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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밤>이 개편 이후 8%대로 시청률이 올랐지만 다시 시청률이 하락하며 여전히 자리를 잡지 못하고 있다. '단비'와 '우리 아버지'는 공익과 감동을 만들어내며 자리 잡는데 성공했지만 '헌터스'는 멧돼지 축출 작전에서 '에코하우스 짓기'로 소재를 변경했는데도 아직까지 시청자들 눈길을 끌지 못하고 있다.

20년간 한국을 대표하는 예능프로그램으로 군림하던 <일밤>이 시청자들의 외면을 받는 이유는 무엇일까? 몇 가지 이유가 있겠지만 우선 리얼리티의 강세 속에서 트렌드를 따라잡지 못한 채 자신들만의 방식을 너무 고수했다는 점이다. 두 번째로는 잦은 개편으로 시청자들이 애정을 조금씩 가질 때쯤 프로그램이 폐지가 된 점도 이유다.

특히 리얼리티 프로그램은 멤버들의 조화와 캐릭터가 장기간에 걸쳐 형성되어야 하는데, <일밤>은 그것을 참지 못하고 시청률이 바닥을 기자 견디지 못하고 변경했다. 그리고 대대적인 개편을 단행해 내놓은 것이 공익과 감동이었다.

하지만 이것마저도 시청자들을 충족시켜주지 못하고 있다. '헌터스'는 말할 것도 없고 '단비'와 '우리 아버지'는 어느 정도의 공익성을 인정받아 감동을 주고 있지만 재미를 주지 못해 시청률이 좀처럼 오르지 못하고 있는 것이다.

과거로 회귀한 듯한 <일밤>은 소재뿐만 아니라 이야기를 풀어가는 형식 또한 식상하다.
 과거로 회귀한 듯한 <일밤>은 소재뿐만 아니라 이야기를 풀어가는 형식 또한 식상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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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나친 공익성 강조, 재미는 無

<일밤>은 지나치게 옛 영광에 사로잡힌 듯한 모습이다. 과거 공익과 예능의 결합으로 예능계를 평정했던 그 시절로 회귀를 꿈꾸는 것처럼 세 개 포맷 모두 공익성이 짙게 깔려있다. 그래서 세 개의 프로그램을 보다 보면 너무 지친다. 왜? 공익성을 지나치게 강조해 우리에게 너무 교훈을 전달하려들기 때문이다.

그래서 전반적으로 감동은 있지만 재미가 없다는 의견이 지배적이다. '단비'의 경우 매회 감동적인 이야기를 선사한다. 아프리카 오지의 우물파기부터 휘귀병을 앓는 아이, 이번 주에는 스리랑카에 가서 양다리가 절단된 아이들에게 의족을 선물하고, 이산가족을 만나게 해주는 등 다양한 감동적인 이야기를 선사하고 있다.

'우리 아버지'도 매회 시청자들 참여 속에 소주 한잔 걸치며 희로애락이 등장해 눈물을 자극한다. 지난주에도 배우 이광기가 등장해 진솔한 이야기를 나누었지만 눈물샘만 자극했다.

그런데 문제는 <일밤>은 공익이 아닌 예능프로그램이라는 사실이다. 웃음은 정작 본 내용이 아니라 진행자들 농담에서 간간이 터질 뿐이다. 지나치게 공익성을 강조해 억지스럽게 눈물을 자극한다는 비판도 있듯, 교훈적인 이야기도 좋지만 예능 프로그램으로서의 본분을 잊지 말아야 한다.

식상한 소재와 식상한 포맷

<일밤>이 재미를 주기 위해서는 공익과 감동의 결합도 좋지만 형식의 변화가 필요하다. 지금 보여주는 포맷으로는 시청자들이 재미를 느낄 수 없다.

과거에는 TV라는 매체가 전해주는 것이 전부였지만 지금은 인터넷이 그 기능을 담당하며 TV보다 훨씬 더 빠른 정보를 얻는 시대이다. 그래서 TV에서 지나치게 교훈적인 내용을 볼 때 흥미를 느끼지 못한다. 설사 흥미를 느낀다면 그것은 굉장히 신선해야 한다.

그런데 <일밤>의 소재는 사실상 이미 식상한 것들이다. '단비'는 겨울철만 되면 때때로 등장하는 이야기이며, 다큐멘터리로도 많이 접해왔던 것이다. 또한 '우리 아버지'는 '양심냉장고'와 흡사하다. 대상이 아버지로만 정해졌을 뿐 시청자의 참여와 그들의 감동적인 이야기를 들려주고 선물을 주는 방식이 붕어빵처럼 닮아있다.

어느 것 하나 신선하다고 할 만한 소재가 없다. 그러니 시청자들은 그들의 모습을 보면서 순간의 감동을 느끼지만 별다른 흥미를 느끼기 어려운 것이다. 사실상 이러한 모습은 오히려 90년대로 회귀하는 듯하다.

과거 '양심냉장고', '산 넘고 물 건너'가 인기를 끌었던 이유는 최초였기 때문이다. 예능과 공익의 결합이 이전에 없던 시도였기에 신선함이 시청자들의 흥미를 끌었던 것이다. 즉, 공익과 예능의 결합을 다시금 찾았을 때 비록 헌 옷이지만 새 옷처럼 갈아입혔어야 하는데, <일밤>은 헌 옷 그대로를 보여주고 있는 셈이다.

그래서 일견에서는 막대한 돈으로 행하는 공익, 돈만 있으면 누군들 못할까라는 비난을 받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단비'는 자본을 투자해 우물을 파고 의족을 가져다줄 뿐 그 이상의 일을 하지 않는 것이 사실이다. 물론 헤어진 가족을 서로 찾아주고 하는 이야기도 있지만 이것은 주요 내용이 아니어서 흥미를 느끼기에 역부족이다.

<일밤>은 공익성을 억지스럽게 보여주고 있지만 <아마존의 눈물> 자연스럽게 보여주면서 시청자들의 흥미를 끌었다.
 <일밤>은 공익성을 억지스럽게 보여주고 있지만 <아마존의 눈물> 자연스럽게 보여주면서 시청자들의 흥미를 끌었다.
ⓒ imbc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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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밤>, <아마존의 눈물>에서 해답을 찾아라!

그렇다면 우물을 파기 위해 멤버들이 월드비전의 도움을 받아 잠비아로 향하는 준비과정부터 우물을 파기 위해 노력하는 모습, 헤어진 가족을 찾아주기 위해 모든 멤버들이 힘겹게 뛰어다니는 모습을 보여준다면? 만일 '헌터스' 멤버들이 멧돼지 축출에 앞서 축출의 이유에 대한 타당성을 찾아가는 모습과 해결책을 고민하는 모습을 보여주었다면 어떨까? 외려 시청자들은 신선하다고 할지도 모른다.

그래서 <일밤>은 <아마존의 눈물>의 성공에서 해답을 찾아야할지도 모르겠다. 다큐멘터리 시청률이 4~5%가 나와도 성공이라 하는데 20%가 나온 원동력은 무엇일까? <아마존의 눈물>이 성공한 이유는 기존 다큐멘터리가 추구했던 것을 답습하지 않고 새롭게 창조해냈기 때문이다. 기존 다큐멘터리에서 교훈적인 가르침을 설파하려했다면 화면을 통해 현주소를 생생하게 담아낼 뿐 억지스러운 교훈을 설파하지 않는다는 점이다.

또한 다큐멘터리에서 볼 수 없었던 흥미진진하게 담긴 화면 덕분이다. 시작부터 공중촬영으로 빠르게 훑고 물속 동물들의 모습을 생생하게 보여주었으며 원시부족 조의 사람들이 지내는 모습을 과감하게 보여준 점이 시청자들의 흥미를 유발한 것이다.

여기에 최고 인기를 구가하는 김남길을 내레이션에 기용하고 배경 효과음 역시 편안하게 몰입할 수 있도록 편집하는 등 기존 다큐멘터리에서 볼 수 없었던 모습을 보여주었기 때문이다. 사실 이렇게 멋진 다큐멘터리를 만드는데 제작진의 숨은 노력이 크다. 15억이라는 자본을 투자한 것도 대단한 일이지만 이것을 생생하게 담아내기 위해서  9개월의 사전조사, 250일 간의 제작기간이 소요되었다.

그리고 그 오지에서 사투를 벌이며 힘겨운 싸움을 했던 제작진이 있었기에 가능했던 것이다. 즉, 이러한 새로운 시도를 통해 '다큐멘터리는 재미가 없다'라는 고정관념을 깰 수 있었다. 헌데 <일밤>은 식상한 소재로 새롭게 변화되지 못한 포맷으로 매회 시청자를 찾기 때문에 식상할 수밖에 없다.

특히 <아마존의 눈물>은 웃음을 유발하는 코드는 없지만 <일밤>보다 재미있는 것은 억지스러움이 아닌 있는 그대로의 모습을 보여준다는 점이 두 프로그램의 가장 큰 차이다. <일밤>에서는 눈물과 감동을 만들어 내기 위해 그들을 찾아가 그들의 슬픈 이야기를 꺼내는 모습은 한편으로 억지스럽다. 하지만 <아마존의 눈물>은 그들의 모습을 있는 그대로 보여주면서 자연스럽게 흥미를 유발한다.

물론 <일밤>의 '단비'가 '헌터스'가 <아마존의 눈물>처럼 오랜 기간 시간을 투자해서 만들 수는 없다. <일밤>이 예능이지, 다큐멘터리는 아니기 때문이다. 하지만 두 프로그램 모두 막대한 자본이 투자되고 있지만 억지스럽게 감동을 조장하는 것이 그리 좋은 것은 아님을 <일밤> 제작진이 알아두어야 할 점이다.

그래서 감히 제안하고 싶다. 스리랑카를 찾아가 의족만 전달할 것이 아니라 장기 프로젝트로 그곳에서 사투를 벌이는 진심이 담긴 모습을, 에코하우스를 짓기 위해 친환경적인 삶의 방법을 하나씩 배워나가며 성장하는 멤버들의 모습을 보여주길 바란다. 그리고 그것이 하나씩 쌓여 나갈 때 <일밤>이 다시금 시청자들의 사랑을 되찾지 않을까 싶다.


태그:#일밤 , #단비 , #우리 아버지 , #에코하우스 짓기, #아마존의 눈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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