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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르신 일자리 제공은 '사회적 효'의 실천입니다."

 

 

2009년 6월 11일부터 6월 12일까지 오전 10시에서 오후 5시, 코엑스 1층 인도양 9홀에서 서울특별시에서 개최한 "2009 어르신 하나더 일자리 박람회"가 열렸다. 서울시가 '9988 어르신 프로젝트' 중 5만여 개 노인일자리 창출 사업의 일환으로 개최한 본행사는 '일하는 기쁨, 다시찾은 행복'의 슬로건으로 공공부문을 포함해 2500명 이상의 채용을 목표로 하고 있다. 그리고 개최 첫날인 어제 5000여 명의 참여자가 본 행사를 다녀갔다.

 

이같은 행사가 개최된 이유는 날로 커지는 실버산업의 중요성 때문이다. 현재 정년퇴직 남성의 평균 나이는 55세이다. 또 현재 남성의 평균 수명은 76세이다. 산출적으로 계산해보면 21년간 무수입으로 살아가야 한다는 결론이 나온다. 그동안에 드는 평균 식비만 계산해보아도 624만 1500원이고, 배우자와 같이 산다면 그것의 곱절이 들어간다. 거기에 세금, 기타 생활비, 병원비 등을 계산하면 약 20년의 노년을 살아가는데 계산하기 힘든 엄청난 비용이 든다. 그렇기 때문에 세계적으로 인구의 노령화 속도가 점점 빨라지는 지금, 실버인구의 문제점 해결은 각 나라의 숙제이다.

 

서울시의 '9988 어르신 프로젝트' 역시 이러한 취지에서 시작된 프로젝트이고 그 일환으로 "2009 어르신 하나더 일자리 박람회" 가 개최되었다. 그러나 여기에서는 몇 가지 문제점이 발견된다. 그것은 바로 구인 연령 제한이다. 우리나라에는 '연령차별 금지법'이 있는데 이것은 민간 영역을 포함한 어떠한 사업장이 나이로 인한 차별, 해고 등을 금지한 법률안이다. 그러나 이곳에 참여한 업체 중 과반수가 60~65세 미만의 어르신만을 고용하는 것을 조건을 내세웠다.  

 

어제 "2009 어르신 하나더 일자리 박람회" 한켠에 자리잡고있는 국가위원회 부스에는 77세의 어르신 두 분이 방문하여 자신들 나이로는 도저히 지원할 곳이 없다며 성토를 하셨다고 한다. 그리고 어제 본 행사에 참여한 5000여 명의 참여자 중 절반 정도가 70~80대의 노인분들이었다고 한다.

 

그 절반의 참여자는 시작부터 지원할 자격을 갖지 못하는 것이다. 물론 "2009 어르신 하나더 일자리 박람회"의 참여 회사 가운데 연령 제한을 갖고 있지 않은 회사도 있다. 그나마 이 곳 회사들은 어르신분들을 "사회적 효"의 차원에서 고용하고자 하는 '바람직한' 기업들이다. 이 행사장 바깥에는 실버인력의 참여를 전면 막고 있는 대기업을 포함한 수많은 회사들이 존재한다. 그러니 이들 참여업체를 보고 나무랄 수만은 없는 노릇이다.

 

"2009 어르신 하나더 일자리 박람회"에서 만난 61세의 김민수(가명)씨는 다음과 같이 이곳 행사의 아쉬운 점을 이야기하였다.  이곳 박람회에서 노인들이 얻을 수 있는 일자리는 대개 미화원, 경비원, 모델, 물품배달원 등 이며 실버 인력의 경험을 살릴 수 있는 전문업은 거의 찾아볼 수 없다고 하였다. 즉 30년간 회사나 자영업 등을 통해 쌓아온 노하우는 전혀 고려하지 않은 채 사회에서 노인이 할 수 있는 일이라고 낙인찍은 업종만이 나와있다는 것이다.

 

이것은 "어르신 일자리 제공은 '사회적 효'의 실천입니다"라는 본 행사의 캐치프라이즈와는 맞지않는 행정이었다. 즉 '사회적 효'에 효율성과 공정성이 고려되지 않았다는 것이다.

 

실버인력을 가장 효율적으로 사용할 수 있는 방안은 고려되지 않은 채, 2500명의 채용이라는 가시적인 목표에만 치중하였기 때문에 이런 문제점이 해결되지 않았던 것이다.

 

 

 

또한 73세의 곽복순 할머니는 이런 문제점을 지적하셨다. 바로 홍보의 부족으로 인해 참여하지 못한 노인들이 많다는 점이다. 이곳에 온 참여자들의 면면을 살펴보면 대개 노인회나 신문을 통하여 정보를 얻고 오게된 분들이 많은데 그분들은 대개 가정이 있는 경우가 많다. 그러나 우리사 회에는 이런 정보를 제공받지 못한 소외받은 노인분들이 무척 많다. 그래서 이번엔 소외받은 노인들이 많이 모인다는 '탑골공원'을 찾아가 보았다.

 

 

더운 날씨에도 많은 노인들이 공원의 그늘에 모여 이야기를 나누고 있었다. 그래서 그곳에 계신 한 분에게 "2009 어르신 하나더 일자리 박람회"에 대해 여쭈어보았다. 그랬더니 이런 행사에 대해서 전혀 알고 있지 않으셨다. 그래서 다른 분에게도 여쭈어보았다. 마찬가지로 모르셨다.

 

 

이번엔 탑골공원의 관리인을 만나보았다. 이런 말씀을 해주셨다.

 

"이곳에 있는 사람들은 나사가 하나 빠진 혹은 사회에서 사람 대우를 받지 못하는 노인들이 대부분이야. 당연히 "2009 어르신 하나더 일자리 박람회" 같은 행사의 홍보는 이런 곳으로 안오지. 여기 있는 분들은 일하고자 하는 의지도 없고, 그저 이곳에서 시간을 때우기만 할 뿐이야."

 

관리인의 말씀에서 지금 벌어지고 있는 정부와 기업에서 말하는 "사회적 효"의 모순점을 발견할 수 있었다. 그것은 바로 차별이다. 60~65세로 규정짓는 채용기준은 그외의 노인은 육체적으로 무능한 존재로 여기는 고정관념에서부터 온 것이고, 탑골공원에 있는 노인과 같이 일할 의지를 갖지 못한 노인들에게 재활교육의 기회조차 주지않는 현실은 바로 현장에 투입할 수 있는 사람만 사용하려는 자본주의 효율성의 논리에 빠진 것이다.

 

그리고 이러한 부족함을 남긴 채, 올해의 "2009 어르신 하나더 일자리 박람회"도 끝을 맺었다.      


태그:#"2009 어르신 하나더 일자리 박람회" , #코엑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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