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대통령이 26일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후보를 만난 자리에서 "(당내 경선) 경쟁을 치르고 나면 그 경쟁 때문에 생긴 상처를 서로 아우르고, 다시 하나가 되는 것이 중요하다"면서 "그런 면에서 일요일(24일) 이낙연 전 대표님 하고의 회동이 아주 좋았다고 생각한다"고 축하 인사를 건넸다. 이재명 후보는 "그렇다"면서 웃음으로 화답했다.
문 대통령은 이날 오전 11시부터 청와대 상춘재에서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20대 대통령후보를 초청해 가진 차담회에 앞서 인사말을 통해 "우선 당내 경선에서 민주당 대선후보로 선출되신 것을 축하드린다"면서 이같이 말했다. 이 자리에는 이철희 정무수석이 배석했다.
문 대통령 "내년 예산은 우리 정부보다 다음 정부가 쓸 몫 많아"
이어 문재인 대통령은 "어제(25일) 제가 국회에서 마지막 예산안에 대한 시정연설을 했는데, 사실 생각해 보면 내년도 예산은 우리 정부보다 다음 정부가 쓸 몫이 훨씬 많은 예산 아닌가"라며 "제가 첫해에 갑자기 중간에 예산을 인수하게 되면서 추가경정예산을 편성하는 등의 어려움을 겪은 바가 있어서 내년도 예산은 다음 정부가 주로 사용할 예산이라는 점을 많이 감안해서 그렇게 편성했다"고 설명했다.
또한 문 대통령은 "우리 이재명 후보님은 지난 대선 때 저하고 당내 경선에서 함께 경쟁했고, 또 경쟁을 마친 후에도 다시 함께 힘을 모아서 함께 정권 교체를 해냈다"면서 "그동안 대통령으로서, 경기도지사로서 함께 국정을 끌어왔었는데, 이제 나는 물러나는 대통령이 되고..."라고 말했다. 그러자 곁에 있던 이재명 후보와 이철희 정무수석은 웃음을 터뜨렸고, 이 후보는 "아직 많이 남았다"고 답했다.
문재인 대통령은 국정운영 5년 차를 맞는 자신의 경험을 이야기하면서 이재명 후보를 비롯한 대권에 도전하는 다른 후보들에게 조언했다.
문 대통령은 "이재명 후보께서 새로운 후보가 되셔서 여러모로 감회가 있다"면서 "대선은 결국 국민들이 더 나은 미래를 위해서 지도자를 선택하는 것이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이어서 "겪어 보니까 역시 제일 중요한 것은 정책같다. 그래서 대선과정에서 좋은 정책을 많이 발굴해달라"면서 "그 다음에 그 정책을 가지고 다른 후보들 하고 선의의 경쟁을 펼치고 한다면 그 과정 자체가 국가발전에 굉장히 큰 도움이 된다. 그렇게 해서 완성된 정책이 또 다음 정부를 이끌어 가는 하나의 설계도가 되는 셈이기 때문에 대선 과정에서 정책을 많이 더 개발하고, 정책을 통한 선의의 경쟁을 펼쳐 주십사 하는 것을 이재명 후보께도 부탁드린다. 또 다른 후보들께도 똑같은 당부를 드리고 싶다"고 강조했다.
이재명 후보 "어제 국회 시정연설, 무척 공감했다"
이재명 후보는 이 같은 문 대통령의 조언에 "감사하다. 대통령님, 제가 일대일로 이렇게 뵙기가 참 쉽지 않은데, 초대해주셔서 정말 감사드린다"면서 "어제 대통령께서 시정연설하신 내용을 보니까 제가 하고 싶은 얘기가 다 들어 있어서 너무 공감이 많이 갔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대통령께서 원래 루즈벨트를 존경하는 대통령이라고 하셨던 것 같은데, 최근의 미국 바이든 정부의 정책이 사실은 거기에서 많이 시사받은 것이 있는 것 같다. 새로운 전환의 시대에 미래적인 산업 재편을, 국가의 대대적 개입, 투자를 통해서 해야 된다, 미래산업 만들어야 된다, 제가 너무 공감이 많이 갔다"면서 "정말 그렇게 해야 될 것 같다"고 시정연설에 대한 평가를 전했다. 그러고는 "기후위기 관련된 의제도 정말로 중요한데, 이번에 당사국회의에는 참여하느냐?"고 물었다.
이에 문 대통령은 "그렇다. 이번 주 목요일에 G20부터 참석하고, 이어서 COP26에 참석한다"고 답했다. 그러자 이 후보는 "우리도 사실은 기후변화 대응을 사실은 선도적으로 해야, 뒤따라가면 기회도 없고, 조금만 앞서가면 정말 기회가 생기기 때문에 가긴 가야 되는데, 현장의 기업가들 입장에서는 불안하지 않느냐"면서 "국가가 대대적인 투자를 해야 된다라는 점에 정말 공감 간다"는 의견을 피력했다.
또 이 후보는 "우리 대통령님께서 지금까지 민주당의 핵심 가치라고 하는 민생, 개혁, 평화의 가치를 정말 잘 수행하신 것 같다"면서 "문재인 정부 성공하는 데, 사실 저는 경기도지사로 문재인 정부의 일원 아니냐, 저도 지금까지도 최선을 다했지만 앞으로도 우리 문재인 정부 성공, 역사적인 정부로 남도록 최선을 다하도록 하겠다"는 다짐을 전했다.
문 대통령은 "끝까지 많이 도와달라"면서 "우리 이제 2050 탄소중립 목표를 위한 탄소중립을 위한 시나리오, 그 다음에 그 과정에서 2030 NDC 목표를 상향하는 것"이라고 말을 이어갔다. 그러면서 "특히 NDC 목표의 경우에는 다른 나라들이 60%, 50% 이렇게 수치를 제시했기 때문에 우리가 제시한 수치가 40% 이러니까 상대적으로 적어 보일 수 있다"면서도 "실질을 보면 50%, 60% 이렇게 제시한 나라들은 1990년도에 온실가스 배출 정점에 이르러 가지고 그때부터 서서히 온실가스를 줄여 나왔던 나라들이다. 우리는 2018년이 온실가스 배출 정점"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비교해 보면 사실은 더 우리가 속도 있게 단기간에 가파르게 줄여 나가는 것이어서 우리의 목표 제시가 훨씬 더 과감하게 담대한 도전이라고 말할 수 있다"고 덧붙였다.
이 같은 설명에 이 후보는 "맞다"고 공감을 표했고, 문 대통령은 "그렇지만 기업에만 맡길 수는 절대 없고, 정부가 확실히 같이 하고, 국민들까지도 실천운동으로 거들어서 꼭 함께해내야 될 것 같다"고 재차 강조했다. 이 후보는 "우리는 실제 이전 정부에서 너무 준비도 안 하고 말만 하다가 기회를 놓쳤고, 그래서 빠르게 대응하지 않으면 (안된다)"이라며 대화를 이어갔다. 이후 대화는 비공개로 전환됐다.
이날 문 대통령과 이 후보의 차담은 상춘재 앞 만남부터 화기애애한 분위기 속에서 이뤄졌다. 서로 인사를 나눈 뒤 문 대통령은 "상춘재에 처음 와봤다"는 이 후보의 말에 "처음입니까""라고 반문하기도 했다. 이 후보는 "회의 때문에 몇 차례 덕분에 (청와대에) 와가지고 인사드리기는 했는데, 여기는 올 일이 전혀 없었다"라고 답했다. 문 대통령은 상춘재와 그 주변에 대한 설명을 하면서 대화를 시작했고, 기념촬영을 한 뒤 상춘재 안으로 이동했다.