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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태연 성포양조장 대표 원태연 성포양조장 대표가 작업장에 플라스틱 막걸리 상자를 의자 삼아 옛 이야기를 하고 있다.
원태연 성포양조장 대표원태연 성포양조장 대표가 작업장에 플라스틱 막걸리 상자를 의자 삼아 옛 이야기를 하고 있다. ⓒ 김석규

“‘성포 막걸리가 없으면 못 산다’ ‘성포 막걸리가 최고’라는 고객 때문에 멈출 수 없습니다.”

 

선친의 양조장 家業(가업)을 이어 25년째 막걸리를 빚고 있는 원태연(49) 경남 거제시 성포양조장 대표가 술 빚는 일을 그만둘 수 없는 이유다.

 

그의 25년 술 인생을 듣기 위해 지난 8일 오전 성포 지석마을에 있는 성포 양조장을 찾았다. 사무실도 따로 없는 작업장에 플라스틱 막걸리 상자를 뒤집어엎고는 원 대표와 앉았다. 커피 한잔을 함께 하며 그는 말 보따리를 하나씩 풀어 나가기 시작했다.

 

동부면 산양이 고향인 원 대표는 통영시 도산면에서 양조장을 운영하던 선친의 가업을 이어 스물넷이던 1983년 처음으로 술을 빚었다.

 

군에서 제대를 한 그는 딱히 할 일이 없자 술을 빚었고, 관리와 감독을 도맡게 됐다. 통영에서 술을 빚던 그는 1996년 아버지에게 독립하겠다고 했고, 선친이 당시에 인수한 성포양조장을 물려받았다.(지금도 통영 도산에서 어머니와 형수가 양조장을 하고 있다)

 

성포막걸리는 지금으로부터 35년 전 성포 항도마을에 양조장이 있었으나 25년 전 지금의 지석리 991-1번지로 옮겨진 후 오늘에 이르고 있다. 그는 1983년부터 지금까지 술과 함께 25년을 해 오고 있다.

 

술을 잘 마시냐고 물었다. 돌아온 답은 “남한테 빠지지 않을 만큼 마십니다. 술을 그렇게 많이 마시지는 못하고 즐기는 편이다”였다.

 

성포 막걸리 맛의 비결을 물었다. 진짜 비결은 말할 수 없다고 잘라 말한다. 술맛이 좋아 지인의 소개로 MBC 드라마 ‘주몽’의 쫑파티에 성포양조장의 청주(시중에 판매되지는 않는다)가 사용됐다.

 

현재 성포 양조장의 대표적인 술은 ‘生 행운막걸리’, ‘동동주’, ‘청탁’ 등 3가지다. 술 맛의 비결은 집집마다 같은 배추와 양념으로 김장을 담가도 맛은 다 다르다. 그만큼 정성과 손맛, 그리고 마음가짐에서 술 맛이 좌우된다고 한다.

 

5년 전 성포 막걸리를 전국주(全國酒)로 만들어 볼 욕심으로 ‘행운 막걸리’란 브랜드를 상표등록하고, 우선 부산광역시에 납품을 했다.

 

중간 유통을 하던 업자가 함께 운영하던 건설업을 부도내고 달아나면서 전국주의 꿈은 산산이 부서져 버렸다.

 

어려움이 있었지만 그가 다시 일어설 수 있었던 것은 “행운막걸리 아니면 못 먹겠다”며 막걸리를 사러 오는 고객들이 끊이지 않았기 때문이다. 어려움은 자기의 노력과 관심 부족에서 따라오는 것이다. 사람이 노력해서 안 될 일은 없다고 한다.

 

그래서 새 상품을 개발했다. 고객들의 기호에 맞춰 새로 개발한 ‘청탁’은 알코올 함량이 8%로 기본 막걸리보다 아주 부드러워 여성들이 먹기에 안성맞춤이란다.

 

성포 막걸리는 현재 거제의 수협마트, 농협 하나로 마트 등에 납품되고 있고, 일반 식당은 주문을 받아 납품한다.

 

유통기한(일주일 정도)이 짧아 보관이 힘들지만 고향을 찾았다 서울로, 부산으로, 대구로, 대전으로 돌아가면서 옛 고향의 막걸리 맛을 잊지 못하고 행운 막걸리를 사 가는 향인들이 고맙기만 하다. 제대로 된 막걸리 맛을 보기 위해 성포 양조장까지 찾는 지역의 어르신들도 많단다.

 

성포양조장 한 켠에 자리잡은 술도가에는 그가 직접 배양해 만든 우량종의 누룩과 직접 만든 고두밥이 한데 어우러져 ‘뽀글뽀글’ 술이 익고 있다.

 

시중에 판매되지 않는 ‘청주’ 맛을 기자에게 보여준 그는 “술은 얼마든지 있으니 언제든지 막걸리가 생각나면 들러만 달라”고 했다.

 

코를 찌르던 술 익는 냄새와 10여 년 전 한여름 큰 대접에 살얼음이 언 시원한 막걸리 맛 때문에 지금도 나의 발길은 양조장으로 향하고 있다.

덧붙이는 글 | 거제신문에도 실렸습니다


#거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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