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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영수 해군 소령의 양심선언을 다룬 MBC 'PD수첩' 833회(10월 13일 방영) - 한 해군장교의 양심선언 "나는 고발한다"
 김영수 해군 소령의 양심선언을 다룬 MBC 'PD수첩' 833회(10월 13일 방영) - 한 해군장교의 양심선언 "나는 고발한다"
ⓒ iMBC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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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부고발자의 필요성

내부고발자. 내부고발자는 '휘슬 블로워(whistle-blower)'라고 불리기도 한다. 휘슬 블로어 라는 표현이 어딘가 경직된 느낌을 주는 '내부 고발자'의 의미를 쉽게 연상시키기에는 더욱 좋은 표현인 것 같다. 무엇인가 잘 못된 일이 일이 벌어질 때 호루라기를 불어서 경종을 울려준다는 것 아닌가. 잘못된 일이 있을 때, 특히 그것이 은밀하게 벌어질 때 호루라기를 힘껏 불어줄 사람이 없다면 아무도 그 사실을 알 수 없을 것이다. 축구 경기에서 심판이 반칙이 난무하는 데도 꿔다 놓은 보릿자루처럼 손 놓고 있다면 팬들이 즐길 수 있는 경기란 불가능할 것이다. 심판의 존재의 이유는 결국 '축구다운 축구'를 위한 것이다.

축구장을 떠나 이 사회가 '좀 더 살 만한' 사회가 되기 위해서는 '반칙'이 없는 사회가 되어야 한다. 또한 반칙을 저지른 사람은 심판에게 주의를 받고 때론 퇴장을 당해야 한다. 그것이 소위 법치주의라는 것이다. 사회란 축구경기장과는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복잡하고 그렇기에 심판이 모든 상황을 지켜볼 수는 없다. 그래서 때로는 심판이 볼 수 없는 곳에서 버젓이 반칙이 난무하기도 한다. 게다가 국민이 모든 상황을 속속들이 알 수 있을 정도로 네트워크가 극도로 발달한 사회가 아니므로 이런 반칙들은 일어났는지도 알 수 없다. 결국 반칙을 한 사람만 이득을 보는 것이다.

내부고발자는 이러한 상황에서 사회적 의미를 가진다. 심판, 즉 공적영역에서 해결하지 못하는 부분을 국민들이 해결할 기회를 마련해 준다. 내부고발자는 그 단어에서 알 수 있듯 조직 '내부'의 개인에 의해서 이루어진다. 조직은 그 체제의 특성상 폐쇄성을 가지고 있고 정보가 차단되어 있는 부분이 있게 된다. 따라서 그 내부에서 일어나는 모종의 반칙들. 정확히 말해 불법과 부패, 비리 등은 밝히기가 어렵다. 물론 '심판'의 적극적인 의지가 있다면 이야기가 달라질 수 있지만 앞서 말했듯이 심판이 모든 영역을 감시하기는 어려운 일이고 모든 영역을 감시하는 것은 자칫 민주화라는 가치와 정면충돌할 수도 있다.

이러한 상황에서 그 조직 내에서 벌어지는 비리에 대해서 잘 알고 있는 내부고발자가 말 그대로 솔선수범하여 심판의 역할을 분담해 준다면 감시에 들어가는 사회적 비용도 줄어들고 국가 전체적으로 봤을 때도 부정을 척결할 수 있다는 큰 이익을 향유하게 되는 것이다. 내부고발이라는 행위는 그 자체로 개인이 '정의' 혹은 '공익'이라는 가치에 적극적으로 참여하는 것이고 그 만큼 공동체의 이익은 증진이 되므로 내부고발이 자연스러운 사회 일수록 정의로운 사회이고 선진화된 사회라고 보는 것이 무리는 아닐 것이다. 이러한 의미에서 내부고발자들에게 오히려 감사함을 느끼고 그들을 보호해야 한다고 주장하는 것은 지나치게 당연해서 주장하기 조차 민망한 일이다.

내부 고발자를 두 번 죽이는 한국사회 

10월 13일 방송된 MBC <PD수첩>에는 한 분의 용기 있고 정직한 군인이 등장했다. 하도 몇 백, 수 천 억대 비리와 횡령에만 익숙해져서 10억이 채 안 되는 비리의 금액이 아무런 느낌도 없었을지도 모르겠지만 김영수 해군 소령은 그 비리에 대해서 내부고발을 했고 적법한 법의 절차에 따라 잘못된 상황을 해결하려 했다. 방송을 보는 내내 느낀 것이지만 김영수 소령이 자신의 처지에 불만을 가지거나 윗사람이나 아랫사람을 해하기 위해서 그런 사실을 언론에까지 나와서 이야기하는 것이 아니라는 것은 정상적인 상식을 가진 사람이라면 방송을 통해 알 수 있었을 것이다. 오히려 김영수 소령에게는 잘못된 것을 바로잡고 자신의 조직이 조금 더 나은 조직이 되기를 바라는 마음을 느낄 수가 있었다.

그런데 지난 몇 년간 조직이 그에게 가한 일종의 보복행위 혹은 치졸하고 잔인한 '린치'는 군대라는 조직이 가지고 있는 특유의 폐쇄성을 감안하더라도 지나치고 비합리적이었다. 대놓고 말은 하지 않지만 모두가 이유는 알고 있다. '조직의 배신자'라는 낙인을 찍고 단지 그 이유로 최악의 근무평정을 주고 전출을 시켰다. 사병과 같은 책상을(그것도 하나를 둘이서) 쓰게 만들었으며 내부 식당에서 같이 식사를 할 수 없을 정도로 그를 따돌렸다. 모든 이유는 김 소령이 자신들의 치부를 외부에 알리고 자신들의 비리에 동참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우리 사회에 내부고발자 두 번 죽이기는 이제 새로운 일도 아니다. 감사원 비리를 고발했던 현준희씨나 삼성의 비리를 폭로했던 김용철 변호사 등 그 외에도 언론에 크게 이슈화되지 않은 많은 내부고발자들은 고발 이후 조직 내의 집단적인 '린치'에 시달린다. 2002년과 2003년에 걸쳐 국가청렴위원회(당시 부패방지위원회 현재 국민권익위원회)의 조사에 의하면 공직사회 내부 부패를 신고한 공직자들의 66.7%는 신고 이후 징계, 인사조치 등 다양한 형태의 보복을 당했다고 밝힌 바 있다. 그 외에도 내부고발자들은 명예훼손이나 공무원법 등의 위반을 이유로 고발을 당하고 패소하는 경우도 많다. 그야말로 '지못미(지켜주지 못해 미안해)'라는 인터넷 신조어가 떠오르지 않을 수 없다.

결론적으로 현재 한국 사회에서는 내부고발자가 가지는 사회적 의미와 효용에도 불구하고 내부고발자를 보호하려는 의지를 보이고 있지 않으며 결과적으로 내부고발로 밝혀진 비리나 부패도 유야무야 없었던 일이 되어 버리고 내부고발자들은 모든 손해를 감수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냉정하게 말해서 현재 정치권이나 정부는 이러한 문제에 대해서 해결할 의지를 보이고 있지 않다. 조금 더 냉정하게 말하면 비리와 부패의 몸통이 정치권, 정부, 대기업이기 때문이다. 그들이 '철의 삼각'을 만들어 놓고 자신들의 치부를 공개하는 개인의 정의를 가볍게 짓밟기 때문이다. 내부고발자를 보호한다는 것은 자신들의 무덤을 파는 꼴이기 때문이다.

내부고발자 보호를 제도적으로 확립해야 한다

잠시 이야기를 벗어나서 이명박 대통령의 주장을 다시 살펴보자. 이명박 대통령은 대한민국이 선진국 되려면 법치주의가 이루어져야 한다고 누누이 강조해왔다. 당시에 이 발언은 촛불시위의 불법성 여부 또한 대통령 본인의 준법정신 여부와 결부되어 오히려 '당신이나 법을 잘 지키라'는 조소의 대상이 되고 말았다. 하지만 그 주장 자체는 옳은 말이다. 실질적으로 법치가 이루어져야만 이 사회가 발전할 수 있다. 즉, 위법에 대해서 일관되고 모든 국민에게 평등한 제재가 이루어져야 하는 것이다. 그런 면에서 대한민국에서 법은 여전히 힘 있는 자의 편이다.

아동 성폭행범 '조두순'은 처벌받을 만한 잘못을 했다. 하지만 그것마저도 국민의 분노가 표출되지 않았다면 이렇게 처리가 되지는 않았을 것이다. 또한 그것은 '조두순'이 공권력에 저항할 수단이 거의 없는 한 명의 개인이기에 가능했다. 역으로 해군조직 내 비리의 몸통들은 공개되지도 않았고 아무런 처벌도 받지 않고 있다. 해군조직은 권력을 가진 기관이기 때문인가? 문제는 그들이 아동성폭행범과 같은 인면수심의 범죄를 저질렀다는 것이 아니라 엄연히 위법한 행위를 하고도 처벌을 받지 않는 것이 문제라는 이야기다.

<PD수첩>의 마지막 장면에서 김 소령이 근무를 하러 돌아가는 뒷모습을 보며 마음이 짠하기도 했지만 걱정이 먼저 들었다. 과연 이 사회에서 누가 김 소령을 보호해 줄 것인가. 아니. 애초에 보호를 받았다면 저렇게 얼굴과 실명 모든 것을 공개하면서 방송에 나올 필요가 있었을까. 국정감사에서 해군조직의 우두머리인 해군 참모총장이 김 소령을 '이기적인 개인'으로 몰아세우며 해군 조직을 매도하지 말라고 하는 장면을 보며 김영수 소령은 무슨 생각을 할까. 사건의 해결을 위해서 군 당국이나 사법기관은 과연 의지를 가지고 있기는 한 것인가.

내부고발자 보호를 위해서 우선 정치권이 나서야 할 필요가 있다고 본다. 현재 아무런 실효성을 보이고 있지 않는 내부고발자 보호법의 전면적인 검토가 필요하고 위법에 대해서는 설령 그 상대방이 대기업 총수라고 해도 확실하게 법을 적용하는 실질적인 법치가 확립되어야 한다. 정치적 차원에서 즉, 이 사회의 방향성을 정하는 시각에서 본 문제를 접근할 필요가 있다. 따라서 제대로 사건을 조사하지 않는 군 사법부에 대한 압력은 물론이고 수사방해 세력과 위법을 저지른 자에게는 철저한 불이익을 줄 수 있는 법을 제정하고 내부고발자의 보호 및 인센티브 제공을 고려해 볼 때라 생각한다.

또한 '조두순 사건'을 언급한 대통령의 한 마디로 '조두순'의 형집행을 조금이나 엄정하게 만든 현 사회구조에서 보자면 평소 법과 질서를 그렇게도 강조한 대통령이 이번엔 어떤 반응을 보일지가 중요하다. 물론 대통령의 한마디로 처벌이 되고 안 되고 하는 것 자체가 이 사회의 후진성의 방증일 수도 있으나 지도자의 '의지'라는 것은 그만큼 사회의 방향성을 결정짓는다. 이명박 대통령이 그렇게 강조했지만 여전히 이명박 대통령의 바로 주변에서 무시당하는 '법과 질서'라는 것이 이번에는 바로 설 수 있기를 바란다. 내부고발자들이 희생을 치르고 '지못미'라는 말을 듣는 사회야 말로 후진사회가 아닐까.


태그:#내부고발자, #PD수첩, #군납비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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