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명·윤석열·심상정·안철수 4명의 대선 후보 간 두 번째 TV토론이 무산된 후폭풍이 계속되고 있다. 국민의힘 측의 거부로 TV토론 실무협상이 결렬됐다는 소식이 알려지며, 국민의힘을 향한 비판 여론이 가라앉지 않고 있다.
특히 실무협상에 참여한 당사자인 황상무 선거대책본부 공보특보가 한국기자협회와 JTBC를 향한 편향성 시비를 제기한 데 대해, 실무협상단 단장을 맡고 있는 국민의힘 성일종 의원이 대신 기자협회에 사과하는 상황에까지 이르렀다. 하지만 당사자가 SNS를 통해 재차 같은 문제를 제기했다가 글을 삭제하는 등, 논란이 끊이지를 않고 있다. JTBC 보도국이 유감을 표명한 데 이어, 기자협회장 역시 "성명을 준비 중"이라고 밝혔다.
황상무 "기자협회가 심하게 좌편향, 내가 결렬시키고 나왔다"
앞서 한국기자협회는 "국민의힘은 한국기자협회가 특정정당과 특수관계에 있다고 주장했고, 주관 중계방송사를 이미 정해놓은 토론회 틀에 들어오라고 하는 것은 공정하지 못하다며 이번 토론회에 참여할 수 없다고 했다"라고 TV토론 무산 이유를 밝혔다(관련 기사:
2차 대선후보 4자 TV 토론 무산, 국민의힘의 몽니?).
해당 룰 미팅에 국민의힘을 대표해 참석했던 황상무 특보는 지난 6일 자신의 페이스북에 "어제(5일) 협상은 내가 결렬시키고 나왔다"라고 썼다. 이어 "도저히 받을 수 없는 조건이었다"라며 "주최 측인 기자협회가 심하게 좌편향돼 있고, 방송사는 종편 중 역시 가장 좌편향된 JTBC였기 때문"이라고 공개적으로 문제를 제기했다.
그는 "한국기자협회는 2020년 당시 민주당의 2중대인 열린시민당의 비례대표 의원을 추천했었고, 그 분이 지금 현역 민주당 의원"이라며 "당시 '명분보다 실리가 중요하다'며 추천을 강행했던 분이 지금도 한국기자협회장으로 있는 김동훈씨"라고 지적했다. "토론회 주최 측인 한국기자협회가 특정정당과 특수 관계임은 부인할 수 없는 분명한 사실"이라는 주장이었다.
이어 "'손석희는 온 국민이 다 알고 있는 좌편향 언론인이고, 그가 지금도 사장급 대우를 받으며 현역으로 일하고 있는데, 공정성이 담보되겠느냐'고 이의를 제기했다"라며 "'주최 측과 방송사 두 가지 중 하나라도 못 바꾸겠다면, 8일 토론은 당신들끼리 해라. 국민의힘은 안 한다"라고도 덧붙였다. 그러나 해당 게시글은 이후 논란이 되자 그의 페이스북 타임라인에서 삭제됐다.
기자협회장 "전혀 사실과 다른 주장... 후보 대리해 나왔는데 개인 의견?"
김동훈 한국기자협회장은 이같은 황 특보의 주장을 조목조목 반박했다. 7일 오전 MBC라디오 '김종배의 시선집중' 인터뷰에 나선 김동훈 협회장은 "기자협회는 고심 끝에 추천 철회를 했는데 '왜 기자협회만 추천 철회를 안 했느냐'(라고 황상무 특보가 협상 도중) 따지길래 기사를 갖다 줬다"라고 당시 상황을 설명했다. 그러자 황 특보가 "내가 좀 다른 기사를 봤다, 착각했다"라며 "(공정성 시비가) 해소됐다"라고까지 밝혔다는 것.
또한 "지금 (JTBC) 사장이 손석희 사장이 아닌 것도 모르고 있더라"라며 "'지금 사장이 손 사장 아니냐, 그분 편향적이지 않냐' 이런 뉘앙스로 발언을 했고, 옆에 있던 분이 '지금 사장 아니다' 했더니 모르고 계시더라"라고 꼬집었다. 김 협회장은 "그러면서 공정성 시비를 했고, 그 문제가 해소되니 그 다음엔 또 '기자협회는 주최 측에서 빠져라' 이런 황당한 주장을 했다"라며 "한 가지 문제제기, 또 다른 문제를 꺼내서 마치 판을 깨려고 나온 사람 같은 행동을 계속했다"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김동훈 협회장은 "우리가 너무 화가 나서 성명서까지 준비했었는데, (실무협상이 결렬된 후) 성일종 단장이 정중하게 사과했기 때문에 그러면 '우리가 성명 내는 건 보류하겠다'라고 했다"라며 "(그런데 그날) 오후에 다시 황상무 단장이 페이스북을 통해서 전혀 사실과 다른 주장을 하고 있고, 저와 손석희 사장의 명예까지 훼손하는 그런 글을 올렸기 때문에 여기에 대해선 JTBC도 오늘 어떤 강력한 성명을 낼 것으로 보인다. 기자협회도 준비하고 있다"라고 밝혔다.
김 협회장은 황상무 특보의 페이스북 글에 대해 성일종 단장에게 항의했고, 성 의원은 "안 그래도 삭제를 했을 거다, 삭제 지시를 했다"라고 답했다고 한다. 성 의원은 김동훈 협회장과의 통화에서 "황상무 단장이 정치를 시작한 지 얼마 안 되고 아직 미숙하다"라며 "개인적인 의견이다"라고 밝혔다고 한다. 하지만 김 협회장은 "국민의힘과 윤석열 후보를 대리해서 룰 미팅에 나온 분 아닌가?"라며 "그걸 개인적인 의견이라고 얘기하긴 무리가 있다. 분명히 국민의힘을 대표해서 나온 사람이고 그것은 공식적인 자리였다"라고 강조했다.
성일종 국민의힘 의원은 같은 프로그램 인터뷰에서 적극 해명에 나서며 진화를 시도했다. 성 의원은 "무산된 이유는 너무 시간이 촉박했기 때문"이라며 "기자협회하고 JTBC하고 두 기관이 준비를 해서 방송하는 거였기 때문에 '많은 국민이 보게 할 수 있어야 된다' 그래서 '종편 4사가 함께 공동으로 해주시고, 또 '키 사'도 JTBC가 아닌 뽑기를 통해서 좀 하자' 그리고 '의제나 사회자 이런 것들이 함께 토론돼서 공정하게 했으면 좋겠다' 이런 의견을 저희가 가서 냈다"라고 말했다.
이어 "기자협회라는 곳이 좌도 있고 우도 있고 중도도 다 있다"라며 황상무 특보의 편향성 문제제기에 대해 "'개인적 의견이었던 것 같은데 그런 부분이 있었다면 미안하다' 이렇게 내가 말씀을 (김동훈 협회장에게) 어제 드렸다"라고 밝혔다. 손석희 전 JTBC 사장과 JTBC를 향한 편향성 시비 역시 "분명히 개인 의견"이라며 "저희 당의 공식적인 입장이거나 후보의 의견이 아니다"라고 선을 그었다.
성일종, '윤석열 술자리' 보도에 "후보 컨디션, 문제 없다" 해명
한편, 이날 성 의원은 당시 실무협상 도중 국민의힘 측에서 토론 연기 요청의 이유 중 하나로 윤석열 후보의 건강 문제를 지적한 데 대해서도 해명했다. 성 의원은 "(윤 후보는) 상당히 건강이 좋으시다"라며 "지방 일정이 많고 그러니까 그런 '컨디션을 고려해야 되는 것 아닌가' 이런 말이 크게 와전된 것 같다"라고 밝혔다.
진행자는 황 특보가 실무협상 당시 윤 후보의 컨디션을 거론한 날, 윤 후보는 제주 일정을 마치고 기자들과 술자리를 함께했다는 <오마이뉴스> 보도에 대해서도 언급했다(관련 기사:
[단독] '건강' 때문에 TV토론 깨진 날 밤, 술자리 가진 윤석열). 컨디션은 문제 없는 것 아니냐는 진행자 질문에, 성 의원은 "(문제) 없다"라고 인정했다. 다만 "아무래도 실무적 측면에서야, 매일 강행군하는 일정 속에서 '좋은 컨디션일 때 토론할 수 있어야 한다'라는 이야기를 한 것 같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