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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와대 본관이 가까이 보이는 참여연대 옥상에서 이지현 참여연대 사무처장과 인터뷰가 진행되고 있다.
 청와대 본관이 가까이 보이는 참여연대 옥상에서 이지현 참여연대 사무처장과 인터뷰가 진행되고 있다.
ⓒ 권우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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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석열 당선인에게서 국민통합의 노력을 찾아볼 수 없었다."

지난 12일 취임한 이지현 참여연대 신임 사무처장이 인터뷰 내내 가장 많이 사용한 표현은 '아쉽다', '우려스럽다' 였다. 대선 과정에서 시민사회가 사회적 의제를 만들어내지 못한 데 대한 아쉬움, 윤석열 당선인이 시민사회단체에 드러낸 반감에 대한 우려다. 

24일 서울 종로구 참여연대 사무실에서 만난 이 사무처장은 "윤 당선인의 행보가 규제완화에 초점이 맞춰져 있다"면서 "일반 국민의 먹고 사는 문제, 주택·복지 이슈에 대한 고민이 보이지 않고 이들의 목소리를 들으려는 노력도 없다"라고 일갈했다.  

윤 당선인이 '민간 주도의 경제성장'을 강조하며 부동산 등 여러 분야의 '규제완화'를 약속한 것을 두고는 "우리 사회의 불평등·양극화 문제를 어떻게 풀어나갈 것인지는 침묵한 채 기업에 힘을 몰아주는 정책만 강조하고 있다"면서 "도시정비사업 규제 완화 공약 등으로 벌써 서울 강남권 위주로 집값이 들썩이고 있다. 그런데 900만 명이 넘는 무주택자와 관련한 대책은 없다"라고 지적했다. 

이 사무처장은 "3월 마지막 주부터 본격적으로 인수위에 정책질의 등 기자회견을 할 예정이다. 코로나 때 가속화 된 불평등·양극화 문제를 윤석열 당선인이 어떻게 풀어나갈지 지켜보겠다"고 강조했다. 

이후 추가로 이루어진 <오마이뉴스>와의 전화통화에서 그는 이준석 국민의힘 대표의 장애인이동권 시위 공격에 대해 "이제 집권 여당이 될 정당의 대표가 사회적 약자의 목소리를 폄하하며 장애인과 비장애인을 갈라치기 하고 있다. 윤석열 정부에서 이와 같은 태도가 이어질까 걱정스럽다"라고 말했다. 

아래는 이 사무처장과 나눈 일문일답을 정리한 내용이다.

"청와대 집무실 이전이 첫번째 과제? 의구심 든다" 
 
이지현 참여연대 사무처장.
 이지현 참여연대 사무처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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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난 19일 정기총회를 거쳐 신임 사무처장으로 본격적인 활동을 시작했다. 총회 인사말에서 "다소 거친 시기가 될 것이라는 생각도 든다"고 말했다. 특별한 이유가 있나. 

"사실 대선 과정에서 힘든 시기가 될 거 같다고 예상했다. 통상적으로 시민단체들은 대선 후보에게 비전, 공약, 사회적 이슈에 대한 입장을 묻는다. 그런데 당시 유력 후보였던 윤석열 당선인은 참여연대뿐 아니라 대부분 시민단체의 질문에 답하지 않았다. 그 과정에서 시민단체에 노골적인 반감을 보이며, 시민사회와의 관계 형성을 거부한다는 느낌을 받았다. 이명박·박근혜 정권 때처럼 시민사회와 갈등이 반복되지 않을까 걱정된다. 그렇게 되지 않기를 간절히 바란다."

- 최근 이준석 국민의힘 대표는 연일 장애인단체 이동권 시위에 대해 문제 삼고 있다. 

"대선 때부터 진행한 혐오·갈라치기 정치의 연장선상 같다. 차별과 혐오로 장애인·비장애인을 나누고 시위를 폄훼하는 정당 대표가 있다는 건 정치가 퇴행하고 있다는 증거다. 사회적 약자가 자신의 목소리를 낼 수 있는 통로가 뭐가 있나. 그래서 헌법도 집회 시위의 자유를 보장하고 있는 것 아닌가. 그런데 이준석 대표는 이 당연한 권리를 '시민 볼모', '비문명', '불법'이라고 표현하며 폄하했다. 시민들이 불편해 한다고? 물론 그럴 수 있다. 그런데 불만을 표하는 시민보다 장애인단체의 시위를 묵묵히 지켜보며 공감하고 응원하는 분들이 더 많다. 시민들은 성숙하다."

- 인수위가 출범한 이후 가장 큰 이슈는 대통령 집무실의 용산 이전이었다. 

"대통령 집무실 이전은 얼마든지 논의 가능하고 추진할 수 있는 일이다. 다만 코로나 대책 등 민생이나 국내외 안보 위기가 있는 상황에서 대통령 집무실 이전을 첫 번째 과제로 삼은 것에 대해서는 의구심이 있다. 게다가 절차에 따라 충분한 논의와 검토가 이루어져야 할 사안임에도 졸속으로 추진되고 있다. 왜 이런 식으로 하는지 이해가 안 간다."

- 보통 인수위가 꾸려지면 시민사회단체가 정책제안을 하고 면담도 하는데, 윤석열 인수위는 어떤가.

"국민통합정부를 지향하겠다고 밝혔지만, 그 통합에 시민단체는 포함되지 않는 것 같다. 윤석열이 당선되고 누구부터 만났나. 경제 6단체장과 만났다. 게다가 이 만남을 주관한 건 전국경제인연합회(아래 전경련)이다. 전경련이 어딘가. 최순실 국정농단 사태 당시 미르·케이(K) 스포츠 재단에 기업들이 774억 원을 출연하는 데 관여해 '정경유착'을 주도한 단체다. 해체되어야 마땅한 단체는 만나면서 자기 목소리 내기 어려운 사람들은 전혀 만나지 않고 있다. 아직 국민통합의 노력을 찾아보기 어렵다."

- 경제 6단체장과 만난 자리에서(3월 21일) 윤 당선인은 재계와 핫라인 구축을 약속하고, 기업과 경제 활동의 방해 요소를 제거하겠다고 했다. 

"굉장히 우려되는 발언이다. 게다가 공약에서 네이버·카카오 등 플랫폼 기업의 자율규제를 지향한다며 '최소규제' 원칙을 밝혔다. 그런데 플랫폼 기업의 갑질문제가 얼마나 심각한가. 최근(3월 15일)에도 쿠팡이 직원들을 동원해 자체 브랜드(PB) 제품 후기를 조작했다는 의혹이 있어 참여연대 등이 공정거래위원회(공정위)에 신고하기도 했다.

공정위가 플랫폼과 입점업체가 함께 상생하는 환경을 만들기 위해 '온라인플랫폼 공정화법 제정안' 입법을 추진했지만, 혼선이 거듭되면서 법안이 1년 넘게 국회에 계류 중이다. 불공정행위를 규제할 최소한의 법적 규제도 마련되지 않은 상황에서 재계에 힘을 실어주는 발언을 이어가고 있으니...참 답답하다."

"대선에서 시민사회 한계 느꼈다"
 
이지현 참여연대 사무처장.
 이지현 참여연대 사무처장.
ⓒ 권우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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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윤석열 정부 출범으로 시민사회 전체가 위축, 퇴행할 거라는 우려가 나온다. 

"맞다. 제일 우려되는 지점이 바로 그거다. 문재인 정부를 돌이켜보며 분야별로 개혁의 성과와 한계를 짚어봤다. 당시 참여연대가 총평으로 뽑은 문구가 '멈춰선 개혁'이었다. 개혁의 성과가 전혀 없는 건 아니지만 용두사미가 된 게 많았다는 뜻이었다. 그런데 그나마 한걸음 진척했던 개혁이 윤석열 정부에서 후퇴할 수 있다는 조짐이 계속 보인다. 

이렇게 되면 시민단체는 윤 정부가 말하는 후퇴를 저지하고 반대하는 운동을 할 수밖에 없다. 한국사회에 놓여 있는 엄중한 과제가 많지 않나. 불평등, 양극화, 기후위기, 플랫폼 기업의 독점, 저출산, 고령화 등등. 참여연대를 포함한 시민사회운동도 한국사회의 비전을 고민하고 토론하고 국회·정부와 소통해야 한다. 그런데 윤 정부의 독주를 막기 위한 일에 집중하게 되면 시민사회 입장에서도 참 불행한 일이다."

- 대선 과정에서 시민사회단체의 역할이 부족했다는 지적도 있다. 

"그게 참... 왜 그런 지적이 나오는지 알면서도 아쉬운 점도 있다. 우리의 한계도 처절하게 느꼈고."

- 어떤 한계를 느꼈나.

"다른 단체들도 그렇겠지만 참여연대도 대선을 앞두고 어떤 의제를 던지고 무엇을 시대적 화두로 제시해야 하는지 3~4개월여 치열하게 고민했다. 시민사회의 결론은 소득·자산 불평등 해소가 최우선 과제가 되어야 한다는 것으로 모였는데, 이를 우리 사회의 핵심 이슈로 만들지 못했다. 시민사회 95개 단체가 모여서 정책과제를 제시하고 토론회를 하며 이슈를 만들려고 했는데도 역부족이었다. 이게 왜 우리(시민사회)만의 화두로 그쳤는지 국민에게 왜 설득력을 갖지 못했는지 풀어야 할 숙제다."

- 대선에서 어떤 점이 가장 아쉬웠나.

"중요한데 이슈화되지 못한 의제가 기후위기다. 한국사회가 기후위기를 어떻게 바라보고 있는지 우리는 어떻게 나아갈지 전혀 논의되지 않았다. 여기에 더해 성평등, 이 주제를 생각하면 정말 한숨만 나온다. 더디지만 지금까지 진전해오던 성평등 이슈가 이번 선거에서 정치전략이 됐다. 특히 진보적 의제가 정말 없었다. 참여연대 차원에서도 4월 한 달 동안 이번 선거에서 드러난 상황을 하나하나 되짚어 볼 생각이다."

"스스로 권력이 됐다? 문 정부도 치열하게 검증"  
 
이지현 참여연대 사무처장.
 이지현 참여연대 사무처장.
ⓒ 권우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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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문재인 정부에서 참여연대 출신인사들의 정치 참여가 두드러졌다. 이 때문에 정치권력을 감시하고 비판해야 할 시민사회가 스스로 권력이 됐다는 비판이 상당했다. 

"참여연대 입장에서는 좀 억울한 면이 있다. 참여연대 인사 출신인 사람들(김상조 전 청와대 정책실장, 장하성 전 청와대 정책실장 등)이 실제 활동한 시기가 언제인가. 2000년대 초·중반이다. 진보적인 학자, 전문가로 참여연대에서 활동했던 건데, 이걸 연결고리로 삼아 참여연대가 문재인 정부에 영향을 미치는 것처럼 프레임이 짜였다. 

참여연대가 자신할 수 있는 건 문 정부의 여러 정책을 비판하고 의견을 낼 때 참여연대 출신 인사들 때문에 판단이 흔들린 적이 없었다는 거다. 여러 부서가 주요 사안 때마다 치열하게 내부 검증을 거쳤다. 이건 앞으로 어떤 정부가 들어서든 마찬가지일 거다."

- 참여연대의 2022년 활동 방향을 보면 플랫폼·기후위기 이슈 등이 있는데, 구체적으로 어떻게 대응할 계획인가. 

"플랫폼, 기후위기 등 최근 이슈들은 통속적으로 대응하면 안 된다고 생각한다. 참여연대에 15개 부서(활동기구)가 있는데 기후위기만 해도 기존 경제, 복지, 노동 전환 등 여러 주제가 얽혀 있다. 플랫폼 역시 공정 이슈뿐만이 아니라 노동 이슈이기도 하다. 이런 걸 함께 대응할 수 있도록 TF단위를 꾸리는 등 구조의 변화를 시도하려 한다. 정책이 실종된 대선을 치른 만큼 윤석열 정부가 출범하면 여러 정책이 충돌하게 될 가능성이 높다. 권력 감시는 참여연대의 핵심 역할이다. 특히 불평등, 차별, 혐오를 기반으로 한 정책에 단호히 대처해나갈 계획이다."

태그:#참여연대, #이지현, #윤석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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