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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벽 5시, 이진형(가명, 24)씨는 어김없이 잠자리에서 일어나 학원 갈 채비를 한다. 집에 돌아오는 시각은 18시간여가 지난 밤 11시 10분 정도. 진형씨는 고3 수험생도, 신림동 고시생도 아니다. 대학편입을 준비하는 편입 준비생이다.

  

편입학은 국내 대부분의 대학에서 시행하고 있는 것으로, 대학 재학 중에 시험,  면접 등을 통해 타 대학교로 옮길 수 있는 제도다. 편입을 하는 방법은 일반 편입과 학사 편입으로 나눌 수 있다. 일반 편입은  전적대에서 2학년을 마치고 새로운 대학에 3학년으로 입학하며, 학사 편입은 전적대(편입학 준비 전에 다니던 학교)를 졸업한 후 역시 새로운 학교에 3학년으로 편입할 수 있다.

 

 

신촌에 있는 ㄱ 편입학원에 따르면, 지난 2010 1학기 서울 및 수도권 전체 70개 대학의 일반 편입학 모집인원은 1만1051명. 2007년 9946명, 2008년 1만193명, 2009년 1만346명과 같이 매년 조금씩 증가하는 추세다. 그러나 편입을 준비하는 인원은 더 크게 늘어나 매년 경쟁률이 높아지고 있다.

 

전국적으로 편입준비생은 22만여 명으로 추산하고 있다. 4년 사이 약 20% 정도가 증가했다. 늘어나는 편입준비생과 함께 편입학 경쟁률도 매년 증가하는 추세다. 2010학년도 고려대 영어영문학과의 경우 2명 모집에 237명이 지원해 최고 118.5대 1의 경쟁률을 기록했다. 이처럼 편입준비생이 늘어감에 따라 편입학원의 숫자도 매년 증가해 현재 10여 개에 이른다.

 

이런 편입 열풍을 두고 비판적인 목소리가 없지 않다. 일부에서는 "명문대 간판을 따기 위해 학벌세탁을 하는 것이 아니냐?"라고도 한다. 하지만 편입준비생들만 탓할 수는 없는 일이다. 학벌 중심 사회가 만들어낸 또 하나의 자연스러운 현상이다.

 

올해 1월부터 편입을 준비 중인 이정현씨는 "우리나라에서는 지방대를 나오면 상당한 스트레스와 콤플렉스를 갖고 살아야 한다"며 "주변 친구들을 포함해 많은 지방대 학생들이 학교 공부보다 공무원, 편입, 대학원 준비에 매달리고 있다"고 말했다. 또한 "지방대에 다니는 것이 부끄러워 친구들이나 친척들이 모일 때면 자리를 피한 경우도 있다"고 말했다.

 

작년 서울의 유명사립대로 편입을 한 최재원(가명, 28)씨는 "편입을 하기 전에는 대기업 서류전형에서 번번이 떨어졌었다"며 "지금은 다양한 대외활동을 하며 졸업 후에는 대기업취업이 목표다"라고 했다.

 

재원씨는 편입을 준비할 당시 나 홀로 밥을 먹고 수업을 듣는 등 외톨이 생활을 했다고 말했다. 지방에서 서울로 올라와 편입을 준비했던 최씨는 "보통 편입을 준비하면 한 달에 학원비, 교재비 등을 포함해 70만~80만 원 정도 들지만 지방에서 서울로 올라와 자취를 하며 준비하는 학생들은 한 달에 100만원이 넘게 든다"고 말했다.

 

현재 편입 시장에 대해 신촌 ㄱ 편입학원의 한 담당자는 "편입 학원이 많이 생겼음에도 불구하고 새로운 학원들이 계속 생겨나고 있고, 하루에도 상담을 평균 10건 정도 지속적으로 하고 있는데 거의 대부분은 명문대 진학을 통해 좋은 곳에 취업을 하기 위한 목적을 가지고 있다"라고 말했다.

 
'학생'이라는 이름을 다는 순간부터 '경쟁'은 시작되고 대학입시와 취업이라는 관문을 통과해야만 사회로 나갈 수 있게 된다. 게다가 미처 관심 갖지 못했던 곳에는 '편입학'이라는 또 다른 경쟁의 레이스가 펼쳐지고 있었다. 
 
편입에 성공해도 또 그들을 기다리는 것은 취업이라는 또 다른 '경쟁의 관문'의 시작일 뿐이다. 이들이 치열한 입시경쟁을 겨우 통과하고 대학에 진학했지만 또 다시 편입시장이라는 레이스에 뛰어 드는 이유는 무엇일까?

 

취업·인사 포털 '인크루트'와 시장조사기관 '이지서베이'에 따르면 서울대와 연세대, 고려대 등 3개 대학 출신의 직장인 60% 이상이 출신교가 취업에 도움이 됐다고 생각하는 것으로 조사됐다. 직장인 108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이 결과에 따르면 응답자의 63%가 '학벌 덕분에 쉽게 취업할 수 있었다'고 답했다.

 

올해 초 서울 유명 사립대를 졸업하고 취업한 이승현(가명, 27)씨는 "입사 후 인사담당자가 같은 대학 출신의 임원에게 따로 인사를 했다"고 말했다. 이는 여전히 우리나라가 학벌∙학연중심 사회라는 것을 보여주는 사례다. 대학서열체제가 한국사회의 지배질서가 되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학벌 위주가 아닌 능력 위주의 사회적인 분위기를 형성하는 것만이 수많은 학생들을 '경쟁'이라는 끝없는 트랙으로 내몰지 않는 방법이다.


태그:#편입, #취업, #경쟁, #입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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