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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영진 경남도의원.
 김영진 경남도의원.
ⓒ 경남도의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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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뼈에는 이데올로기가 없다."

김영진 경남도의원(창원)이 12일 열린 경남도의회 임시회 본회의에서 자유발언을 통해 한 말이다.

이는 창원마산 진전면 여양리 민간인 학살지를 발굴했던 고(故) 이상길 경남대 교수가 "지금까지 수백여 구의 유골을 발굴해 보았지만, 나는 아직 뼈에서 이데올로기를 발견하지 못했다. 그저 죽어서 잊혀진 인간일 뿐이었다"라고 했던 말을 따온 것이다.

경남지역 민간인 학살지에 대해 설명한 김 의원은 '유골 보관소' 설립과 함께 학살지의 인권평화 교육 활용을 제안했다.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으로 인한 민간인 학살을 설명한 김 의원은 "러시아군이 점령지(키이우)를 퇴각하면서 민간인을 집단학살 하고 매장한 사진은 우리들에게 뼈저린 기억을 떠올리게 한다"고 했다.

한국전쟁 전후 민간인 학살에 대해 그는 "국민보도연맹은 이승만정부가 좌익사상에 물든 사람을 계도한다며 만든 단체였으나, 실은 민족반역자들이 그들의 치부를 알고 있는 독립항쟁가들을 색출해서 제거하려는 목적도 강했고 한국전쟁이 발발하자 바로 살생부로 탈바꿈한다"고 했다.

'여양리 뼈무덤'은 2002년 9월 태풍 '루사'로 엄청난 폭우가 쏟아졌을 때 골짜기에서 유골 수십 구가 토사에 휩쓸려 마을로 내려오면서 세상에 알려졌다. 이때 이상길 교수가 유골을 발굴, 수습했다.

김영진 의원은 "이들은 한국전쟁 당시 진주와 하동지역에 200여 명 보도연맹원으로 여양리 골짜기로 끌려와 무장군인에게 집단학살 당했다"며 "여양리의 폐광과 숯골, 너덜강에서 수습된 유해가 163구였다"고 했다.

당시 발굴된 유골은 현재 진주 명석면 용산고개에 있는 컨테이너에 임시 보관되어 있다. 이곳에는 명석면 용산고개에서 나온 유해를 포함해 총 262구가 '임시' 안치되어 있다.
  
경남 진주 명석면 용산고개 있는 '한국전쟁 전후 민주 민간인 희생자 임시 유해 안치소' 내부.
 경남 진주 명석면 용산고개 있는 "한국전쟁 전후 민주 민간인 희생자 임시 유해 안치소" 내부.
ⓒ 윤성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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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 의원은 "유골들이 20년이 지난 지금까지도 임시안치소를 전전하고 있다는 사실을 아느냐"며 "억울하고 비통한 죽음, 그 무시무시한 공포와 절망, 그리하여 다시는 전쟁 따위는 없어야 한다며 유골로서 웅변하고 있다"고 했다.

김영진 의원은 경남도에 유해 안치시설을 지을 계획이 있는지 물었더니 "오는 2024년 대전에 건립될 전국 규모 위령시설"을 언급하며 경남도 차원의 시설은 검토 대상이 아니라는 답변을 받았다고 했다.

김 의원은 "진주유족회는 규모와 상관없이 대전이 아닌 안치시설을 희망하고 있다"며 "대전으로 유골이 가버리면 평화와 영면이 아닌, 무관심과 망각을 가져 온다고 믿고 있다"고 설명했다.

경남지역 민간인 학살 유해를 보관할 수 있는 시설이 경남에 있어야 한다는 것이다. 김 의원은 "한국전쟁 전·후 자행된 민간인 학살 사건 전체 위령과 추모는 정부에서 한다손 치더라고, 유해발굴과 공공 납골시설 안치는 경남도지사가 나서야 할 일 아니냐"고 했다.

김영진 의원은 "도 단위의 소박한 납골 시설이라도 짓고 컨테이너에서 삭고 있는 유해를 어서 안치시켜야 한다"며 "구덩이에 암매장된 가족‧친척과 함께 '빨갱이 트라우마'로 엄혹한 세월을 보낸 유족들이 마음 편히 찾아와서 절이라도 할 수 있는 공간을 만들어야 한다"고 제시했다.

진전면 여양리 발굴지에 대해, 김 의원은 "평화와 인권을 배우는 학습현장으로 보존해야 한다"고 했다.

그러면서 김 의원은 "가칭 '경남유해발굴센터'를 설치하고 기록과 증언으로 지명된 미발굴 장소를 앞으로 계속 발굴할 것을 경남도와 교육청에 간곡히 요청한다"며 "암매장된 채 묻혀 있는 것을 알면서도 돈이 없다며 유해를 발굴하지 않고 그대로 놔둬서야 되겠느냐"고 했다.

이날 임시회 본회의에서는 박준호 의원(김해)이 "어르신 친화적 경남을 위한 경로당 환경개선 지원 확대", 송오성 의원(거제)이 "부울경 특별지방자치단체 출범에 힘을 모아야 할 때", 박삼동 의원(창원)이 "경남문화예술진흥원의 정상적 업무 촉구"에 대해 자유발언했다.
 
경남지역 민간인 학살 매장지 현황.
 경남지역 민간인 학살 매장지 현황.
ⓒ 김영진 의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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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그:#경남도의회, #김영진 의원, #민간인 학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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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마이뉴스 부산경남 취재를 맡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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