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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마이뉴스의 모토는 '모든 시민은 기자다'입니다. 시민 개인의 일상을 소재로 한 '사는 이야기'도 뉴스로 싣고 있습니다. 당신의 살아가는 이야기가 오마이뉴스에 오면 뉴스가 됩니다. 당신의 이야기를 들려주세요.】

동토의 땅(I)

쇠별꽃
눈 뜨는
3월 12일 아침
여의도에는
49Cm.
폭설이 내렸다.
매화향기
날리는
고요한 아침의 나라에서
유일히
여의도만
폭설이
내렸다.
여의도는
얼음구덩이다.
3월 12일 오전 11시55분
대한민국 국회는
그 얼음구덩이에 빠져 죽었다.
대한민국
국회는
얼음구덩이 그 자체이다.
49Cm.
폭설에서
헤어나지 못한다.
수많은 불법과 탈법에 깔리어
죽어버렸다.
눈에 파묻혀 죽었다.

대한민국 국회는
껍데기다.

대한민국
국회는
껍데기다.

대한민국
국회는
가라!

가라!
가라!
가라!

껍데기는 가라!

오지 말라!

가라!
가라!
가라!


동토의 땅(II)

개구리
겨울 잠 깨
일어나는
경칩 날
대한민국은 다시
‘우리 몸에 맞는 유신(維新)’을 시작했다.
우리 몸에 맞는 방재 시스템을 가동했다.
3월 5일
춘설(春雪)에
만 8천명
1번 고속도로에 가두어놓고서
협박으로
협박으로
3월 12일 오전 11시55분
‘우리 몸에 맞는 유신(維新)’을 시작했다.
쇠별꽃
눈 뜨고
매화향기 날리는
고요한 아침의 나라에서
‘유신(維新)’을 시작했다.
여의도에서…
체육관에서…
무쏘 승용차와 함께 타들어가야 할 국회에서…
5천만 민중의 손가락을 부러뜨리고
타이어 자국 선명한
일만원 권 지폐에
탄핵 기표를 했다.
‘대통령 노무현 탄핵’



참으로
대단한
폭거이다.
두 눈으로
생생히
기록해두어야 할
폭거이다.
3월 12일 오전 11시55분
폭거의 현장인
여의도에서
‘대통령 노무현’은
직무가 정지되었다.
49 Cm. 춘설(春雪)에
직무가 정지되었다.

쇠별꽃
눈 뜨는 아침
여의도는 동토다.
여의도는 시베리아다.
유신(維新)의 땅이다.
체육관이다.

대한민국은
춘설(春雪)에
막힌
1번 고속도로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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