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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천시민들에게 매달 고지되는 '물이용부담금'
▲ 물이용부담금 고지서 인천시민들에게 매달 고지되는 '물이용부담금'
ⓒ 이장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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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강물을 마시는 인천시민들은 매달 물이용부담금을 더 내고 있어 문제다. 하지만 이런 불합리한 제도에 대해 인천시 상수도사업본부 등 기관과 시민단체가 개선을 요구해도 '쇠귀에 경 읽기'다.

최근 들어 한강에 녹조가 발생해 인천시민들이 사용하는 수돗물에 흙냄새가 나면서 인천시 상수도사업본부는 긴급 안내물을 만들어 배포했다. 끓여 먹으면 건강에는 해롭지 않다는 게 대책이다. 다른 대책을 세울 수 없는 것이 수돗물을 전량 한강물에 의존하기 때문이다.

현재 인천시민들은 팔당취수원 물 1톤당 213원에 사서 마신다. 풍납취수장 1톤의 물은 47원93전이다. 팔당취수원과 풍납취수원에서 매달 각각 30억, 5억원어치 물을 구입해 먹고 있는 셈이다.

인천시상수도본부 김명현씨는 14일 "팔당취수원 물요금이 풍납취수원에 비해 비싼 것은 시설비와 인건비까지 포함됐기 때문"이라고 밝혔다.

지금까지 하류지역에 해당되는 지자체에서는 '한강수계 상수원수질개선 및 주민지원등에 관한 법률'(이하 '한강법')이 제정된 1999년부터 2011년까지 물부담금으로 모두 4조 원을 납부했다. '한강법'은 상류지역 상수원 수질을 2005년까지 1급수로 한다는 목표로 1999년도에 제정됐다.

하지만 현실은 그렇지 못하다. 한강 상류지역에 오염원인들을 억제하지 않아 팔당호는 COD 기준 1998년 2,99ppm에서 현재 2012년 기준 3.5ppm으로 더 악화됐다.

한강수계관리위원회에서는 2년마다 물부담금 금액을 정해 고시하고 있다. 1999년에는 1톤당 80원에서, 2011년에 고시된 물부담금은 170원이다. 따라서 현재 한강 원수 130원에 비해 40원이 더 비싸다.

따라서 인천시는 1999년부터 2012년까지 물부담금으로 5123억 원을 납부하게 된다. 그리고 인천시에 배분된 금액은 111억 원으로 예상된다. 나머지 5012억원이 고스란히 한강환경유역청으로 들어간다.

인천시가 물부담금으로 지급하는 금액에 비해 수계관리기금에서 배분되는 금액이 다른 지역에 비해 적다. 하류지역에 속해 있고, 상수원 지역이 인천시에 없다는 이유로 한강수계관리위원회에서 의결된 상황이다.

물부담금 지불비율에 따른 의사결정이 이뤄져야 하는데, 현재 '한강법'에서는 이를 반영하지 못하고 있어 2011년 5월 인천시의회에서 공식적으로 한강법의 모순점을 지적하며 법 개정을 촉구했다.

당시 인천시의회에서는 '한강법' 규정에 의해 상수원 지역이 없다는 이유로 한강수계관리기금 배정이 0.3%에 불과한 것은 잘못됐다고 지적했다.

촉구문 골자는 한강수계관리기금 배분은 물부담금 납부금액의 10/100 이상을 우선 배정해야 하고, 수변구역 개발행위 허가를 즉각 중지하며, 오염원인자 부담원칙에 따라 인천 앞바다 쓰레기 수거 처리 비용 전액을 한강수계관리기금으로 지원하고, 한강수계관리위원회 사무국에 지자체 공무원을 파견 근무하도록 하라는 내용이다. 이를 받아들이지 않을 경우 거부 운동을 펼쳐나갈 것이라고 밝힌 바 있다.

당초 입법취지에서 벗어난 '한강법'의 모순점들을 지적하는 목소리는 이명박 정부의 4대강 사업 친수구역 지정과 맞물려 작년 서울시의회에서도 물부담금 폐지 촉구문을 발표하는 등 반발이 더욱 커졌다.

이런 자치단체 물부담금 폐지 및 '한강법' 거부 움직임이 거세지자, 관리주체인 한강유역환경청에서도 작년부터 물부담금 개선 T/F팀을 운용하고 있다. 올해 7월 6일 한강수계관리위원회 주최로 '한강수계관리기금 발전방향 모색을 위한 토론회'를 처음 열어 물부담금에 쏠린 비판 여론을 담아냈다. 이날 토론회에서는 이해 당사자 입장만 들어보는 자리였지, 모순점을 둔 '한강법' 개정으로 나아가는 논의는 없었다.

올해 인천시에서는 '한강수계 물부담금 개선T/F팀'을 한강수계관리위원회 자문위원, 전문가와 인천시 담당국장 등 총 10명으로 구성해 2월부터 5월까지 세 차례 회의를 개최했다.

인천시 환경녹지국 이의연 수질보존팀장은 "환경부에서도 물부담금 모순점을 잘 알고 있고, 인천시에서 물부담금 제도개선 TF팀을 구성해 3차례 회의를 개최했다"면서 "우선 한강수계위원회 의결기구 개선을 요구하고, 수변구역에 대한 토지매수사업비를 수계기금으로 사용하지 말고 국고에서 집행해 기금으로 사용하는 데에는 법적 근거가 없으며, 상류지역도 물부담금을 상징적 의미로 30-40원 지불하는 게 형평성에 맞다 등의 결론을 도출했다"라고 밝혔다.

그는 "향후 법 개정이 가장 바람직한 방향인데, 그렇치 않으면 시 차원에서 위헌소송 등을 검토중"이라며 "인천시민들이 물부담금을 세금으로 잘못 알고 있는데, 사용한 만큼 내는 게 아니라 덧붙여서 내는 금액이라는 사실을 잘 알지 못하고 있는 실정"이라고 덧붙였다. 인천시민들에게 배달되는 수돗물 고지서에는 물부담금 항목을 추가해 부과한다는 것이다.

인천시는 국회 차원에서 '한강법' 개정을 위해 지역 국회의원들에게 제도 개선 자료를 제공하는 한편 대시민 홍보활동도 적극 벌여나간다는 방침이다.

14일 T/F팀에 참여한 인천환경운동연합 조강희 사무처장은 "가장 근본적인 문제는 상류지역 환경 오염이 억제되었는가가 핵심으로, 물부담금 비율이 인천시 입장에서 모순된 점을 지적하는 것은 그 다음 차례"라며 "수질 오염에 맞춰야지 돈 문제에 매몰되는 것은 자칫 본질을 흐릴 수 있다"라고 경계했다.

그는 "상류 물이 잘 보존되었는가가 문제인데, 그렇지 못했고 지금까지 수계보존기금의 투명한 집행이 이루어지지 않았다는 것이 문제의 핵심이다"면서 "그동안 기금은 쌈짓돈처럼 쓰여 구체적인 용처가 밝혀지지 않은 게 문제"라고 지적했다. 그래서 서울과 인천 환경단체에서는 수계보존기금에 대한 집행내역 전수조사를 실시하자고 요구한 바 있다.

조 처장은 "한강법이 제정된 취지에 맞지 않다고 판단되면, 물부담금 지불은 거부해야 한다. 한강에만 특별법이 있는 게 아니고 다른 4대강에도 모두 있지만, 한강법과 다르게 각 지역이 균등하게 물부담금을 낸다."면서 "여기서 합의점을 찾아 해결해야 한다"라고 말했다.

다달이 인천시민들은 수돗물 고지서에 찍힌 물이용부담금을 꼬박꼬박 낸다. 시민들은 물이용부담금이 있는지조차 알지 못하거나 무심코 지나쳐 버리기 일쑤다. 왜 부담금을 내야 하는지 많은 시민이 모르고 있다. 아파트 등 공동주택에서는 물부담금 항목이 빠진 채 고지되기 때문이다.

앞으로 인천시민들을 '물 먹이는' 물부담금 제도 개선과 폐지 목소리는 더욱 커질 것으로 보인다.

덧붙이는 글 | 이기사는 인천in에도 실렸습니다. 오마이뉴스는 직접 작성한 글에 한해 중복 게재를 허용하고 있습니다.



태그:#한강수계 상수원수질개선 및 주민지원등에 관한 법률, #물이용부담금, #인천시, #한강수계관리위원회, #한강유역환경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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