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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흰구름
서울 동쪽끝 아차산 자락 너머에 작고 평화로운 구리라는 도시가 있다. 그리고 그 구리시청 앞에는 인근 주민들과 사랑을 나누는 작고 아담한 연못이 있다. 그런데 구리시청앞 연못에 붉은 깃발이 꼽혔다.

불과 기십년 전 옛날에 논에 물을 공급하던 저수지던 이곳은 주변이 택지개발이 된 후에도 연못으로 살아나 매우 건강한 자연생태계를 유지하고 있었다.

그런데 이 연못을 매립해 주차장을 만든다고 한다.

이 땅의 대부분(약2/3)는 모재단 소유며 나머지는 시와 국유지이다. 시유지는 연못 외곽이어서 실제 연못 전체가 매립된다고 보면 될 것이다.

이 연못을 매립한다는 말은 거의 10년 가까이 되었다.

시청 "자연생태계의 보존을 위해 형질변경불가하다."
재단 "재단땅이므로 자본주의 원칙에 입각해 개발이 가능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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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국 법정까지 갔으며 수년 전 법원은 재단의 손을 들어주었다. 그 후에도 시와 재단의 줄다리기는 계속 되었다.

시청 "연못을 매입하여 환경을 살리겠다."
재단 "그 값에는 못 준다. 돈이 아니면 대토(代土), 즉 이에 상응하는 다른 땅을 달라!"

그러나 시청은 예산 부족을 들어 '대토나 연못땅을 사는 것은 불가능하다'며 뒷짐을 지었고 재단은 세금만 낼 바에야 개발을 해서라도 차익을 실현하겠다며 공사를 감행하게 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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좋다, 다 좋다! 그러나 지금 추세가 어떤가? 서울시를 비롯하여 각종 지방자치단체에서는 개인의 땅을 사서라도 환경을 살리고 있지 않은가! 개천과 연못을 만들어 생태를 조성하는 일은 지방자치단체의 아주 큰 숙원사업이 되고 있다.

그러나 지금 구리시에는 어떤 일이 일어나고 있는가? 예산부족이 과연 모든 이유가 될 수 있을까? 이렇게 훌륭한 천연 연못의 매립을 막을 묘안은 정녕 없단 말인가?

만일 이 정도의 생태연못을 복원한다고 해보자. 이것은 돈만이 아니라 장구한 시간을 거쳐서 공들임이 필요한 작업이다. 새롭게 환경복원은 못할망정 있는 자연환경도 파괴를 해야 한단 말인가?

자본주의니 땅은 땅주인이 알아서 한다고 말하겠지만 하늘과 땅과 공기는 만인의 소유물이다. 다만 여기에 등기권이 있는 자에게 법적으로 소유를 보장하고 있을 뿐이다.

지금 시청앞 이 연못은 물고기와 새, 수초와 연꽃이 어우러져 환상의 천연 생태계를 보여 주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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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연못의 진정한 주인인 물고기와 새는 지금 연못을 둘러싸고 어떤 말이 오가는지 영문조차 모르고 있다.

생태연못의 기능에는 여러 가지가 있다.

일단 더운 여름철 냉각장치기능이 있다. 실제 더운 여름날에도 연못가는 주변 온도보다 2-3도 낮다. 이런 냉각기능은 산과 평지의 공기대류를 촉발시켜 구리시 전체의 공기의 순환을 가져오는 역할을 한다. 또 그 규모와 크기로 인한 공기의 정화기능도 들 수 있다.

미관 역시 수려하기 그지없다. 탁 트인 시야와 초록색 자연은 뭇사람들의 메마른 정서를 적셔주기에 충분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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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디 이뿐이겠는가, 연못은 사람의 전유물만은 아닌 법!

청둥오리와 흰뺨검둥오리와 쇠물닭, 왜가리와 백로등과 같은 새떼와 자라와 가물치, 잉어 등 물고기들의 안식처로서 훌륭한 역할을 하고 있는 것이 바로 이 연못이다.

그러나 어찌하리요! 이대로라면 연못은 수개월 후 폐건축자재로 매립이 된 후 콘크리트가 깔리고 덥디 더운 열기를 뿜어 낼 것이다.

재단은 그 목적에 충실할 뿐이다. 그님들에게는 사정을 물어보나마나일 것이다. 분명 시청이 너무 했다고 억울함을 호소할 것이 분명하기 때문이다. 본래 그렇다. 그 큰 재단의 마음을 어찌 우리가 알겠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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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다면 연못보호를 위해 실낱같은 희망이라도 없는 것일까? 시민에게 쾌적한 공기를 선물하기 위해, 수초와 연꽃과 물고기와 새들에게도 그들만의 공간을 가지게끔 하기 위해, 대승적 차원에서 구리시측의 시민위주 행정과 재단의 박애정신이 발휘될 수 있지는 않을까?

돈 문제로 철저히 파괴되어 가고 있는 연못 한 귀퉁이. 제철에 피어난 접시꽃송이들은 붉은 깃발과 대적하여 연못의 진정한 주인은 바로 자신들이라고 말없는 시위를 펼치고 있다.

"사람들아, 우리도 함께 살면 안되겠니?"

태그:#구리, #연못, #개발, #재단, #매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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