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2.02.07 12:29최종 업데이트 22.02.07 12: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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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5년만에 국가청렴도 19위 상승, 역대 최고 (YTN) 
- 文정부 마지막 부패인식지수 32위 '찔끔 상승' (한국일보)


지난 1월 25일, 국제투명성기구(TI : Transparency International)가 발표한 2021년 국가별 부패인식지수(CPI : Corruption Perceptions Index) 보고서와 관련된 두 언론의 기사 제목입니다. YTN의 기사 제목을 보면 우리나라의 국가청렴도가 많이 좋아진 것 같은데, <한국일보>의 기사 제목을 보면 아직도 많이 부족한 것 같은 느낌을 받게 됩니다.


우리나라의 "국가청렴도"가 과연 어느 수준이고 이게 과연 좋은 건지 나쁜 건지 궁금해서 보고서 원본을 찾아봤습니다. 보고서는 모두 22페이지로 되어 있지만 표지와 인덱스 등을 제외하고 본문만 보면 13페이지에 도표가 많아서 관심 있는 이들이라면 그리 어렵지 않게 볼 수 있습니다.

국제투명성기구의 부패인식지수는 각국의 전문가와 기업인을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실시하여 공공부문의 부패 수준을 0에서 100까지 점수로 나타낸 것입니다. 0에 가까울수록 부패가 만연하다는 뜻입니다.
 
국제투명성기구가 발표한 세계 180개국의 부패인식지수. 한국은 62점으로 32위를 차지했습니다.국제투명성기구 보고서

그 점수를 기준으로 전세계 180개 국가를 대상으로 순위를 매겼으니 일단 그 순위부터 확인해 보겠습니다. 부패인식지수가 가장 높은 나라, 즉 부패로부터 가장 자유로운 나라는 어디일까요? 올해 가장 높은 점수를 받은 나라는 덴마크, 핀란드, 뉴질랜드로 각각 88점을 받아서 공동 1위를 차지했습니다. 반면에 남수단(11), 시리아(13), 소말리아(13) 등이 가장 낮은 점수를 받았습니다. 북한도 16점으로 174위에 머물렀습니다. 

아시아에서 가장 순위가 높은 나라는 85점을 받은 싱가포르입니다. 세계 순위도 1위와 3점 차이밖에 나지 않는 4위입니다. 아시아만 한정해서 본다면 홍콩이 76점으로 2위, 일본이 73점으로 3위를 차지했습니다. 

싱가포르는 "선진화된 경제, 효율적인 관료제도, 강력한 법치"로 아시아에서 가장 부패가 적은 나라가 되었다는 게 국제투명성기구의 분석입니다. 하지만 "표현의 자유, 결사의 자유 등 인권에 대해서는 여전히 크게 뒤처져 있어 반부패의 성공 여부는 집권 엘리트의 정치적 의지와 직결돼 쉽게 되돌릴 수 있다"는 우려도 함께 기록했습니다. 물론 싱가포르 언론은 싱가포르가 세계에서 가장 부패가 적은 나라라는 사실만 따서 보도를 했습니다.

이제 한국의 순위도 확인해 보겠습니다. 한국은 62점을 받아 32위를 차지했습니다. 180개국 중 32위라는 이 성적표가 과연 어떤 의미인지 파악하기 위해 보고서 내용을 조금 더 깊게 들여다보겠습니다. "역대 최고"가 맞는지 "찔끔 상승"이 맞는 지는 확인해야 하니까요. 
 
지난 10년 동안 부패인식지수가 높아진 나라는 25개국에 불과합니다.국제투명성기구 보고서

조사대상 180개 국가 중에서 3분의 2 이상이 50점 미만이고, 전 세계 평균 점수는 43점입니다. 2012년 이후 10년 동안의 부패인식지수의 변화를 보면 86%의 나라에서 정체 혹은 하락하는 모습을 보여줬고, 25개국만이 개선되었습니다. 

보고서는 한국을 두고 최근 5년 동안 지수가 8점이 올라 전 세계에서 가장 큰 개선 폭을 보여준 대표적인 나라로 소개하고 있습니다. 한국보다 더 크게 오른 나라는 아르메니아(+14)와 앙골라(+10) 뿐인데 두 나라 모두 세계 평균을 크게 밑돌던 나라이기 때문에 실질적으로는 한국의 개선이 가장 주목할 만한 사례라 할 수 있겠습니다.
 
한국은 지난 5년간 8점이 상승하여 부패척결 관련 가장 주목받는 나라가 되었습니다.국제투명성기구
 
한국투명성기구의 보도자료에 따르면 "2021년 우리나라의 부패인식지수에서 두드러진 특징은 국가위험지수 등 정치 부문의 청렴도가 개선됐다는 점과 국가경쟁력지수 등 경제활동 관련 지표에서 개선이 보이고 있다는 점"이라고 합니다. 

점수가 아니라 순위 변화를 보더라도 그 변화가 크게 느껴집니다. 박근혜 정부 마지막 해인 2016년에는 한국의 순위가 52위였습니다. 그러던 것이 문재인 정부 들어서서 개선되기 시작하여 2020년에는 33위, 그리고 2021년에는 32위가 된 것입니다. <한국일보>의 보도대로 지난 일년 동안 "찔끔 상승"했다고만 하고 말기에는 오랜 기간 동안 이뤄낸 성과가 많이 큽니다.
 
역대 정권별로 부패인식지수 순위 변화를 도표로 만들었습니다. 정권별 변화가 확연합니다.이봉렬
 
살펴본 김에 역대 정권별로 부패인식지수의 변화도 함께 보겠습니다. 노무현 정부는 취임 첫 해 50위로 시작해 마지막 해에는 43위로 개선되었습니다. 반면에 이명박 정부는 40위에서 시작해 45위로 나빠졌습니다. 박근혜 정부는 46위에서 52위로 더 나빠졌고, 문재인 정부는 51위로 시작하여 이번에 32위로 개선된 걸 볼 수 있습니다.

이 같은 결과를 근거로 정부의 성향에 따라 부패 정도가 달라진다고 볼 수 있을까요? 사실 이번 국제투명성기구가 이번 2021년 보고서에서 핵심적으로 강조한 부분은 인권과 부패의 상관관계입니다.

보고서는 "벨라루스의 야당 탄압, 니카라과의 시민사회단체 폐쇄, 수단의 시위대에 대한 폭력, 필리핀의 인권운동가 살해" 등을 대표적인 사례로 꼽으며 부패는 그 나라의 민주주의와 인권에 크게 영향을 받는다고 했습니다. 2020년에 발생한 331건의 인권 운동가 살해 사건 중 98%가 부패인식지수 45점 미만인 국가에서 발생했다는 자료도 함께 내놓았습니다.
 
문재인 대통령이 4일 청와대에서 열린 주한대사 신임장 제정식을 마친 뒤 신임 주한대사들과 접견장으로 이동하고 있다.청와대 제공
 
대다수의 언론들은 이번 보고서에서 국가별 순위와 점수의 변화에만 관심을 갖지만 "민주주의와 인권을 지키는 것이 곧 부패를 막는 일"이라는 게 2021년 국제투명성기구 보고서의 핵심입니다.

차기 정부 대통령을 정하는 선거가 얼마 남지 않았습니다. 이제껏 그래왔듯이 어떤 정부가 들어서느냐에 따라 한국의 부패인식지수에 큰 변화가 있을 것입니다. 민주주의와 인권을 지킬 수 있는 정부, 그래서 우리의 국가 청렴도가 보다 더 개선될 수 있는 정부가 들어설 수 있기를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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