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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마 전 노 전 대통령은 봉하마을 관광객을 상대로 “정 전 사장이 배임을 했다면 부당하게 이득을 본 사람은 국민이고, KBS와 정부 간 소송에서 합의를 해 KBS가 손해를 봤다면 덕을 본 것은 정부”라며 정 전 사장의 배임 혐의는 ‘해괴한 논리’라고 언급한 일이 있었다.

 

노 전 대통령의 발언을 놓고 <동아일보> 8월 18일자에는 전지성, 이종식 기자가 쓴 기사가 실렸다. 기사 제목은 “노 전대통령, 황당한 ’정연주 두둔‘”이었다.

 

하지만 이 기사의 내용이 일부 과장되어 있고, 두 기자의 시각도 매우 편향적이라는 판단에 문제를 제기하고자 한다.

 

이 기사의 소제목은 인터뷰 내용을 바탕으로 ““정 前사장이 배임했다면 국민이 이득” 주장펴”와 “법조계 “공기업 예산을 쌈짓돈으로 생각” 반박”으로 달려있다. 기사의 첫 문장을 이렇게 시작하고 있다.

 

"노무현 전 대통령이 정연주 전 KBS 사장의 배임 혐의에 대해 ‘해괴한 논리’라고 지적한 것을 두고 법조계에서는 ‘법률가 출신답지 않은 사고방식’이라는 반박이 나오고 있다."

 

두 기자는 노무현 전 대통령의 정 전 사장에 대한 지원발언을 ‘법조계’에서 반박하고 있다는 식으로 기사를 작성했다.

 

이를 뒷받침하는 증거로 법조인 두명의 인터뷰를 연이어 실었다. 내용은 다음과 같다.

 

그러나 이런 주장에 대해 판사 출신의 한 중견 변호사는 “법률적으로 배임에 해당하느냐를 봐야지 소송 당사자가 국가이기 때문에 ‘국민에게 손해를 끼치지 않았으니 배임이 아니다’라는 식으로 보는 것은 법률가로서 상식에 맞지 않는다”고 지적했다.

 

또 “그런 식이라면 국가를 상대로 세금 소송을 내는 것 자체가 문제이고, 국가도 공기업에는 아예 세금을 면제해 주는 제도를 두어야 한다”고 덧붙였다.

 

법원의 한 부장판사는 “정부, 지자체, 공기업 예산을 쌈짓돈으로 생각한다는 논리”라며 “그렇다면 예산 분배는 왜 하고 세금은 왜 내는 것인가”라고 되물었다.

 

인터뷰에 나선 판사 출신의 변호사와 현직 부장판사는 모두 노 전 대통령의 입장과 상반된 주장을 했고, 그대로 지면에 반영됐다.

 

문제는 기사 첫 문장에 등장한 ‘법조계’란 단어사용이 적절했느냐 하는 것이다.

 

법조계는 ‘법률에 관한 실무에 종사하는 사람들의 사회’를 의미한다. 법조계의 ‘계(界)’는 커뮤니티(community)를 뜻한다.

 

기사에서처럼 ‘법조계’로 표현하려면 적어도 법률 실무에 종사하는 상당수의 사람들이 같은 의견을 가지고 있다는 전제를 지녀야 한다. 하지만 어디 그런가.

 

기사에는 변호사와 부장판사 등 ‘단 두 명의 법조인’ 인터뷰가 실려있을 뿐이다. 두 명의 법조인을 ‘법조계’로 확대해서 기사를 작성해도 되는 것인가 두 기자에게 묻고 싶다.

 

노 전 대통령 언급에 대해 ‘법조계’의 반박이 나온다는 식의 기사를 쓰려면 최소한 법조계를 대표하는 단체장이나 대변인을 인터뷰했어야 하는 것 아닌가.

 

하지만 <동아일보> 두 기자는 그렇질 않았다. 변호사 1명과 현직 부장판사 1명의 인터뷰 내용을 실으면서 마치 법조계의 입장인 양 리드문을 기술했다. 제대로 된 기사라면 "일부 법조인은 반박하고 있다"는 식으로 기사를 썼어야 옳다.

 

또 다른 문제는 변호사와 현직 부장판사의 인터뷰 내용이 노 전 대통령의 주장을 반박하는 것으로만 채워져 있다는 점이다. 균형감을 상실한 '인터뷰 기사'의 전형을 그대로 보여준 것같아 씁쓸했다. 

 

균형잡힌 시각을 독자에게 전하는 것은 매우 중요하다. 특히 노 전 대통령 발언처럼 문제의 소지가 있는 경우 법조인의 찬반 의견을 나란히 싣고, 판단은 독자에게 맡기는 것이 바람직하다.

 

기사는 객관성과 공정성이 생명이다. 인터뷰 기사도 마찬가지다. 찬반 양론을 지닌 법조계 관계자에게 인터뷰하면 쉽게 공정성을 담보하는 기사를 쓸 수 있다. 가령 <대한변호사협회>와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모임>에 각각 인터뷰를 요청하면 될 일이다.

 

하지만 두 기자는 노 전 대통령의 주장에 반박하는 법조인을 내세워 편향된 인터뷰만 실었다. <동아일보>의 편집방향에 맞춰 노 전 대통령에게 부정적 영향을 미치고자 하지는 않았는지 의문스럽다.

 

내용을 은근슬쩍 과장하고 편향적으로 인터뷰해 자신들이 원하는 방향으로 여론을 형성하려는 <동아일보>의 '못된 펜짓'은 당장 사라져야 한다.  

 

끝으로 기자들 본인의 주장을 설득력있게 독자에게 전달하고 싶다면 당당하게 ‘기자의 눈’ 코너를 이용하라. 편향된 인터뷰 기사보다는 백번 천번 나을지 모를테니 말이다.


태그:#노무현, #동아일보, #정연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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