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항일투사를 발굴, 포상하는데 지금과 같은 방식이 계속된다면 서기 2220~2320년이 되어야 완성된다. 황당하고 기막히고 통탄할 일이 벌어진다. 앞으로 200년 넘게 세월이 지나가고 나서 포상한다면 무슨 소용 있겠느냐. 순국하신 분들이 지하에서 통곡하는 소리가 들린다."
오랫동안 독립운동가를 발굴·연구해온 독립운동사료연구가 추경화(72) 진주문화원 향토연구실장이 21일 '정부의 독립유공자 서훈 제도 개선'을 요구하며 밝힌 말이다. 추경화 실장은 20일부터 진주 중앙광장에서 단식투쟁에 들어갔다.
추 실장은 이날 오전 9시부터 오후 6시까지 이곳을 지키다가 야간에는 자택에 들어간 뒤, 다시 농성을 이어가는 방식으로 단식투쟁하고 있다. 현재 그는 물만 마시 있며 투쟁을 이어가고 있다.
추경화 실장은 일제강점기 때 옥고를 치른 항일투사 7만 9000명 중에 현재까지 1만 7066명이 포상되었고, 6만 2000명은 미포상되었다고 했다. 해방 이후 지금까지 걸린 햇수와 포상자수를 따져보면, 옥고를 치른 항일투사 미포상 6만 2000명에 대한 포상이 완성되려면 앞으로 320년이 걸릴 수 있다는 것이다.
대학에서 문헌정보학을 전공한 추 실장은 전국 항일투사 2000여 명을 발굴했고, 260명을 포상했다. 또 그는 하동, 함양, 진주, 산청, 의령, 사천, 고성, 남해 항일운동사를 썼다.
그가 발굴해 정부 포상을 성사시킨 사건은 김천군용열차 전복 미수사건(김일조, 박갑천, 장일조), 청도군용열차 전복 미수사건(박근이, 전팔용, 추진구), 제2 광주학생의거(유몽용, 주만우, 남정준 등 5명) 등이다.
지금까지 의병을 포함해 항일투사에 대한 정부포상은 건국훈장 대한민국장 30명, 대통령장 92명, 독립장 2813명, 애국장 4448명, 애족장 6713명이고 건국포장 1441명과 대통령표창 4119명으로, 총 1만 7066명이다.
정보 포상을 연도별로 보면 1962년 204명, 1963년 262명, 1968년 81명, 1970년 22명, 1976년 7명, 1977년 105명, 1980년 35명, 1982년 19명, 1983년 4명, 1986년 7명, 1987년 2명, 1988년 1명, 1989년 12명 등이다.
1980년대 향토사학계에서 발굴·포상신청을 시작했고, 1990년부터 본격화 되었다. 1990년 651명을 비롯해 해마다 수백명씩 포상이 이루어졌고, 이는 2000년대 들어서도 계속되었다. 2018년 355명, 2019년 647명, 2020년 580명, 2021년 656명 등이다.
추경화 실장은 "1592년 임진왜란의 경우도 끝난 지 4년인 1604년에 1등 공신, 2등 공신, 3등 공신을 구분해 포상했다"며 "짚신 신고 걸어 다닌 시대에도 4년 안에 상을 주었다. 그런데 요즘 시대에 아직도 미포상자가 포상자보다 많으니 이상하고 기가 막힐 일이다"고 지적했다.
그는 "올해는 광복 77주년, 3·1운동 103주년이지만 미포상자가 포상자 보다 3배나 많다는 사실을 납득할 수 없다"며 "어느 나라에서 103년이 지나도 애국지사를 포상하지 않는 국가가 있는지 묻고 싶다"고 일갈했다.
전국적으로 독립운동가 발굴·포상신청하는 연구자들이 많다. 대표적으로 추 실장을 포함한 이명호(광명), 정재상(하동), 이태룡(인천) 박사 등이다.
추 실장은 "개인이 발굴하고 신청해서 포상이 된 숫자가 5000여 명이다"며 "이는 정부 기관보다 많이 발굴했다는 소리가 나올 정도다"고 정부의 안일한 문제 의식을 비판했다.
독립운동가 발굴을 전국 지자체별로 하도록 해야 한다는 것. 추경화 실장은 "지자체마다 조례를 만들고 발굴단을 조직해 함께 조사·심사하는 권한을 주어야 한다"며 "그렇게 해서 더 늦기 전에 5년 안에 6만 2000명에 대한 포상을 할 수 있을 것"이라고 했다.
현재 정부포상은 국가보훈처가 심사해서 하고 있다. 추 실장은 "지금과 같은 방식으로 포상하면 320년이 지나야 포상이 완결될 것으로 계산된다"고 밝혔다. 추경화 연구실장은 "광역·기초 지자체별로 조례를 만들고 심의위원회를 조직해 조사, 연구, 심사해서 포상토록 하고, 중앙정부는 결제만 하도록 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그는 "지자체에서 담당을 하도록 해도 친일파나 변절자가 포상에 포함될 가능성은 적을 것이다. 각 지역마다 상대방 집안을 너무 잘 알고 숟가락 몇 개 있는 것까지 알기 때문에 지방경찰, 면직원, 문화원 등 관계자들이 지역 조사·심의위원으로 참여한다면 문제가 없을 것"이라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