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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난 2002년 10월 15일 당시 민주당 후단협 공동대표가 된 최명헌(왼쪽). 김원길 의원이 의원총회에서 집단탈당 등 향후 진로를 논의하고 있다.
ⓒ 오마이뉴스 이종호
▲ 김한길 전 원내대표와 강봉균 전 정책위의장을 비롯해 조배숙, 이종걸, 조일현 등 열린우리당 의원 23명이 6일 오전 9시 20분 국회에서 기자회견을 갖고 집단 탈당을 선언했다.
ⓒ 오마이뉴스 이종호

TV를 보다가 귀에 익은 노래가 들려 따라서 흥얼거렸다. 옆에 있던 조카는 "어떻게 이 노래를 아느냐"는 표정이다. TV를 보니, 요즘 최고 인기의 아이돌 그룹인 동방신기다. 노래는 추억의 그룹, 다섯 손가락의 '풍선'이다. 아닌게 아니라 요즘 TV나 라디오에서 나오는 리메이크 곡이 부쩍 늘었다. 랩 한 줄 따라 부르지 못하는 올드보이로서 반가운 일이 아닐 수 없다.

리메이크의 성공 조건은 좋은 가수, 좋은 노래

이러한 리메이크 열풍은 가요계의 불황 때문으로 보인다. 1년 판매 음반량이 1만장을 넘기기가 어려운 실정에서, 밀리언셀러, 플래티늄셀러라는 말은 가요계에서 사라진지 오래다. 이런 상황에서 리메이크는 저비용-저위험 전략인데다, 세대를 아우르는 넓은 시장이 있어 가요계의 불황 타개책이 되고 있다. 더구나 좋은 곡을 좋은 가수들의 목소리로 다시 들을 수 있다는 것은 소비자들에게도 좋은 일이다.

그렇다고 모든 리메이크가 성공하는 것은 아니다. 무엇보다 좋은 원곡, 좋은 가수가 전제조건이다. 둘 다 좋으면 금상첨화지만, 최소한 둘 중 하나는 괜찮아야 한다. 둘 다 시원치 않으면 실패는 명약관화이다.

대선을 앞둔 정치권에서도 리메이크 열풍이 한창이다. 열린우리당에서는 2002년에 선보인 '탈당 리메이크'가, 한나라당에서는 '박정희 리메이크'가 그것이다. 실패가 예견된 결코 반갑지 않은 리메이크라 할 수 있다.

'열린우리당 탈당' 후단협 리메이크

먼저, 열린우리당은 급격한 불황 속에서 활로를 찾겠다는 고육지책의 성격이 짙다. 참여정부 이후 보궐선거 전패와, 지방선거 참패, 거기에 마땅한 대선후보마저 없는 상황에서, 이대로 가면 고사 당하고 말 것이라는 위기의식이 있었을 법 하다. 그러나 '탈당'이란 옛 노래는 국민들에게 감동을 주지 못한다. 이는 2002년에 감행된 '후단협 탈당'이 좋은 전례가 될 것이다.

2002년 노무현 대통령의 지지율이 떨어지자, 후보 단일화를 요구한 35명 의원은 탈당을 선언한다. 그중 10명은 탈당을 번복했고, 25명은 당적을 옮겼다. 이후 17대 총선에서 탈당 번복자 중 2명, 당적 변경자 중 이인제 의원을 제외한 전원의 국회의원 배지가 떨어져 나갔다. 리메이크 가요로 치면 원곡이 형편없는 것이다.

그럼 가수는 괞찮을까? 탈당 의원들 면면을 보니 참신하거나, 국민들에게 감동을 주는 정치를 해온 사람이 드물다. 이번 열린우리당의 탈당도 정책이나 노선의 차이보다는, 차기 총선에서의 위기감이 더 크게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 당을 나가겠다는 이유는 어느 정도 알겠는데, 나가서 뭘 하겠다는 것인지가 없다. 비유하자면 지붕에 비가 새서 집을 나오긴 했지만, 갈 집을 정해 놓은 것은 아니라는 것이다. 따라서 다시 비가 온다면 각자 우산을 들고 뛸 수밖에 없는 것이다. 대선을 우산 들고 뛸 수는 없지만 총선은 얼마든지 가능하다. 이것이 열린우리당의 탈당파들의 탈당 셈법인 것이다.

더구나 이들이 나가면서 지붕에 오를 사다리까지 치워 버렸다. 이들이 총선에서 부를 노래는 과연 무엇일까? 혹시 '비 내리는 호남선'이 아닐까 하는 걱정이 앞선다. '지역주의'의 구가로 향수를 불러일으켜서도 안되지만, 그렇다 해도 실패할 것이다.

한나라당 대선 후보, 박정희 향수 리메이크

▲ 지난해 10월 26일 서울 국립현충원에서 열린 고 박정희 대통령 27주기 추도식에서 박 전 대통령의 딸 박근혜 전 한나라당 대표, 아들 지만씨와 김종필 전 자민련 총재가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
ⓒ 오마이뉴스 이종호

한나라당의 가수들도 시원치 않기는 마찬가지이다. 한 명은 독재자의 딸이고, 다른 한 명은 개발독재의 기수였다. 한 명은 영남 기득권에 기대어 성장했고, 다른 한 명은 국토 균형 발전에 맞서 서울의 기득권을 놓지 않으려고 한 인물이다.

그들이 함께 부르는 리메이크 노래는 역시 박정희 향수다. 이명박 전 시장은 '박정희 선그라스'를 끼고, 건설 역군을 외친다. 박근혜 전 대표는 경상도를 찾아가서 '새마을 운동'을 세일즈 한다. 어려워진 서민들의 민생을 이용해서 과거 개발독재의 향수를 불러일으키려는 의도가 배여있다. 거기에 수구 보수의 '반공' 이데올로기로 무장한 팬클럽이 원희룡, 고진화 같은 의원들은 대선에 끼지도 말라고 압력을 놓는다. 이와 비슷한 리메이크로 실패한 사람들이 있다. 정주영, 이인제이다. 토건 산업과 박정희 향수로 재미를 보려 했지만, 결국 흥행에는 실패하고 말았다는 것을 기억해야 할 것이다.

'탈당'의 리메이크이든, '박정희 향수'의 리메이크이든 공통적 문제점은 바로 창의적이지 않다는 것이다. 새로운 비전과 창의적인 도전 없이 국민의 감동을 얻으려는 정치인들은 미래의 대안일 수 없다. 지금 우리 국민은 창의적인 정치 세력을 갈망하고 있다. 과거에 안주하지 말고, 어렵다고 회피하지 말고 미래를 작곡해 나가주길 바란다.

태그:#탈당, #새마을운동, #후단협, #박정희, #리메이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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