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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무삼일청(天無三日靑), 지무삼리평(地無三里平), 인무삼분전(人無三分錢)'


하늘엔 사흘 맑은 날이 없고, 땅에는 삼리 평평한 길이 없으며, 사람에게는 돈 세 푼 없다는 꾸이저우를 수식하는 단어이다. 전체면적중 산지가 87%를 차지할 만큼 험한 지형은 교통인프라 구축을 방해해 더딘 개발로 중국내에서도 티베트, 칭하이(靑海)와 더불어 가장 빈곤한 지역으로 분류되고 있지만, 이런 더딘 개발이 17개 소수민족들의 다양한 문화풍속을 잘 보존해오고 있게 하고 석회암 카르스트 지형이 만들어내는 수많은 폭포와 동굴, 수려한 자연풍경은 되레 여행지로서의 매력으로 많은 이들을 불러 모으고 있다. 꾸이저우만의 매력을 찾아 동서를 관통하는 2,000여Km의 여정을 떠나본다.

동굴속에 지어진 먀오족의 가옥. 습도조절을 위해 지붕은 없다.
▲ 먀오족 동굴마을 동굴속에 지어진 먀오족의 가옥. 습도조절을 위해 지붕은 없다.
ⓒ 변훈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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꾸이조우는 어떤 곳?

월남쌈과 비슷한 꾸이조우의 음식으로 밀전병에 여러 야채를 싸서 쌈으로 먹는다.
▲ 꾸이조우 사람들의 간편식 - 쓰와와 월남쌈과 비슷한 꾸이조우의 음식으로 밀전병에 여러 야채를 싸서 쌈으로 먹는다.
ⓒ 변훈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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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반도보다 조금 작은 17.6만㎢의 면적을 가진 명주 마오타이(茅台)의 고향인 곳이다. 먀오족(苗族), 동족(侗族), 부이족(布依族)등의 소수민족이 성 전체인구 3900만명중 37.8%인 1475만여명으로 이웃한 윈난(云南)성과 함께 소수민족의 땅이다. 전체면적중 산지면적이 87%인 만큼 폐쇄적인 지리 환경으로 예부터 꾸이저우 사람들은 외부와의 교류 없이 자연과 어울리며 소박한 전통문화와 생활풍습을 잘 유지해오며 자연스레 중국서남부의 오지로 남게 되며 예로부터 꾸이저우를 '문화의 천도', '자연문화 생태 박물관'으로 불리어지는 매력적인 곳이다. 융기된 지형을 뜻하는 '카르스트 지형'이 전체 면적의 73%로 지중해연안, 라틴아메리카등 세계적으로 카르스트 지형이 집중 분포된 곳 중의 하나로 대부분의 지형이 석회질로 구성되어 수많은 폭포와 동굴들을 만나볼 수 있다.

헤아리다 지쳐 '대충 만개쯤 되겠지'하며 붙여진 이름

윈난(云南), 꾸이저우(贵州), 광시(广西)를 연결하는 교통의 요지이자 꾸이저우 소수민족중 두 번째로 인구가 많은 부이족(布依族)이 가장 많이 살고 있는 도시 씽이(兴义)는 발전하는 꾸이저우의 모습을 잘 보여주는 번화한 도시이다. 윈난동부에서 출발해 광시의 꾸이린(桂林)까지 이어지는 카르스트 지형대가 지나가는 이 곳에는  '지구에서 가장 아름다운 상처'라는 애칭을 갖고 있는 마링하협곡(马岭河峡谷)과 중국의 아름다운 5대 봉우리에 선정된 만봉림(万峰林)이 있어 자연과 인문적인 요소로 양분되는 꾸이저우에서 드물게 이 두가지를 모두 갖추고 있는 곳이다.

귀주성 여행의 BEST5에 꼽는 마링하협곡은 길이 7Km, 깊이가  70~80m나 되는 거대한 천연협곡이다. 수천년 세월을 버티고 있는 협곡 사이사이로 수많은 갈래의 물줄기가 특이한 형태의 석회암 바위절벽을 타고 흘러내리며 장관을 연출한다. 인접한 곳엔 남북으로 수십Km, 동서로 200여Km로 길게 이어지는 카르스트 지형의 독특한 봉우리들이 우거져 있으며, 봉우리의 개수를 세다 세다 지쳐서 만개쯤 될 것 같다며 이름 붙여진 만봉림을 보니 이름 하나는 제대로 지어준 듯 하다. 이 카르스트 지형 풍경구는 중국 국가주석 후진타오까지 다녀갈 만큼 유명한 곳이라며 취재를 도와주러 온 현지 관광청 직원마저도 침을 튀기며 자랑을 아끼지 않는다.

카르스트 지형이 펼쳐지는 봉우리들이 대략잡아 만개쯤 된다고 하며 이름붙여진 만봉림
▲ 만봉림 카르스트 지형이 펼쳐지는 봉우리들이 대략잡아 만개쯤 된다고 하며 이름붙여진 만봉림
ⓒ 변훈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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꾸이저우의 동부지역은 앞서 소개한 씽이지역외 높이 74m, 폭 81m인 동양최대의 폭포 황과수폭포, 돌로 만든 가옥과 밀랍을 이용한 '납염'이라는 전통 수공예로 유명한 부이족 마을 스토우짜이(石头寨)를 비롯해 명나라 주원장과 함께 내려온 군대의 후예들이 살고 있는 청룡둔보, 긴 뿔을 머리에 묶고 2~4Kg에 달하는 가채를 머리에 두르는 장각먀오족(長角苗族)등 아름다운 자연과 인문적인 요소가 함께 어우러져 있는 보물창고와도 같다.

동양최대의 규모를 자랑하는 황과수 폭포는 74m의 낙차에 81m의 폭을 자랑한다.
▲ 황과수 폭포 동양최대의 규모를 자랑하는 황과수 폭포는 74m의 낙차에 81m의 폭을 자랑한다.
ⓒ 변훈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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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의 집시' 치우의 후예들

꾸이저우 동남부(첸동난:黔东南)는 먀오족과 동족의 자치주로서 전체인구의 81.8%가 소수민족인 이 곳은 산지비율이 90%에 육박해 지형적인 제한으로 적은 자본과 낙후된 인프라로 인해 가난한 꾸이저우내에서도 가장 낙후된 지역으로 꼽힌다. 하지만, 이런 지역적 낙후는 옛 전통과 문화를 잘 보존해오고 있는 소수민족의 삶과 풍습, 오염되지 않은 수려한 자연경관으로 주목받는 여행지로 부상하고 있다.

꾸이저우의 수도인 꾸이양(贵阳)에서 동남쪽으로 차를 몰아 5시간여를 달려 시장(西江)에 도착했다. 이 곳은 먀오족들의 집단촌으로 산비탈을 따라 천여채의 가옥들이 집중되어 있어 천호묘채(千戶苗寨)라고도 불리는 먀오족 문화 생태 박물관으로 불린다. 마을의 중앙엔 솟대가 솟아 있고 동(銅)으로 만든 북이 걸려져 있는데 동고평(銅鼓坪)이라 불리는 이 곳은 마을의 회합장소이자 이들의 문화공간이다. 그 주위론 화려한 색상과 은장신구를 주렁주렁 매달은 '셩좡(盛裝)'이라 불리는 화려한 전통복장을 입은 아낙들이 대나무로 만든 악기 '루셩(芦笙)'을 부는 모습은 마치 타임머신을 타고 '치우'의 시대로 돌아온 듯 하다. 시간에 맞춰 공연준비에 분주한 이들을 보며 시간이 갈수록 세상에 알려지며 많은 사람들이 찾아오겠지만 이들의 정체성이 더욱 존중되고 고유한 문화유산을 무분별한 상업화로 수천년 유지해온 민족공동체가 무너지지 않길 바라며, 보존되어지는 관광자원으로 이들 스스로도 정체성을 지키며 이윤을 추구하고, 방문하는 이도 감동할 수 있는 그런 문화가 정착되어지길 바래본다.

'성좡'이라 부르는 먀오족 여인들의 전통복장이다. 문자가 없는 먀오족은 은세공으로 자신들의 역사를 장신구에 세겨 넣는다.
▲ 먀오족 전통복장 '성좡'이라 부르는 먀오족 여인들의 전통복장이다. 문자가 없는 먀오족은 은세공으로 자신들의 역사를 장신구에 세겨 넣는다.
ⓒ 변훈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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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시 차를 몰아 도착한 꾸이저우와 광시의 경계에 위치한 총장(从江)현의 바샤(岜沙)에는 지금도 총과 칼을 휴대하고, 맨발로 다니며 무협지 주인공에서나 볼 수 있는 헤어스타일을 하고 있는 사람들이 있다. '묘족 생태 활화석'이라 불리울만큼 이들은 중국남방 지역을 처음으로 개척한 먀오족으로 치우의 후예라는 자부심이 유달리 강하여 현대사회에서도 자신들의 전통을 지켜나가고 있으며, 정부로부터 유일하게 총기와 칼의 휴대가 허용된 마을이기도 하다. 자신들에 대한 강한 자긍심에서 바탕이 된 전통문화를 고수하며 오랜 세월 대대로 전해 내려져 온 풍속과 자연숭배의 사상은 지금도 이들의 생활속에 깊숙이 묻어있다고 한다. 이들의 전통문화중에는 특색있는 아래의 5가지 전통을 꼽을 수가 있다.

1.남자들은 머리 밑을 완전히 깎고 윗부분은 평생동안 자르지 않고 길러 상투 비슷한 모양을 트는 후쿤(戶裩)의 머리모양
2.전통방식으로 염색된 천으로 직접 지은 의상 '따오부'를 입고 생활
3.자연 특히 단풍 나무를 숭배하고, 사람이 죽으면 나무 아래 묻는 수장(樹葬)의 풍습
4.사냥과 수렵을 하며 살아온 종족의 역사를 간직한 총과 칼의 휴대
5.맨발로 생활(지금은 거의 볼 수가 없음)

성인이 되면 낫으로 머리밑을 완전히 깎고 윗부분은 평생동안 자르지 않고 기른다.
▲ 빠샤묘족의 성인식 성인이 되면 낫으로 머리밑을 완전히 깎고 윗부분은 평생동안 자르지 않고 기른다.
ⓒ 변훈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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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족의 건물은 목조 건축 예술 박물관

총장(从江)에서 비포장도로를 따라 3시간정도를 달려 자오싱(肇兴)으로 향한다. 5개의 공동체 마을이 모여 하나의 큰 마을이 된 이 곳은 700여가구 5000여명이 사는 동족 최대의 마을이다. 동족만의 목조 건축문화를 보여주는 5개의 고루(古楼)와 풍우교(风雨桥)가 마을마다 세워져 있슴은 동족의 목조건축의 우수함을 나타낼 뿐만 아니라 마을의 회합장소이자 휴식공간으로서의 사랑방 역활을 하는 곳임을 금새 알 수 있게 한다. 고루나 풍우교등의 동족 목조건축이 세계적으로도 주목을 받는 이유가 무엇일까?

고루라 부르는 동족의 목조건축물. 세계에서 가장 높은 목조 건축물로 21층에 38.6m를 못을 사용하지 않고 끼워맞춤으로 올렸다고 한다.
▲ 고루 고루라 부르는 동족의 목조건축물. 세계에서 가장 높은 목조 건축물로 21층에 38.6m를 못을 사용하지 않고 끼워맞춤으로 올렸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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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반적으로 고루는 높이가 20~30m로 층별 구조로 삼나무로 지어지는데 단 하나의 못도 쓰지 않고 나무를 끼워 맞추는 형식으로 당시로는 상당히 높은 구조물을 지었기 때문이라 한다. 또한 각 층의 처마마다 선을 살려 그 아름다움을 더 했고 내부의 단청엔 이들의 생활풍습, 풍경등을 그려놓아 정감을 자아낸다. 그 중심엔 불을 지필 수 있는 공간과 그 주변으론 의자들이 만들어져 있어 마을의 사랑방 역활을 해왔슴은 이들의 건축문화가 보여주고 과시하기 위함이 아닌 실생활을 위한 민간 실용건축임을 느낄 수가 있다.

이 곳 자오싱은 '노래의 고향'이라고 부르기도 하는데, 총장현의 샤오황(小黄)과 함께 '동족대가(侗族大歌)'로 유명한 곳이다. 동족은 음악적 재능이 뛰어나, 민족의 역사, 문화, 풍습, 정서등을 노래에 담아 이어왔다고 한다. 자연의 소리를 다양한 음색에 담아 표현하는데 목소리의 유연한 떨림과 청아한 고음이 일품인 '밥은 몸을 살찌게 하지만 노래는 마음을 살찌게 한다'고 믿는 사람들이 살아가는 곳이다.


태그:#꾸이조우, #귀주, #묘족, #동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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