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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구지하철 참사 3주기다. 2003년 2월 18일 200여 명의 사상자를 낸 대구지하철 참사는 동양최대 지하철 사고로 기록됐다. 그만큼 엄청난 사고였다. 당시 정부를 포함, 지자체까지 나서 대책을 내놓았다. 학계는 연구 성과라며 대책을 제시했고 언론은 전문가의 의견을 토대로 대안을 마련한다며 집중 조명하기도 했다.

그리고 3년이 흘렀다. 3년이 지난 지금 지하철과 철도의 안전은 얼마나 나아졌을까?

철도 직원들이 말하는 대구지하철 참사 원인은 1인 단독승무다. 물론 열차 내 단열제와 역사 내 통풍기, 안내판 등 시설적인 면을 소홀히 할 수는 없다. 하지만 많게는 1천여 명이 한꺼번에 타고 내리는 현실을 고려할 때, 기관사 한 명이 안전사고에 대처하기란 사실상 불가능하다.

몇 년 동안 전동차를 운전한 박성수(42ㆍ성북전동차 승무)씨는 "기관사는 운전과 사령과의 운행정보 교환, 또 신호 주시하기에도 벅차다"라고 말한다. 이런 상황에서 '승객을 살피기엔 역부족'이라는 뜻이다. 이어 "기관사 외에 승무원이 한 명만 타고 있었어도 200명이 죽는 참사는 없었을 것"이라며 '무리한 인력 감축이 부른 인재'임을 강조했다.

그러나 1인 승무의 위험성을 경고하는 철도 직원들의 주장은 수익성에 밀려 파묻혔다. 박성수씨는 대구지하철은 물론이고 서울, 인천, 광주, 부산 그리고 철도 분당선 등 지하철에 1인승무가 확대되는 걸 보면서 불안한 마음을 감추지 못했다.

"문제는 수익성을 추구하는 정책입니다. 1인 승무의 위험성은 다 알아요. 하지만 그놈의 수익성인지 뭔지 하는 것 때문에…. 결국 알아서 조심해야지요."

▲ 종합적 편의시설의 제공보다는 물품판매시설로 전락한 중앙역
ⓒ 백남희
수익성을 강조하는 철도 운영자들의 정책은 철도역에도 불어오고 있다.

10년 넘게 철도역에서 일하는 황정우씨(40ㆍ청량리 관리역). 황씨는 예전에 비해 역에서 일하는 직원이 3분의 1 수준으로 줄었다고 말한다. 역이 외주로 넘어가거나 심지어는 직원이 전혀 없는 무인역 등으로 변해가는 추세라 한다. 자신이 일했던 역이 대매소(위탁매표소)로 되면서 청량리역으로 옮긴 황정우씨는 작년 12월 개통된 청량리-덕소 간은 전 구간이 대매소라고 말했다.

"대매소는 안전사고가 나도 책임질 의무가 없습니다. 단지 시민들에게 표만 팔면 그뿐이죠."
"중앙선 능내역에 가봤는데 열차가 지나다니는 가운데 사람이 통행하고 있더라고요."

대매소로 되면서 정규직원이 철수한 능내역 같은 곳이 한두 곳이 아니라는 황정우씨. 그는 "철도역은 열차를 이용하기 위해 처음으로 오고 마지막으로 가는 곳"이라며, “당연히 시민에게 종합적인 정보를 제공하고 편한 쉼터의 공간이어야 한다”고 강조한다. 이어 "그러나 언제부터인가 철도역은 없어지고 매표소만 늘어나고 있다"며 우려를 표시했다.

철도 직원들이 전하는 오늘의 현실은 3년 전 대구지하철 참사 당시와 별반 차이가 없어 보였다. 그만큼 당시의 요란했던 목소리들은 3년이라는 시간의 흐름 속에 묻혀버린 것이다. 그러나 열차의 안전만은 결코 묻혀서는 안 된다. 3년이란 세월 속에 묻어버리기엔 200여 영령들의 죽음이 너무나 헛되기 때문이다.

덧붙이는 글 | ※ 백남희 기자는 전국철도노동조합에서 일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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