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분단이후, 남측 정부와 언론은 북에 대한 악선전을 일삼아왔다. 출처를 알 수 없는 '카더라 통신'을 근거로 북을 '비이성/ 비정상적' 집단인 양 매도해온 것이다. 아오지 탄광, 기쁨조 등은 부정적 프레임의 대표 격이다. 이러한 악선전은 대부분 거짓으로 드러났다. 하지만 우리 사회는 여전히 왜곡된 인식으로 북을 바라본다. 언론 탓이다. 이명박 정부 들어 거꾸로 타들어가는 남북관계에 일부 언론은 더욱 경거망동하며 기름을 붓고 있다.

 

'북한은 떼쟁이'라 '떼쓰는' 언론

 

일일이 거론할 것도 없이 현재 남북관계는 정치, 경제, 군사 모든 측면에서 바닥을 치고 있다. 9일 한,미당국은 북이 전쟁책동이라 규정한 한미합동군사훈련을 강행했다. 북은 강력하게 반발하며 9일 하루동안 군 통신을 차단했다. 서해상의 국지전은 물론, 확전 가능성까지 점쳐지고 있는 위급한 상황에서 한미합동군사훈련의 감행은 유감스러운 일이 아닐 수 없다.

 

군 뿐 아니라 민간생활 전반에까지 전쟁위기가 고조되고 있는 한반도는 지금 매우 심각하고 위험천만한 상황에 봉착해있다. 그런데 관계가 악화되면서 남측의 일반대중이 한미합동군사훈련에 대한 북의 강력한 반발을 상식적으로 이해하기란 더욱 어려워졌다. 언론이 북을 '떼쟁이'로 매도하고 있기 때문이다.

 

자기들 뜻대로 안 풀리면 긴장을 고조시켜 대화를 얻어내려는 북한의 체질 개선을 위해서는 우리 정부가 미국과의 긴밀한 정책 공조 속에 흔들리지 않는 원칙을 마련해야 한다. (동아일보 3월 9일자 칼럼, <북 돌팔매질에 특효약은 원칙> )

 

이러한 왜곡선전의 결과 남측에선 남북관계 및 한반도 평화에 대해 과학적으로 접근하는 것조차 어렵게 됐다. 위험천만한 키 리졸브 훈련이 실시되고 있음에도 남측대중이 무사태평한 이유다.

 

키리졸브 훈련, 언론은 알고나 말하나요?

 

북한은 한미 연합군사연습인 키 리졸브를 이유로 통신선을 차단했다. 유엔사령부가 북에 사전 통보하고 참관 요청까지 한 훈련을 '북침(北侵) 연습'이라고 억지를 부리더니 기어이 이런 짓을 벌였다. 정상적인 국가라면 상상하기 어려운 일이다. (3월 10일자 동아일보 사설 <'개성공단 억류' 김정일 집단 정말 나쁘다>)

 

키 리졸브 연습은 북한이 먼저 전면전을 도발했을 경우를 상정한 방어 훈련이다. 북한이 주장하듯이 한·미 연합군이 북한을 먼저 공격하는 북침(北侵) 훈련이 아니다. (3월 9일자 조선일보 <이지스함 8척… 화력 강화된 한(韓)·미(美) 군사훈련>)

 

북한은 9일 인민군 총참모부 대변인 성명을 통해 한국과 미국의 9∼20일 연례 연합 방어훈련인 '키 리졸브'와 그 일환인 '독수리훈련'을 트집잡아 '북침 전쟁연습'이라고 싸잡고 그 기간에 "북남 사이에 존재해온 마지막 통로인 군 통신을 차단할 것"이라고 밝히면서 즉시 행동으로 옮겼다. (문화일보 3월 10일자 사설, <北, 한국과 미국의 인내력 더 시험 말라 >)

 

위 기사의 논조는 동일하다. 북이 '연례적 방어훈련'인 키 리졸브 및 독수리훈련을 북침연습이라며 '억지'를 쓰고 있다는 것이다. 진짜 누가 억지를 부리고 있는지는 키 리졸브 훈련의 성격을 파악하면 명확해진다. 과연 누가 비이성적 행태를 보이며 억지를 부리는 것일까.

 

키 리졸브 훈련은 '원래' 침략적입니다

 

키리졸브 훈련은 일단 4만 5천여명이 넘는 대규모 병력과 최첨단 장비를 대거 동원하여 진행된다. 탄도 미사일 요격이 가능한 미사일을 장착한 최첨단 항공모함인 이지스함까지 동원되었다. 실제 함대가 동해상에 출동하여 실제 전쟁연습을 벌인다는 것 자체가 한반도 평화에 대한 심대한 위협이다. 중요한 것은 미국이 한 해에 두 차례씩 진행해 오고 있는 이러한 전쟁연습을 북측은 한 번도 한 적이 없다는 사실이다. 또한 미국은 북측을 제외한 어떤 나라에 대해서도 키 리졸브 같은 핵 선제 공격 실전연습을 강행하지 않는다. 방대한 병력과 장비를 동원한 실전연습은 그 자체로 이미 침략적이고 위협적이기 때문이다.

 

게다가 이 훈련은 북측을 타격 대상으로 규정한 '선제 핵 공격' 내용을 담은 작전계획 5027 및 8044, 즉 핵전쟁 시뮬레이션에 따라 진행된다. 말로는 "한반도에 전쟁이 발발했을 때 대규모 미 증원군(增援軍) 병력과 장비를 어떻게 하면 신속하게 파견해 최전방 지역으로 안전하게 배치할 수 있는가를 숙달하는 연합 전시증원 훈련"이라고 하지만 사실은 분명한 선제 핵공격 전쟁연습인 것이다.

 

'한미동맹'으로 불난 데 '키 리졸브'로 부채질하는 한미당국

 

특히 한미당국이 정치, 외교, 군사 등 전 분야에서 북을 도발해 온 점을 상기하면 한미합동군사훈련의 침략적 성격이 북측에 실재적인 위협요소로 작용할 수 밖에 없음을 알 수 있다.

 

2월 초 월터 샤프 한미연합 사령관은 서울 외신기자클럽 강연에서 "전면전은 물론이고 북한의 핵무기 통제력 상실 가능성에 대한 대비책도 마련했다."고 밝혔다. 이는 동아일보가 시인한대 (관련기사:(동아일보 2월 11일자 사설 <북의 '핵 통제력 상실' 대비, 한미공조 충분한가>) 개념계획(작전계획) 5029가 구체화되고 있음을 시사한 것이다. 북한 내 급변사태가 발발하면 군사투입을 추진하겠다는 개념계획 5029는 선제타격시나리오로 마련된 것이지 방어목적으로 구상된 것이 아니다. 따라서 이러한 발언 직후 키 리졸브 훈련을 실시하면서 "연례적인 방어훈련"이라 변명하는 것은 설득력이 없다. 북이 한미합동군사훈련을 북침연습이라 규정하며 강하게 반발하는 것도 당연하다.

 

지난달 16일 국회에 출석한 이상희 국방장관은 "북한이 장거리 미사일을 개발하는 상황에서 군사적으로 PSI에 참여하는 것을 검토해야 할 시점이 됐다"고 말했다. PSI는 대량살상무기 확산 방지를 명분으로 관련 물자를 실은 것으로 의심되는 선박 등 운반체를, 육·해·공에서 검색 및 필요시 나포할 수 있는 군사 작전을 의미한다. 한마디로 북을 상대로 해적질하겠다는 미국의 구상에 이상희 국방장관이 긍정으로 화답한 것이다.

 

지난달 19-20일 모스크바에서 열린 6자회담 산하 동북아평화안보체제실무그룹 제3차회의에서는 한국이 '한반도 비핵화'라는 표현대신 '북한 비핵화'라는 표현을 쓰거나 '한반도 비핵화'라는 표현 자체를 사용하지 말아야 한다고 주장했다. 한반도 비핵화라는 표현은 핵 검증의 대상으로 한국도 포함해야 한다는 것을 의미하기 때문이란다. 한국은 미국의 핵우산아래 놓여있다. 한 마디로 북과 미가 서로 총부리를 겨누고 있는 상황에서 "난(미국) 들고 있을테니 너(북)만 총 내려놓아라" 하고 있는 것이다. 그러고 나서 방어훈련이라며 탄도요격가능 미사일까지 장착한 이지스함 8척등을 사용하여 군사훈련을 실시하고 있다. 깡패가 따로 없다.

 

사실이 이런데도 언론은 막무가내다. 끊임없이 남북대결을 조장하고 북측을 도발했던 한미당국의 태도를 비판하기는커녕 이에 대한 언급조차 제대로 하지 않았다. 오히려 연례적인 합동군사훈련에 대해 북이 지나치게 예민하게 반응하는 것이며 이러한 반응은 안보에 위협적이라며 부르댄다. 적반하장도 유분수다. 온갖 무기 들고 설치면서 극도의 긴장상태를 조성하며 도발/ 위협한 것은 한미당국인데 언론은 오히려 북측에 책임을 들씌우며 한반도 평화를 더욱 요원하게 만들고 있다.

 

고리짝 적 수법의 북 때리기, 이제 너무 지겨워요

 

일부언론은 자신들의 '비정상적 북한 만들기' 시도에 쐐기를 박으려는 듯 북의 대의원선거까지 악의적으로 보도하며 오지랖을 부렸다.

 

어제 실시된 북한의 최고인민회의 대의원 선거에서도 예외 없이 '찬성률 100%의 쇼'가 재연됐다. 21세기에 이런 비민주적인 국가는 지구상에 없다. (3월 10일자 동아일보 사설, <'개성공단 억류' 김정일 집단 정말 나쁘다 >)

 

이번 주 한반도에는 대형 정치·군사·외교 이벤트가 잇달아 열린다. 북한은 8일 '김정일 3기 체제' 출범을 위한 최고인민회의 대의원(국회의원) 선거를 했다. 한·미 연합군은 9일부터 '키 리졸브' 훈련에 돌입하며..(후략) (3월 9일자 조선일보 <98년 미사일, 2003년 핵(核)위기, 이번엔… >)

 

이들 기사는 하나같이 북의 대의원 선거를 정치적 쇼로 간주하고 있다. 이처럼 노골적인 북때리기는 북을 비정상적 집단으로 매도하여 북에 대한, 나아가 한반도 평화에 대해 올바른 인식을 갖기 어렵게 만든다. '100% 찬성률이라 쇼'라는 논리는 인민반의 추천을 받아야 대의원 후보가 되는 북의 선거 체계에 대한 몰이해의 소치다. 일부 언론은 대의원 선거를 통해 '비이성적 집단', '비상식적 집단'으로서의 불안정성을 이야기하려 했지만 북은 오히려 한미합동군사훈련을 하루 앞둔 위급한 시점임에도 개의치 않고 선거를 차질없이 치러내며 공고한 내구력을 과시했다. 왜곡된 대의원 선거 이미지를 이용해 북을 '비상식적 집단'으로 만든 후, 한미합동군사훈련에 대해 북이 반발하는 모든 행위를 '떼쓰기'로 매도하려는 언론의 노림수가 추악할 따름이다.

 

'떼쟁이 언론'이여, 한반도 문제에 과학적으로 접근하라

 

한미합동군사훈련이 전쟁의 도화선에 불을 댕기고 있다. "연례적인 훈련"이라는 말도 기가 차다. 연례적으로 전쟁연습을 하는 거니 이번에도 참고 지켜보라는 말인가. 적반하장의 태도다. 이명박 정부 들어 이러한 태도가 유행처럼 번지고 있다. 용산학살의 피해자를 가해자로 둔갑시킨 적반하장, 용산학살을 살인마보도로 가려버리라는 청와대보도지침에 대해 여당원내대표는 당사자가 사표 냈으면 끝난 일이라며 적반하장, '고용 없는 성장'이 문제인데 대통령은 청년들의 눈높이가 높아 문제라며 적반하장, 핵 선제공격 실전연습에 강력하게 반발하는 북측에 왜 긴장하냐며 적반하장이다. 정말이지 사회 모든 분야에서 비이성과 떼쓰기가 판을 친다. 사회의 올바른 눈이 되어야 할 언론이 비이성의 '입'이 되어 떼쓰기에 앞장서니 가뜩이나 위태로운 시대가 물색없이 흘러가고 있다. 한반도 평화는 물론 사회 전 분야에 있어 언론의 과학적 접근이 절실하다.

덧붙이는 글 | 이기사는 언론비평웹진 필화(www.pilhwa.com)에도 실렸습니다. 오마이뉴스는 직접 작성한 글에 한해 중복 게재를 허용하고 있습니다.


태그:#키리졸브, #한미합동군사훈련, #한미동맹, #대북적대, #한반도 평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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