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울산 동구에 있는 세계 최대 규모 조선소인 현대중공업(자료사진).
 울산 동구에 있는 세계 최대 규모 조선소인 현대중공업(자료사진).
ⓒ 울산시DB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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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법원은 현대중공업이 노동자 몫 법정수당 6300억 원을 지급해야 한다고 판결했다.

16일 대법원(주심 대법관 김재형)은 회사의 경영사정을 고려한 '신의성실의 원칙'(아래 신의칙)을 내세워 회사 편을 든 항소심 판결을 파기하고 사건을 항소심 법원으로 돌려보냈다. 대법원이 그동안 통상임금 사건에서 근로기준법을 무력화시킨다는 비판을 받는 '신의칙'을 신중하고 엄격하게 판단한 것이라는 평가가 나온다.

대법원은 신의칙을 적용한 2013년 전원합의체 판례 이후 논란이 거세지자, 그 이후에는 '신의칙'을 최대한 부정해왔다. 2019년에는 "신의칙에 위반되는지는 신중하고 엄격하게 판단해야 한다"라고 강조했다. 하지만 2020년부터 코로나19 바이러스 확산으로 경제가 어려워지자 신의칙을 용인한 대법원 판결이 나와 논란이 일었다.

현대중공업 통상임금 사건이란

현대중공업 노동자 10명은 2012년 회사를 상대로 지난 3년치 통상임금을 재산정해 법정수당을 추가로 지급해달라는 소송을 냈다. 소송을 낸 것은 노동자 10명이지만, 이들이 승소할 경우 전체 직원에게 지급할 추가 법정수당은 약 6300억 원이었다(회사 쪽 회계법인의 계산).

통상임금은 연장·야간·휴일 근로수당 등 법정수당의 기준이 되는데, 회사는 상여금을 통상임금에 포함시키지 않고 법정수당을 책정했다. 하지만 당시 상여금도 통상임금에 포함된다는 주장이 나왔고, 현대중공업 노동자를 비롯한 많은 기업의 노동자들은 '원래 받아야할 법정수당과 비교해 적은 법정수당을 받았으니, 지급받지 못한 법정수당을 달라'고 요구했다. 

통상임금 사건에서 상여금이 통상임금에 포함되는지는 큰 쟁점이 아니다. 2013년 대법원 전원합의체가 통상임금 범위를 확대했기 때문이다. 2015년 2월 울산지방법원 1심 재판부는 상여금 800%를 모두 통상임금에 포함된다고 인정했고, 2016년 1월 부산고등법원 항소심(2심) 재판부는 상여금 가운데 명절상여금을 제외한 700%를 인정했다.

핵심 쟁점은 신의척 적용 여부였다. 신의칙이 적용될 경우, 상여금이 통상임금에 해당되더라도 회사로서는 추가 법정수당을 지급하지 않아도 된다. 아래는 2013년 대법원 전원합의체의 신의칙 적용에 관한 내용이다.
 
노사가 합의한 임금수준을 훨씬 초과하는 예상외의 이익을 추구하고 그로 말미암아 사용자에게 예측하지 못한 새로운 재정적 부담을 지워 중대한 경영상의 어려움을 초래하거나 기업의 존립을 위태롭게 한다면, 이는 종국적으로 근로자 측에까지 그 피해가 미치게 되어 노사 어느 쪽에도 도움이 되지 않는 결과를 가져오므로 정의와 형평 관념에 비추어 신의에 현저히 반하고 도저히 용인될 수 없음이 분명하다. 그러므로 이와 같은 경우 근로자 측의 추가 법정수당 청구는 신의칙에 위배되어 받아들일 수 없다.
 
이후 회사의 경영사정에 대한 판단은 통상임금 소송의 승패를 가르는 핵심 쟁점이 됐다. 현대중공업 통상임금 사건에서 1심과 2심의 결과가 갈린 이유도 회사 경영사정에 대한 판단 탓이다. 

1심 재판부가 노동자 손을 들어준 이유는 추가 법정수당 지급이 회사의 중대한 경영상의 위기가 초래된다거나 기업의 존립 자체를 위태롭게 된다고 인정하기 어렵다고 봤기 때문이다. 반면, 항소심 재판부는 당시 조선산업 침체 따른 회사의 적자를 거론하면서 신의칙을 적용했다.

이날 대법원 입장은

대법원은 이날 판결에서 기업 경영사정에 따라 노동자들의 추가 법정 수당 청구가 신의칙에 위반되는지를 판단할 때는 일시적인 경영악화만이 아니라 기업의 계속성이나 수익성, 경영상 어려움을 예견하거나 극복할 가능성이 있는지 등을 살펴야 한다고 봤다.

대법원은 "기업이 일시적으로 경영상의 어려움에 처하더라도 사용자가 합리적이고 객관적으로 경영 예측을 하였다면 그러한 경영상태의 악화를 충분히 예견할 수 있었고 향후 경영상의 어려움을 극복할 가능성이 있는 경우에는 신의칙을 들어 근로자의 추가 법정수당 청구를 쉽게 배척해서는 안 된다"라고 강조했다.

이어 "피고(현대중공업)의 매출과 손익 등 경영 상태는 2014년과 2015년 무렵 악화되었다"면서 "이러한 경영상태의 악화는 피고가 예견할 수 없었던 사정이라고 보기 어렵다. 국내외 경제상황의 변동에 따른 위험과 불이익은 피고와 같이 오랫동안 대규모 사업을 영위해 온 기업이 예견할 수 있거나 부담하여야 할 범위 내에 있고, 피고의 기업 규모 등에 비추어 극복할 가능성이 있는 일시적 어려움이라고 볼 수 있다"라고 판단했다.

결국 대법원은 "추가 법정수당의 지급으로 피고에게 중대한 경영상 위기가 초래된다거나 기업의 존립 자체가 위태롭게 된다고 인정하기 어렵다"라고 판시했다. 항소심 판결을 뒤집은 것이다. 

대법원은 또한 항소심이 '현대중공업 명절상여금은 통상임금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판단한 부분도 파기했다. 항소심은 특정 시점에 재직하는 노동자에게 지급하는 임금은 통상임금에 해당되지 않는다는 판례를 근거로 들었다. 하지만 대법원은 그러한 지급 관행과 달리 단체협약이나 취업규칙에 다른 내용으로 정해져있다면서 다르게 판단했다.

태그:#현대중공업 통상임금 사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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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마이뉴스 법조팀 기자입니다. 제가 쓰는 한 문장 한 문장이 우리 사회를 행복하게 만드는 데에 필요한 소중한 밑거름이 되기를 바랍니다. 댓글이나 페이스북 등으로 소통하고자 합니다. 언제든지 연락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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