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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후보가 20일 오전 경기도 수원시 장안구 만석공원에서 열린 유세에서 태권도복을 입고 '코로나 위기' '자영업자 고통'이 적힌 송판 격파 퍼포먼스를 벌인 뒤 지지를 호소하고 있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후보가 20일 오전 경기도 수원시 장안구 만석공원에서 열린 유세에서 태권도복을 입고 "코로나 위기" "자영업자 고통"이 적힌 송판 격파 퍼포먼스를 벌인 뒤 지지를 호소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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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10월 10일 더불어민주당 경선이 끝난 뒤, 중진 A의원은 <오마이뉴스>와 한 통화에서 이재명 대선후보의 본선 경쟁력을 두고 "특이한 점이 있다"고 말했다.

"경기도(경선)에서 거의 60% 가까운 득표를 했다. (정당에서) 경기도를 지역 기반이라고 한 적이 없다. 그런데 이재명에게 경기도민이 절대적 지지를 보내고 있다. 그냥 인기 있다는 정도가 아니다. 각 시·도 사람들이, 또 최다 인구지역이 사는 경기도가 '우리 지사님'이라고 도와준다는 것은 굉장히 큰 의미가 있다."

이재명 후보에게도 경기도란 지역은 의미가 크다. 그는 경북 안동 출신이지만 성남에서 자랐고, 성남시장과 경기도지사를 역임하며 정치적으로 성장했다. 20일 수원·안양 유세에서 스스로 "제가 경기도민 자부심이 있다" "이재명은 경기도에서 했다. 대한민국에서 이재명이 하겠다"고 말할 정도다. 민주당 경기도당위원장, 박정 의원도 이날 현장에서 "이재명 후보는 경기도가 키우고 만든 후보"라며 "경기도의 힘으로 꼭 대통령으로 만들어달라"고 호소했다.

본선이 다가올수록 묘해진 경기도 

사실 경기도 역대 민선 지사들은 항상 대권주자로 부상했다가 번번이 본선 진출에 실패했다. 수원, 고양, 성남 등 도시지역과 포천, 연천, 가평 같은 농촌지역이 공존하는 데다 인구 수가 워낙 많은 만큼 지지세가 한 명의 후보로 모이지 않는 분위기가 강했기 때문이다. 그런데 이재명 후보의 경우는 경기 지역 압승으로 승기를 잡았다. 이전과는 다른 양상이었다. 

경기도는 대체로 '이재명 지사'에게 우호적이었다. <오마이뉴스>가 리얼미터에 의뢰한 차기 대선주자 선호도 조사를 살펴보면, 2018년 11월 말 첫 조사 당시 이재명 지사의 전체 선호도는 7.0%, 경기·인천 지역은 6.6%에 불과했다. 하지만 코로나19 대응으로 급상승한 그는 2020년 10월 말 조사에서 이낙연 당시 의원과 첫 동률을 기록한다. 이때 전체 선호도는 21.5%, 경기·인천은 26%였다. 2021년 1월말 첫 단독 1위(23.4%)를 차지했을 당시에도 경기·인천(30%)이 도왔다.  
 
20일 오후 경기도 안양시 안양중앙공원에서 열린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선 후보의 "'안양'하세요, 이재명과 발전하는 경기 남부!" 안양 유세에서 시민들이 이 후보 연설을 듣고 있다.
 20일 오후 경기도 안양시 안양중앙공원에서 열린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선 후보의 ""안양"하세요, 이재명과 발전하는 경기 남부!" 안양 유세에서 시민들이 이 후보 연설을 듣고 있다.
ⓒ 국회사진취재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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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일 오후 경기 안양중앙공원에서 열린 더불어민주당 유세에서 시민들이 이재명 후보의 발언을 듣고 있다.
 20일 오후 경기 안양중앙공원에서 열린 더불어민주당 유세에서 시민들이 이재명 후보의 발언을 듣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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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선이 다가올수록 경기·인천 분위기는 복잡미묘하다. 이재명 후보가 윤석열 국민의힘 대선후보 최종 선출 후 계속 뒤지다가 오차범위 내에서 처음으로 역전했던 2021년 12월 5주차 조사만 해도(이 40.9%-윤 39.2%), 경기·인천은 좀더 그에게 마음을 줬다(이 45%-윤 36%). 하지만 윤 후보의 상승세가 꾸준하게 이어지면서 1월 4주차엔 이 40%-윤 37%, 2월 1주차에는 이 39%-윤 42%로 변했다. 같은 기간 전체 판세는 윤 후보 쪽으로 점점 기울었다.

지역 민심이 완전히 돌아서진 않았다. 2월 2주차 이재명 후보는 전체 지지율에선 뒤졌지만(이 39.1%-윤 41.6%), 경기·인천에선 앞섰다(이 43%-윤 36%). 전체 격차는 더 벌어진 2월 3주차 조사에서도 경기·인천만큼은 이 39%-윤 41%로 사실상 동률을 유지하고 있었다. 줄곧 열세인 서울 지역과는 분명히 다른 흐름이다. 그러나 경기도가 '화끈하게' 이재명 후보를 밀어주고 있지 않은 점도 분명하다.

여론조사를 분석해온 이들은 '우리 지사님' 효과는 동력을 상실했다고 평가한다. 엄경영 시대정신연구소장은 "이 후보가 '삼중 포위망'에 갇혀 있다"며 "보수 30%대 초중반-진보 20%대 초중반이라는 이념 구도에, 호남을 제외한 모든 지역이 좋지 않은 흐름을 보이고 있고 세대도 4050 빼고는 좋지 않다"고 진단했다. 또 "선거기간 동안 자신의 장점으로 내세웠던 추진력·청렴성 등이 많이 훼손된 것 같다"며 "구조적 열세라 시간이 갈수록 밀리는 형국"이라고 봤다.

김봉신 조원씨앤아이 부대표는 "사람들이 급격하게 '이코노미 보터(경제 중심의 투표성향)'로 전환하고 있다"며 "그러면 이 후보가 경제적 피해를 봤다는 사람들에게 강력한 보상책을 제시하며 다른 이슈로 덮어야 하는데, 주요 메가 이슈는 던지지 못한 채 문재인 정부 부동산 정책의 효과에 파묻혀 있다"고 말했다. 또 "민주당 후보는 호남에서 압도적 지지세가 결집돼야 수도권으로 표가 올라오는데 그게 안 되고 있다"며 "호남의 결집이 더디다"고 짚었다.

'구도'에 갇힌 이재명, 경기도의 선택은?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후보가 20일 오전 경기도 수원시 장안구 만석공원에서 열린 유세에서 태권도복을 입고 '코로나 위기' '자영업자 고통'이 적힌 송판 격파 퍼포먼스를 벌인 뒤 지지를 호소하고 있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후보가 20일 오전 경기도 수원시 장안구 만석공원에서 열린 유세에서 태권도복을 입고 "코로나 위기" "자영업자 고통"이 적힌 송판 격파 퍼포먼스를 벌인 뒤 지지를 호소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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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주당도 이재명 후보가 '구도'의 불리함을 극복 못하고 있음을 인정한다. 선거대책위원회 핵심 관계자는 "다들 이 후보가 도지사로서 잘했다고 생각하지만, 경기도는 '이재명의 경기도'였다"며 "그러나 '이재명의 민주당'은 아니지 않나"라고 말했다. 그는 "이재명이 진정성이 있어도 당이 무능하고, 내로남불하고, 부도덕한 기득권 집단으로 규정돼 있다"며 "민주당도 전혀 반성하는 모습을 보여주지 못했다. 당장이라도 달라지는 모습을 보여줘야 한다"고 강조했다.

경기 지역 민주당 의원은 그래도 "경기도의 (친이재명) 분위기는 살아 있다"고 말했다. 그는 "최근 여론조사는 야권 단일화 등으로 보수 쪽이 과표집된 흐름이 있어 보인다"며 "실제 상황이 그렇게 나쁘진 않다"고 했다. 또 "호남 출향민, 친노·친문, 30대 여성 등 우리 당의 지지층이지만 그동안 겉돌던 그룹들이 결집하기 시작했다"며 "이들은 이재명에 대한 비호감이 아주 크지만, 그럼에도 마지막엔 고민할 수밖에 없다. 지금은 그 변곡점"이라고 봤다.

이재명 후보 역시 '경기도의 힘'을 바탕으로 반전의 계기를 마련하고자 노력 중이다. 그는 지난 15일 공식선거운동을 부산에서 시작, 대구·대전을 거쳐 서울을 찍고 호남을 방문한 다음 2월 19일부터 경기 지역 집중유세를 이어가고 있다. 22일에도 인천과 부평, 부천, 안산을 찾아 지지를 호소할 예정이다.

덧붙이는 글 | 이 기사에 인용한 여론조사 개요는 아래와 같다. 자세한 내용은 관련 링크 또는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에서 확인할 수 있다.

- 2018년 11월 26~30일 만 18세 이상 2513명 대상 실시, 표본오차는 95% 신뢰수준에서 ±2.0%p http://omn.kr/1ecy9
- 2020년 10월 26~30일 성인 2576명 대상 실시, 표본오차는 95% 신뢰수준에서 ±1.9%p http://omn.kr/1q7ru
- 2021년 1월 25~29일 성인 2529명 대상 실시, 표본오차는 95% 신뢰수준에서 ±1.9%p http://omn.kr/1rwtb
- 2021년 12월 26~31일 성인 3037명 대상 실시, 표본오차는 95% 신뢰수준에서 ±1.8%p http://omn.kr/1woi2
- 2022년 1월 23~28일 성인 3047명 대상 실시, 표본오차는 95% 신뢰수준에서 ±1.8%p http://omn.kr/1x4kg
- 2022년 2월 2~4일 성인 1509명 대상 실시, 표본오차는 95% 신뢰수준에서 ±2.5%p http://omn.kr/1x8fz
- 2022년 2월 6~11일 성인 3040명 대상 실시, 표본오차는 95% 신뢰수준에서 ±1.8%p http://omn.kr/1xb64
- 2022년 2월 13~18일 만 18세 이상 3043명 대상 실시, 표본오차는 95% 신뢰수준에서 ±1.8%p http://omn.kr/1xfaw


태그:#이재명, #대선, #민주당, #경기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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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마이뉴스 정치부. sost38@ohmy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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