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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PM 멤버 재범이 쓴 글로 인한 논란이 그의 탈퇴, 그리고 출국으로 이어졌다. 그로 인해 논란은 제2라운드로 접어든 듯하다. 즉 제1라운드는, 재범 글 자체에 대한 논란, 그리고 그로 인한 재범의 거취에 대한 향방에 대한 것이었다면, 제2라운드는, 과연 재범의 퇴출이 정당한 것인가, 그리고, 그것을 야기한 책임은 누구에게 있는가, 재범 본인인가, 그걸 결정한 기획사 JYP인가, 아니면 그걸 촉발시킨 여론 - 그중에서도 네티즌 - 의 잘못인가로 확산되고 있다.

2PM 팬연합에서는 재범 없는 2PM을 인정할 수 없다며 JYP에 대해 보이콧 성명을 발표했고, 일각에서는 그동안의 일이 '마녀사냥'에 가까왔다며 자성론이 일고 있으며, 그에 이어 네티즌의 행동에 대한 비판도 발생하고 있다. 또한 한편에서는 이를 '사이버 모욕죄' 신설 등이 필요하다는 논거로 활용하려는 움직임도 있다.

나는, 재범의 글 자체가 문제되었던 제 1라운드의 논란이 크게 잘못되었다고 생각하지는 않는다. 내가 그 때 글들을 보면서 우선 생각했던 것은, 교포들(2, 3세)은 역시 부모의 국적이 어떠하든 자신의 정체성은 '자란 곳'이 될 수밖에 없구나 하는 것이었다. 이건 그것에 대한 잘잘못을 떠나서 새삼스런 확인이랄까. 한국에서 돈을 벌어 (진정한 내 나라인) 미국으로 돌아가자는 것이 이른바 '먹튀'로 여겨지기는 했으나, 그 또한 어쩔 수 없다 싶었다. 그렇게 자라난 아이로서는 그렇게 생각할 수 밖에 없을테니.

다만, 개인의 입장에서는 그럴 수 있는 일이나, 그로 인해 앞으로 팬들의 사랑을 받게 될 '아이돌 그룹'으로서의 활동은 지장이 있을 수밖에 없겠구나 싶었다. 그가 벌어야 할 돈은 이 곳의 팬에게서 나오는 게 아닌가. 그 팬의 사랑을 먹고 살아야 하는 사람으로서 '너'는 '이' 곳에, '나'는 '저' 곳에.. 라는 느낌을 준 건 '스타'가 '팬'과 나누어야 할 신뢰와 공감에 균열을 가져오게 만든 것이니 말이다. 일반인의 연애에서도 그러하지만, 너는 나는 '다른 사람'이라는 걸 어떤 계기로 알게 되었을 때, 그 찬물 뒤집어 쓴 것 같은 낯선 느낌이란!

더군다나, 지엽적일 수는 있지만, 스타로서 가져야 할 일종의 '신비감'을 일순간에 벗겨버리는, 저급하다고 할 수 있는 용어들도 있었다. 연예인 (스타)의 생명력의 많은 부분이 '이미지'라는 것으로 구성되는 걸 감안한다면, 이 또한 엄청난 타격이 되지 않을 수 없다. 그러니, 어떠한 외부로서의 심판과 단죄를 떠나서, 이미 그 자체로서 큰 손상을 입은 것이다. 그래서 추후, 시간과 노력으로 다시 회복할 수는 있겠지만, 당장은 꽤나 곤란하겠구나 생각은 했다. (그래서 솔직히 안타까왔다.  요즘 아이돌 그룹 중에서 유일하게 좋아하는 2PM이었는데. 흑흑)

내가, 다소 이렇게 관조적인 태도를 갖고 있다고 해서, 적극적으로 반대 의견을 개진한 사람들에 대해 비난을 하고 싶지는 않다. 아니, 그건 비난의 대상이 되어서는 안된다고 생각한다. 즉, 재범이 2PM을 탈퇴하고, 그가 미국으로 돌아가 버린 것이, 너무도 신속하게, 단호하게 이뤄지는 바람에 과연 그것이 옳은 일이었는가에 대한 논란이 커졌다고 해서, 그런 결정을 가져오게 한 '논란' 자체가 문제가 있었다고 봐서는 안된다는 거다.

여론이라는 것은, 흐르는 것이다. 그것이 예전처럼 미장원에서, 찜질방에서, 말로 말로만 전해졌던 것이든, 지금처럼 발전한 인터넷 세상에서, 한 순간에 세상을 잡아 삼킬 듯 일시에 떠들석하든, 결국 그 반응은 모두 사람들 하나 하나의 의견이다. 그 중에선 앞장 서서 떠드는 사람도 있고, 그걸 남에게 전하는 사람도 있고, 전해들은 의견에 보태어 또 떠드는 사람도 있는 거다. 그런 말 자체가 나쁜 건 아니라는 것이다.

문제를 삼아야 하는 건, 정확한 내용을 갖고 우리가 떠들었는지, 악의를 갖고 잘못된 내용을 공표한 건 아닌지, 또한 그 과정에서 인신공격의 표현이 발생했는지이다. 이렇게 논란의 '내용' 또는 '형식이 제대로 된 것인지에 대해서는 반성할 수 있으나, 이런 걸 갖고 떠들다니, 하는 차원으로 논점이 번져서는 안된다는 것. 이것이 '최진실 법' 같은 것이 다른 의도로 악용될 소지나, 위에서 말한 '시사 토론'에서 엉뚱한 논거로 사용될 가능성에 대해 우려할 수 밖에 없는 부분이기도 하다.

앞에서 말했듯이 2PM의 재범은, 자연인 일개인이기도 하지만, 그를 넘어서 대중의 사랑을 자신의 수익원으로 삼는 '연예인'이라는 점에서, 그에 대한 대중의 논란 자체는 실과 바늘처럼 함께 할 수 밖에 없다. 그에 대해 사랑을 보내는 사람이 있는 반면, 그의 문제에 대해 반대를 하는 사람도 있을 수밖에 없다. 그가 대중에 노출된 사람이므로 대중의 비판에도 언제나 노출될 수 있다는 점을 감안하면, 재범의 글을 비판한 사람 모두를 일순간에 '개티즌'으로 비하해버리는 건 옳지 않다고 본다.

제 2라운드의 논란, 그가 2PM이라는 그룹에서 탈퇴를 하는 것이 정당했는가. 이것에 대해서는 여러 의견이 있을 수 있다. 나는, 솔직히 그 이야기를 들었을 때 놀랐다. 개인적으로도 그것이 탈퇴까지 해야할 건이라고 생각하지 않았거니와, 일반적으로도 보통 예측할 수 있는 결과와 달랐기 때문이다.

예상할 수 있는 시나리오는 아래와 같았다.
1. 본인의 해명.. 그러나 논란은 계속될 수 있다.
2. 소속사의 해명.. 논란은 이어진다. 거취에 대한 표명 요청이 더 세어질 수도.
3. 반성과 자숙의 기자회견.. 논란이 더 세어질 수도, 여기서 사그러들 수도.
.. 본인만의 눈물의 기자회견 (물의를 빚어 죄송합니다.)
.. 또는 2PM 다른 멤버들과 함께 (우리는 하나입니다!)
4. 그룹임에 따른 추가 논란.. 자숙의 시간의 합당한 양에 대한 논란
.. 솔로였다면 시간을 충분히 가질 수 있겠으나,
.. 그룹이므로, 다른 멤버들은 대체 무슨 잘못으로 활동 중단?
5. 이후 거취 표명..
.. 3 이후의 향방에 따라 개인의 충분한 반성으로 슬쩍 넘어갈 수도.
.. 또는 2PM을 살리기 위해 재범이 나갈..(..재범이 버려질) 수도.
.. 2PM 전체 이미지 실추를 극복하기 어려워 자진 소멸할 수도.
6. 5 의 결과에 따라 재범 탈퇴 (이어지는 출국)으로 정리될 수 있다.

그런데 이번에는, 1과 2가 거의 동시에 나왔고, 3, 4, 5의 과정이 거의 생략된 채로 바로 6이 되었다. 날짜로는 불과 나흘 정도에 발단과 결론이 나온 거다. 아무리 스피드 시대이지만, 전개와 절정의 시간이 너무도 빨리 진행되어 결말을 받아든 게 어벙벙할 정도로. 

그래서, 솔직히 참 신선했다. 1 에서 6 으로 바로 건너뛰는 이번 결론이 놀라왔고, 그런 재범의 선택이 참 뜻밖이었다. 난 이번 일 (이건 그가 활동 중에 있었던 발언도 아니고 데뷔 전에, 그것도 개인적인 공간에서 사적인 관계의 인물들과 나눈 글) 은 1 과 2 정도만 되어도 (물론 비판 여론을 감안할 때 단순히 변명성이 아니라 진심이 엿보이는 것이어야 했겠지만) 충분하다 생각한 편이었는데 6 으로 바로 건너 뛰다니. 자신의 행동에 책임지지 않고, 그것에 대해 구차한 변명과 핑계로 연명하며, 어떻게든 자신의 생명을 유지하려고 하는, 그 수많은 사람들에 비한다면 정말 놀랍지 않은가. (그 과정에서의 JYP의 몰인정한 대응방식에해서는 차치한다면 말이다. 나는 이전에 박진영에 대한 특별한 호불호는 없었으나, 재범 출국 이후에 발표된 그의 글은 많이 실망스러웠다. 마치 '양아치 아이를 이만큼 내가 키워놨더니..'의 행간이 읽히는듯 하여.)

사실 그동안 그 수많은 '말실수' 또는 '망언' 등을 보면서, 그것을 이해할 수 없거나, 그것에 분개하고 있는 내가, 혹시 잘못된 건 아닌가라고 생각하게 될 정도로, 당사자들은 아무 일 없다는 듯이 뻔뻔하게 행동하고만 있던, 그런 사람들만 득시글거리는 세상에 살고 있었기 때문인가보다. 그렇게 신속하게 자신의 행동을 자신이 책임진(.. 책임지게 했던.. 의 측면을 논외로 한다면) 재범의 선택은 그래서 더 의외로 보이지 않는가.

사람들은, 연예인에게만 너무 가혹한 잣대를 들이댄다고 한다. 힘 없는 재범에게만 너무 센 비난을 했다고 한다. 그런데 나는 이렇게 생각한다. 그동안 연예인이 아닌 사람의 잘못에 너무 무심했고, 힘 있는 자들에게 너무 약하게 굴었었다고. 그래서 자신의 잘못을 반성하지 않고, 그것에 책임지지 않아도 되는 것처럼 만들었다고. 그것이 우리의 잘못인 거다.

재범이 탈퇴까지 했어야 했느냐는 별개의 문제다. 하지만 탈퇴라는 결정을 하는데 작용했던 비판이란 건 필요한 부분이라 생각한다. 그 비판이 설사 전체의 여론이 아닐지언정, 그걸 받아들여 탈퇴까지 한 건 재범(.. 실제로는 그를 움직이는 기획사)의 선택이다.

앞으로 재범에게서만이 아니라, 다른 부문 - 특히, 힘 있는 정치인들, 예를 들면 지금도 버젓이 돌아다니는 친일파들, 유신/군부 독재 잔당들 - 의 잘못에 대해서도 비판을 동일하게 들이대어야 한다. 그들의 잘못에는 무심하거나, 눈을 감거나, 입을 닫고 있으면서 그래서 비판도 없고, 그로 인한 반성도, 개선도 얻어내지 못하면서, 연예인이 쓴 오래 전 글에 대해서만 파르르하는 건 좀 창피하지 않은가. 그런 다른 부문의 잘못에 대해서도 비판하여, 그들이 그것에 대해 반성하고, 그걸 책임질 수 있도록 만들어야 한다고 본다. 비판이 우리의 목적 그 자체는 아니다. 그로 인한 반성과 이후의 개선이 우리의 목적이지.그래야 정말 연예인들만 씹어 대는 할 일 없는 '개티즌'이 아니라, 사회에 대해 깨어 있고, 이 나라에 대한 걱정으로 가득 찬, '시민'이라고 당당하게 말할 수 있지 않을까 싶다.

그리고, 그런 사람들에게 까였다면, 재범도 그리 억울하지는 않을 듯 싶다. 아쉽게도, 재범은 지금 미국에서 몹시도 억울해하지 않을까 싶다. "나에게 그렇게 손가락질 한 니들. 정말 애국자이긴 한 거야?"라면서.

p.s) 이번 일로 나는, '국가'와 '민족'에 대해 우리가 어떻게 정의해야 하느냐를 본격적으로 탐구할 필요가 있다고 보여진다. 미국에 살고 있는 교포는 한민족인가, 그렇다면 이 땅에 살고 있는 이주노동자, 다문화가정의 자녀는 한국인인가.

이제 '단일민족'의 '한 핏줄'의 허상을 버리고, 보다 실질적으로 받아들여야 하지 않을까 싶다. 한국인과 한민족은 어떻게 구분해야 하며, 앞으로 우리는 그것에 얼마나 유연한 사고로 적응해야 할 것인가, 이런 것들에 대해.


태그:#2PM, #박재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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