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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틀 전 파이낸셜 타임즈의 미국판 기사에 대해서 본 기자가 언론 비판 기사를 썼던 것을 독자들은 기억할 것이다.

대다수 독자들은 공감하는 반면 몇 몇 독자들은 지나치게 확대 해석한 것이 아니냐는 반응을 보였고, 그래서 기자는 파이낸션 타임즈가 미국 수구 언론의 총대를 매고(?) 기사를 쓴 것이었으며, 이러한 불공정한 보도와 한국 대선에의 노골적인 개입을 경고하는 차원에서 글을 쓴 것이었다고 답글을 올린 바 있다. (앞선 기사의 독자 반응과 본 기자가 올린 댓글을 참조해 주시기 바랍니다.)

이러한 미국 수구 언론에 대한 본 기자의 공개 경고에도 불구하고 월스트리트 저널 인터넷판 29일자 사설은 또다시 특정 후보에 대한 불공정 보도와 편협한 시각을 노골적으로 보여주었다.

이 사설에 따르면 노무현 후보는 마치 주한미군 철수를 선동하는 정치인처럼 그려지고 있으며 (기사 내에서는 노무현 후보가 주한미군 주둔의 필요성에 대해서 불필요하다는 주장에 대해 동의한 것처럼 보인다고 되어 있다.), 아울러 (노무현 후보와 같은) 일부 후보가 '여중생 사망 사건'을 정치적으로 이용하려는 듯한 인상을 받았다고 주장한다. 그러나 민주당의 공식 입장과 후보 대변인의 입장에 따르면 이는 분명 사실이 아니다.

노무현 후보는 미군의 주둔에 대해 "합리적"이고 "이성적"으로 이해하고 있으며, 통일 후에도 주한 미군의 주둔이 주변 4강의 "중재"라는 입장에서 필요하다는 입장이다.

그런데도 이 사설은 일관되게(?) 노무현 후보의 주한미군 주둔 의지에 대해 의심을 표명하고 있으며, 거기에 덧붙여 최근의 반미감정 고조가 노무현 후보와 관련이 있는 듯하게 기술하면서 이러한 노무현 후보의 행보는 현 정권의 '햇볕정책'의 실패(?)에 대한 국민의 관심을 다른 곳으로 돌리기 위한 또 다른 이슈일수도 있다고 주장한다. 그러나 이 또한 사실이 아니다.

민주당은 '여중생 사망 사건' 에 대해 깊은 유감과 분노를 느끼지만 이것이 극단적인 반미로 확산되어서는 안된다는 것이 공식 입장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월스트리트 저널의 이 사설은 이러한 민주당의 입장에는 전혀 아랑곳없이 노무현 후보를 한미 관계를 불안하게 만들 인물로 인상심기에 주력하는 느낌이다.

이번 사설로 물의를 일으킨 월스트리트 저널을 미국을 대표하는 신문이라고 보기는 어려운 측면이 있다. 그러나 미국 수구 언론을 대표하는 언론 가운데 하나라는 점에서 이 신문의 보도 내용을 간과한다는 것 또한 어렵다.

사실 월스트리트 저널이나 파이낸셜 타임즈의 미국판은 같은 경제 전문지들은 경제 전문지라는 신문의 특성상 제 3 세계의 정치적인 상황에 대해 친(親) 서구 자본적인, 그리고 친(親) 공화당적인 기사를 싣기로 유명한 신문이기는 하다. 그러나 최근과 같이 한국내에서 미국과 관련된 민감한 사안들이 표출되고 있는 와중에 이들이 시쳇말로 '총대를 맨 것'을 결코 우연이라고 보기 어렵다.

이전 기사의 독자 반응에서 기자가 댓글을 올린 것처럼 상당수 주한 미국 특파원들은 파이낸셜 타임즈의 기사와 비슷한 유형의 기사를 준비하고 있었으며, 이를 미리 감지한 본 기자는 수 차례 이러한 기사에 대한 우려를 전한 바가 있다.

아울러 지난 번 파이낸셜 타임즈의 기사에 대해서도 기사를 통해 불공정한 보도와 특정 후보에 대한 편협한 왜곡에 대해서 경고의 뜻을 전한 바가 있다. 그러나 이러한 기자의 노력을 비웃기라도 하듯이 월스트리트 저널은 다시 파이낸셜 타임즈와 같은 맥락의 사설을 올림으로써 한국 대선에 노골적으로 개입하겠다는 의도를 다시 한번 분명히 드러내었다.

이렇게 미국, 영국 언론들이 노골적으로 특정 후보에 대한 왜곡 보도에 적극적으로 나선 것은 한국 대선에서 특정 후보를 낙마시키거나 혹은 (대통령으로 누가 당선되든 간에) 대선으로 선출될 당선자에게 압력을 행사하기 위한 전초 작업으로 보인다.

즉, 대통령 선거라는 핸디캡을 안고 있는 후보들에게는 반미감정의 고조라는 미국측의 불만 요소를 제거해줄 것으로 간접적, 암묵적으로 요구하는 동시에 차기 당선자에게는 미국측의 요구에 적극 협력할 것을 요구하는 내용이 암시되어 있는 것이다.

그러나 일부 언론을 동원한 미국측의 이러한 의도가 제대로 반영되어 질지는 의문이다. 현재 한국내의 정치 상황은 '여중생 사망 사건'만이 문제가 아니라 미국의 지나친 내정 간섭이 문제의 핵심으로 떠오르고 있기 때문이다.

이러한 상황에서 일부 언론의 왜곡 보도와 이를 통한 한국 정치권에 대한 압력 행사는 오히려 상황을 일촉측발의 위기로 몰고 갈 가능성도 크다. 현재 벌어지고 있는 반미 행사와 고조되고 있는 반미 감정이 자칫 상황을 극단적으로 폭발시킬 가능성마저 있는 것이다.

미국, 영국 언론의 자랑거리 가운데 하나인 서구식 민주주의의 이념은 공정 보도 위에 기초하고 있다. 이러한 공식은 미국, 영국 내에서뿐만 아니라 국제 문제 보도에서도 동등하게 적용되어야 한다. 미국의 가장 친근한 이웃이라는 화려한 수식어보다는 한국 내 상황에 대한 왜곡 보도와 특정 후보 편들기와 같은 반(反) 한국적인 행위 자제가 무엇보다 필요한 시점이다.

한국내 상황에 대해 보다 신중한 미국 언론측의 보도 자세와 공정한 보도를 다시 한번 촉구하며, 아울러 독자들도 국내외 언론의 각종 보도에 보다 신중해질 것을 상기시키고자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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