변한 직장에서 일하는 젊은 사람은 별로 없고, 복지비용이 없어 힘들게 살면서 죽음을 기다리는 노인들이 가득한 사회가 되어버리고 만다. 부동산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부동산 자산을 가지고 있는 사람들이 부동산 거품을 계속 떠받치려는 어리석은 욕심을 내려놓아야 한다. 그래야 모두가 다 같이 잘 살 수 있다. 혼자서만 살려고 하다가는 결국 모두 다 죽게 된다.

박근혜 당선인, 우리나라 살리려면 MB처럼 하면 안 돼

박근혜 당선인은 대통령직 인수위원회 경제2분과 회의에서 "아파트 가격이 자꾸 하락해 주택 구입 여력이 있는 계층까지도 전월세를 선호하면서 정작 서민들의 주거 안정이 위협을 받고 있다"며 "전월세에만 수요가 집중되는 비정상적인 주택시장을 정상화할 방안을 마련하라"고 주문한 바 있다. 박근혜 당선인의 생각은 집값하락이 부동산거래 침체와 전월세값 상승의 원인이라는 것이다.

따라서 부동산거래 침체와 전월세값 상승을 막으려면 집값 하락을 저지하거나 올려야 한다는 말이다. 이러한 박근혜 당선인의 의중에 맞춰 인수위원회는 취득세, 보유세, 양도세를 모두 완화하여 부동산거래를 활성화하는 방안을 꾀하고 있다.

대선이 끝난 지금 새누리당과 박근혜 당선인 쪽에서는 대선 공약을 다 지킬 수도, 다 지킬 필요도 없다는 말이 흘러나오고 있다. 그래서인지 주거복지는커녕 부동산거래 활성화를 위해 종부세를 없애려하는 등 보유세까지 낮출 궁리를 하고 있다. 부동산거래를 활성화하기 위해 부동산 가격을 올리면서 주거복지를 이룰 수 있는 방법은 이 세상에 없다.

집이 없는 가난한 사람에게 가장 큰 주거복지는 집값이 내려가는 것이기 때문이다. 결국 현재의 집값 거품을 떠받치거나 올리겠다는 것은 주거복지를 하지 않겠다는 말이다. 아마도 박근혜 정부에서는 지난 대선 당시 공약했던 주거복지라는 방향을 다시 바꿀 가능성도 있어 보인다.

부동산 문제를 해결하지 않고서는 우리나가 경제가 회복하기 힘들고, 복지국가도 제대로 이루기 어렵다. 박근혜 정부가 복지국가를 포기하고 지금 같은 양극화 사회를 더 악화시키려고 하지 않을 바에는 부동산 거품을 떠받치거나 더 올리려는 부동산 경기부양을 절대로 해서는 안 된다. 그러한 인위적인 부동산 경기부양의 결과가 얼마나 끔찍한 것인지는 굳이 길게 설명 안 해도 지난 이명박 정부가 잘 보여주고 있기 때문이다.

부동산 문제는 근본적으로 토지사유제로 인한 토지불로소득 때문에 발생한다. 따라서 토지불로소득을 사회가 토지보유세로 환수하여 사회복지와 사회구성원 모두를 위해 쓰고, 땀 흘려 일한 노동의 대가를 최대한 보장해주면 모두가 함께 살 수 있는 사회가 될 수 있다. 박근혜  당선인은 모두가 살 수 있는 이런 원칙과 방향에 부동산 정책의 초점을 맞춰 부동산 문제를 근본적으로 해결해야만 한다.

박근혜 정부가 나아가야할 바람직한 부동산정책 방향은

지금은 부동산 가격이 계속 하락하는 대세하락 혹은 조정국면이다. 이러한 부동산 침체기에는 부동산 가격의 급격한 폭락 즉 경착륙도 위험하지만 부동산 거품을 계속 떠받치거나 더 올리려는 무리한 부동산 경기부양도 위험하다. 경착륙도 부동산 거품 떠받치기/올리기도 아닌 부동산 거품을 서서히 빼는 연착륙과 더불어 자연스러운 거래활성화, 투기수요 차단이 정답이다. 국제적인 기준에 비춰 봐도 아직 우리나라 부동산 가격은 거품이고 더 내려가야 한다.

하지만 지금 박근혜 당선인 쪽에서는 인위적으로 거래를 활성화하기 위해 취득세, 보유세, 양도세를 모두 내리고 돈줄을 대주기 위해 DTI, LTV 등 금융규제까지 풀 궁리를 하고 있다. 지금까지 시민사회와 학계가 수많은 논쟁을 걸쳐 도달한 사회적 합의는 '보유세 강화와 거래세 완화'다. 이는 경제 원리에 비춰 봐도 옳은 방향이다. 따라서 취득세는 완화하되 보유세는 강화해야 한다. 

하지만 현재의 보유세 체계에서 급작스럽게 보유세를 강화하면 경착륙할 위험도 있고 거래활성화에도 지장을 줄 수 있기 때문에 자연스러운 거래활성화와 연착륙이 동시에 가능한 정책을 써야한다. 즉 현재의 토지가격을 고정하는 보유세 강화(이자는 공제하고 지대를 걷는 토지세)를 실시하면 된다. 이자 공제형 지대세로 토지가치를 제대로 환수하면 굳이 양도소득세를 걷을 필요도 없어진다.

하우스푸어 대책으로 박근혜 정부는 주택지분매입제도를 추진하고 있는데, 이는 토지공공성 강화와 부동산 투기 근절이라는 측면에서 좋지 않은 정책이다. 토지의 공공성을 강화하면서 부동산 투기를 근절할 수 있는 하우스푸어 대책은 대지매입제도다. 대지는 공공이 매입하고 건물은 주택소유자가 계속 갖는 것이다. 대지를 판매한 돈으로 빚을 갚고 건물은 계속 소유하면서 토지임대료를 내고 사는 방식이다. 이는 과거 한나라당이 당론으로 주장한 토지임대부 건물분양 방식과 같은 것이다.

마지막으로 철도 위에 임대주택을 지어 공급하는 행복주택 프로젝트는 주거안전성 및 현실성, 재정조달, 낙인효과 및 사회통합 측면에서 많은 문제가 있기 때문에 폐기하는 것이 좋다. 집주인이 세입자의 전세보증금을 은행에서 대출받는 목돈 안 드는 전세제도도 실현가능성이 별로 없기 때문에 폐기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이보다는 국공유지를 활용하여 토지임대형주택과 공공임대주택을 함께 공급하고 단지 내 소셜 믹스를 활용하는 방식을 추진해야한다.

박근혜 정부는 부동산 거품을 떠받치기 위해 인위적인 부동산 경기부양으로 국민을 고통스럽게 만든 이명박 정부를 따라가지 말고, 부동산 문제를 제대로 해결하여 주거복지 뿐만 아니라 국민과 맺은 복지국가 약속을 꼭 지킬 수 있기를 바란다. 부디 박근혜 정부가 부동산 문제 해결에 성공하여 우리 국민 모두가 행복해질 수 있는 날이 오기를 기원한다.

덧붙이는 글 | 고영근 기자는 희년함께(www.landliberty.org)에서 사무처장으로 일하고 있고, 토지정의시민연대(www.landjustice.or.kr) 운영위원입니다.



태그:#박근혜, #부동산, #종부세, #복지국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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