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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벽 6시, 유기농 텐트촌의 아침
 새벽 6시, 유기농 텐트촌의 아침
ⓒ 두물머리 밭전위원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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텐트 모기장 사이로 스며드는 햇살은 가을을 닮았다. 공기 또한 차갑다. 새벽 6시의 햇살과 공기는 사람들을 하나둘 일으켜 망루 앞 공터로 모이게 한다. 어깨를 움츠리거나 겉옷을 걸친 이들이 아직은 잠이 덜 깬 모습으로 나타나기 시작해 순식간에 공터를 가득 메웠다. 행정대집행 3일 차, 경기도 두물머리 유기농 텐트촌의 아침 풍경이다.

어떤 이는 만장을 들고, 몸자보를 입거나 피켓을 든 채, 두물머리를 산책하듯 걷는다. 강변길을 따라 걷다보면 아침이슬에 젖은 흙길이 신발을 축축하게 적시고, 키 큰 풀들이 빽빽하게 자라고 있어 걷기가 쉽지는 않다. 그러나 풀숲을 헤치고 두물머리와 눈을 맞추듯 나서는 길이라면 너나없이 한마음으로 줄지어 나아갈 수 있다는 것을, 모두가 느끼는 듯하다.

오늘도 두물머리가 지켜지기를 기도하며 유기농 산책을 시작합니다.
 오늘도 두물머리가 지켜지기를 기도하며 유기농 산책을 시작합니다.
ⓒ 두물머리 밭전위원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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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침체조, 아침함성, 아침구호, 아침고백, 아침집회, 아침식사. 아침 일정을 모두 마친 두물머리밭전위원들과 정당인, 국회의원과 일반 시민들은 남한강과 북한강이 만나는 지점에 도란도란 모여서 이야기를 나누거나 잠을 청하기도 한다. 이 날도 4대강조사특별위원회 소속인 민주통합당 의원들이 두물머리를 찾았다.

임내현 의원은 "지금껏 다녀본 곳 중 두물머리는 가장 아름다운 강변"이라며 "유기농 발상지인 이곳이 반드시 지켜지기를 바라고, 검찰의 4대강 관련 조사가 흐지부지되고 있는 상황인데, 좀 더 강력하고 철저하게 4대강사업 관련 부정부패비리 등을 밝혀나가겠다"고 말했다.

3일째 두물머리를 찾은 박홍근 의원도 "금강 조사를 다녀왔는데, 이제는 강이라고 할 수 없을 정도로 처참한 광경이었다"라고 밝히고 "자연을 파괴하고 약자의 행복을 앗아가는 국책사업은 있어서는 안 된다"고 강조했다. 청년 비례대표로 당선한 김광진 의원은 "자신은 비록 국방위원회 소속이지만, 두물머리가 지켜질 수 있도록, 할 수 있는 한 최선을 다 할 것"이라고 말했다. 정치적 중재 노력이 절실한 지금, 이들의 발언은 큰 힘이 된다.

팔당 두물머리와 함께 우리가 지켜온 춤과 노래
 팔당 두물머리와 함께 우리가 지켜온 춤과 노래
ⓒ 두물머리 밭전위원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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잠시 휴식을 취한 뒤에는 전날에 이어서, 자연을 벗으로 느낄 수 있는 다양한 워크숍프로그램이 이어졌다. 오전 10시에는 '노래 만들기 워크숍'이, 오후 4시에는 '힐링의 시간', '풀꽃으로 장신구 만들기', '내가 그리고픈 두물머리'가 열렸다. 남녀노소에 관계없이 도란도란 모여 앉아서 그림을 그리거나 풀꽃으로 왕관을 만들었다.

이러한 투쟁방식이 주는 평화로움과 조화로움은, 이를 지켜보는 이들은 물론 함께하는 이들 자신에게도 새로운 놀라움이었다. 단순한 퍼포먼스를 넘어, 자연과 하나 되기처럼 두물머리의 소중함을 새삼 재확인할 수 있는 계기가 되어주었다. 참가자들은 두물머리에 대한 각별한 애정을 저마다의 목소리로 표현했다.

저녁이 되자 두물머리에는 더욱 많은 이들로 북적이기 시작했다. 산돌고등학교의 학생들과 선생님들이 찾아와 두물머리 지킴이들에게 팥빙수를 무료로 무제한 제공했고, 생협 조합원들과 지킴이들이 함께 준비하고 다 같이 나눈 저녁식사는 붉은 노을과 함께 평화로운 두물머리의 기억으로 남았다.

내가 그리고픈 두물머리
 내가 그리고픈 두물머리
ⓒ 두물머리 밭전위원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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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날의 마지막 프로그램으로 열린 '유기농 토크쇼 - 생태화장실과 국토 신진대사' 역시, 똥과 먹거리, 유기농의 중요성 등을 놓치지 않고 언급하며, 결국 순환이라는 자연의 구조에 순응하지 않고 개발을 밀어붙이는 현재대로라면 자연과 사람 모두가 아플 수밖에 없음을 강조했다.

특히 생태화장실이 갖고 있는 '돌려줌의 의미'를 가상으로 재현하여 많은 호응을 이끌어냈다. 실제로 똥과 유기농은 연관성이 깊다. 우리가 똥과 농사를 더럽고 힘들다고 생각할 때, 자연은 더러워지고 힘들어하게 된다. 그러나 순환과 조화로움에 관해서 조금만 알면 우리는 그 이기심에서 벗어날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할 수 있는 시간이었다.

하루가 길고도 길었다. 투쟁을 해나가는 사람들의 하루는 지루하고 고단하기까지 하다. 그러나 두물머리의 투쟁은 각별하달 수밖에 없다. 농사일을 놓지 못하는 사람들, 두물머리가 아낌없이 내어놓는 자연의 일부분이 되는 사람들. 바로 그들이 두물머리와 하나 되어 두물머리의 소중함을 있는 그대로 보여주기 때문이다. 이들이 말하고픈 것은 인공적이고 인위적인 것보다 자연스러운 것이 더 가치 있고 소중하다는 것이다.

새들의 노래와 풀벌레들의 자장가, 강바람에 섞여 있는 흙의 냄새, 풀의 냄새, 꽃의 냄새, 사람들의 발과 손에 묻은 흙의 의미를 가장 잘 아는 농부들에 의해서, 또한 자연과 하나가 되려는 많은 이들에 의해서 오늘 밤도 두물머리는 평화로운 얼굴로 잠이 들 수 있었다. 누구나가 그렇게 두물머리처럼 잠이 들 수 있었다.

덧붙이는 글 | 이 기사는 http://cafe.daum.net/6-2nong에도 실렸습니다.



태그:#두물머리, #4대강 녹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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